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공예품에 노동과 공동체의 가치를 담다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어우꺼 합작사

구수정 | 기사입력 2014/07/23 [17:11]

죽공예품에 노동과 공동체의 가치를 담다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어우꺼 합작사

구수정 | 입력 : 2014/07/23 [17:11]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어우꺼 합작사 (Rattan & Bamboo Export Enterprise)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누이탄현에 위치한 <어우꺼> 합작사는 1999년 창립하여 등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 수공예품을 생산해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백여 명의 조합원을 둔 생산자조합으로, 3백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고 이 중 95퍼센트가 여성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지구산림무역네트워크(Global Forest and Trade Network) 회원인 <어우꺼>는 합법적으로 벌채한 나무만 사용하고 원산지를 명기하며 야생동물보호 원칙을 준수한다. 또 공장 내 폐수처리장을 운영하는 등 친환경적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역 내 고엽제 피해아동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   친환경 죽공예품을 생산하는 <어우꺼> 합작사의 상품 전시관.   © 이재갑 작가

 

베트남 소수민족과 함께해온 등나무, 대나무

 

1931년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최초로 해외시장에 선을 보인 베트남의 등나무와 대나무 수공예품. 오늘날에는 2백여 종류가 넘는 상품이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으며, 베트남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짠 등나무 바구니와 가방,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대나무 책장과 찻잔들. 나도 모르게 절로 손이 가는 이 아름다운 수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떠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고 어떤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을까.

 

베트남 농촌 어디에서나 흔히 구할 수 있는 등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수공예품으로 가족과 마을, 나아가 지역공동체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누이탄현에서 20년 넘게 죽공예품 생산을 하고 있는 <어우꺼> 합작사를 만나 등나무, 대나무와 함께 울고 웃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어우꺼> 합작사 대표 응우옌 쯔엉 티엔.   © 이재갑 작가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아맙>은 공정여행팀을 끌고 자주 꽝남성을 찾고 있는데요. <어우꺼> 이야기를 전해 듣고 꼭 방문해보고 싶었어요. 베트남 중부에서 죽공예품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거든요.

 

응우옌 쯔엉 티엔(어우꺼 합작사 대표, 이하 ‘티엔’): 2013년에 한국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이 이곳에 다녀갔어요. 요즘 한국인들이 베트남 중부로 여행을 많이 오던데 <어우꺼>에 대한 입 소문이 그곳까지 퍼지고 있는 모양이네요. (웃음)

 

수정: 티엔 씨는 언제부터 등나무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티엔: 등나무는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요. 지금도 산이나 계곡, 숲에 들어가면 등나무 덩굴이 지천으로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특히 우리 고향 꽝남성의 산악지대에는 꺼뚜(Co Tu)족, 써당(Xo Dang)족, 므농(Mnong)족, 꼬(Co)족 등 많은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데요, 이들은 등나무로 짠 바구니를 등에 지고 다닙니다.

 

제가 어릴 적엔 돗자리, 소쿠리, 채반, 부채 등 웬만한 것들은 다 집에서 직접 등나무로 짜서 써왔어요. 농한기 때 가족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옷감도 짜고 등나무로 농가에 필요한 물품도 만들던 모습은 제 유년기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등나무는 베트남 농민들에게 아주 친숙하고 오랜 벗으로 일상 속에 늘 함께해왔어요.

 

<어우꺼>를 어머니처럼 여기는 백여 명의 조합원들

 

수정: 그러면 등나무와 대나무로 된 수공예품 생산을 업으로 삼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티엔: 1979년부터 수공예품 만드는 일을 시작했어요. 당시 베트남은 수공예품을 생산해 주로 소련이나 동유럽 국가에 수출했죠. 그러다 1991년에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수출 시장을 잃었고 거의 모든 수공예품 생산 합작사들이 문을 닫았어요. 우리 가족의 수공예품 사업도 큰 난관에 봉착했죠.

 

저는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고향인 꽝남성을 떠나 호치민시로 갔어요. 도이머이(개혁.개방) 이후 호치민시에는 외국기업들이 진출해 막 사업을 벌이던 때였는데, 저는 대만의 수공예품 수출회사에 관리자로 취직했습니다. 그곳에서 수공예품 생산 관련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경영 관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1993년에는 꽝남성으로 돌아와 가내수공업 형태로 다시 수공예품 생산을 시작했고, 1999년에 지금의 합작사를 세운 거죠.

 

▲   <어우꺼> 합작사 공장에서 등나무로 장식용 신발을 만들고 있는 노동자.   © 이재갑 작가

 

수정: 가내수공업 생산을 하다가 합작사로 전환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티엔: 합작사를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로부터 세금 우대와 면세, 대출, 토지 임차, 기술교육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생산과 운영을 보다 체계화하고 전문화할 수도 있고요. 조합장인 제가 30억 동(약 21만 달러), 부조합장이 25억 동(약 17만 달러), 그리고 열명의 조합원이 5억 동(약 3만 5천 달러)씩 출자해 합작사를 세웠습니다.

 

원래 저와 아내는 누이탄현을 비롯해 이곳 농촌 주민들의 안정적인 삶에 기여하고픈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합작사를 세우는 것이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합작사 수익금으로 어려운 조합원이나 주민들을 돕는 지원 사업을 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수공예품 재료로는 등나무와 대나무를 선택했고요. 오랫동안 해왔던 익숙한 사업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죠.

 

수정: 합작사 이름을 <어우꺼>로 지은 이유가 있나요?

