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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잘 어울리는 사람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경미언니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푸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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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2학년이 되면서 2주간 농가 실습을 가게 되었다. 학교의 오랜 전통이었다. ‘때는 이 때다’ 하며 집과 가장 먼 곳으로 가려하는 아이들에게 경미언니 집이 있는 해남은 인기였다. 그때 나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덕분에 경미언니와 만나게 된다.

 

▲  땅과 잘 어울리는 사람, 경미언니    © 박푸른들

 

농가 실습 선생님이던 경미언니를 8년 만에 다시 만났다. 언니를 만나자 그때 기억이 어슴푸레하게 나를 감쌌다.

 

한여름 땀을 진탕 흘리고 누우면 찬 공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두껍고 단단한 흙집, 까만 밤길을 걸어 잘 짜인 판잣집 문을 열고 들어가 앉으면 큰 창에 별이 한 가득 떠 있던 화장실, 배고플 때마다 풀에 휘감겨진 텃밭에 용케 들어가 따내서는 감자 위에 삶아낸 그 빛난 옥수수, 널따란 고구마 밭과 길고 길던 고구마 순 작업, 가톨릭신자인 경미언니와 남편 덕분에 오전마다 쉴 수 있었던 꿀 같은 주일, 농사일을 거들며 나누던 수많은 수다….

 

다시 만난 경미언니, 언니는 땅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짙어진 살갗도 그렇지만, 이제는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사꾼으로부터 “고구마 박사”라고 불린다. 농사꾼에게 듣는 칭찬만큼 달콤한 말이 또 있을까.

 

농사를 짓는다는 건 한 곳에 뿌리를 내려 보겠다는 뜻이다. 언니는 다음 해, 그 다음 해들을 내다보며 농사꾼으로써 온전히 뿌리를 내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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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7/03 [14:40]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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