 

티엔: 베트남이 아주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에 아내와 함께 수공예사업을 시작했어요. 그것이 하루하루 발전하고 성장해 오늘날의 합작사가 되었죠. 남들은 우리 보고 자수성가를 했다고들 해요.(웃음) 오랜 시간 합작사와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조합원들은 마치 합작사를 어머니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건국신화는 아름다운 산신 어우꺼가 바다의 신 락롱꿘과 만나 백 명의 아들을 낳아 이 땅에 자손이 번성하게 된 이야기가 나와요. 우리 합작사를 통해 농촌 마을이 발전하고 주민들이 잘살게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베트남 민족의 어머니인 ‘어우꺼’를 합작사 이름으로 짓게 되었어요.

 

우리 로고는 베트남 소수민족의 전통 고상식 가옥인 ‘냐산’(Nha San)에서 따왔습니다. 꽝남성의 고산 지대에는 소수민족들이 많은데, 아주 오래 전부터 수공예품을 만들어왔어요. 우리도 대부분의 원료를 그곳에서 가지고 오지요. 현재 합작사 조합원은 백여 명이고 노동자들이 3백명 정도 일하고 있는데, 이중 95퍼센트가 여성노동자입니다. 집에서 수공예품을 만들어 우리 합작사에 납품을 하고 있는 농가도 백 가구 정도 되고요. 주로 농한기에 수공예품을 만들죠.

 

노동안전, 폐수처리, 에너지절약, 야생동물보호 노력

 

수정: <어우꺼>가 친환경적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티엔: 2008년에 합작사가 10억동(약 5억9천 달러)을 투자하고 덴마크 국제개발기구(DANIDA)와 베트남 산업통상부로부터 10억동의 지원을 받아 폐수처리장을 만들었어요. 또 등나무 껍질 등의 폐기물을 태운 열을 이용해 재료를 건조하는 공정을 갖추었습니다. 더불어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기계화도 일부 이루어져서, 품질이 향상되고 생산비가 절감되는 효과는 물론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강도도 낮아졌지요.

 

▲  <어우꺼> 합작사 공장 뒷편의 폐수처리장에 방문했다. (우측이 필자 구수정)    © 이재갑 작가

 

그리고 2007년부터 산업통상부에서 진행하는 친환경 생산 프로젝트(Cleaner Production in Vietnam)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열 명으로 구성된 친환경 생산 프로젝트 관리조를 두어 에너지 절약, 원료 절감, 환경 오염 관련 규칙 준수 등의 사항을 자체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고, 수시로 정부에 자문을 구하고 있죠.

 

또한 세계자연보호기금을 통해 친환경 개념이나 노동 안전, 원산지 증명, 지속 가능한 개발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곳의 지원으로 라오스에 연수를 가서 산림 채벌 문제에 대한 세미나에 참가하기도 했죠. 2012년에는 세계자연보호기금의 지구산림무역네트워크 회원으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합작사는 합법적으로 벌채한 나무만을 사용하고, 상품 판매 시 원산지를 명기하며 야생동물 보호 원칙들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수정: <어우꺼> 수공예품 자랑 좀 해주세요. (웃음)

 

티엔: 우리는 전체 생산량의 90퍼센트를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지로 수출하고 있어요. 어우꺼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은 해외 소비자들에게 표준 수준 이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봅니다. (웃음) 베트남에서 등나무는 꽝아이성과 꽝남성에서 생산된 원료를 최고로 치죠. 재질이 아주 부드러운 데다 색깔도 예쁘고 나뭇결도 고른 편이라서요. 다른 지역 등나무와 큰 차이가 납니다. 소비자들이 어우꺼의 죽공예품을 보면 질감이나 색감이 다른 곳의 상품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수정: 이 지역의 등나무가 최상품인 만큼 원료 고갈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티엔: 네, 맞습니다. 우리 합작사만 해도 매년 평균 2천톤 가량의 등나무 원료를 구입합니다. 어우꺼 외에도 수공예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나 합작사들이 많은데 꽝아이성의 일부 지역은 원료가 이미 고갈되기도 했죠. 그래서 3년 전부터 누이탄현에 등나무 숲을 가꾸는 식목 사업을 시작했어요. 7~8년 뒤에야 수확할 수 있는데, 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운송비 절감 효과도 기대됩니다. 산림 파괴와 원료 고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식목 사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수정: 수공예품을 생산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티엔: 중요하지 않은 게 과연 뭐가 있을까요.(웃음) 좋은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원료가 상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니까요. 공장으로 원료가 들어오면 품질이 안 좋은 원료를 골라내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또 어우꺼 제품들은 100% 수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자 기술교육이 아주 중요하지요.

 

우리 상품의 90퍼센트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어 납기일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해진 선적일에 하루만 늦어도 가격이 떨어지고, 해외의 고객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니까요. 조합원들의 살림살이도 넉넉하게 늘리고, 고객에게도 안정적으로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하는 적절한 선을 찾는 것, 이것이 경영의 예술이라고 봅니다.

 

양육하는 노동자에게 ‘8시간 노동을 강제하지 않아요’

 

수정: 조합원과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 있나요?

 

티엔: 우리 합작사에는 여성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근로 조건과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노동법에서 규정하는 제도들은 당연히 시행하고 있고요.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 하루 8시간 노동을 강제하지 않고 일찍 퇴근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또 여성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정기 건강검진을 하고, 노동 강도를 조절하는 데에도 각별히 주의를 하죠. 조합원들 중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집을 지어주고 있어요.

 

▲  <어우꺼> 합작사 공장 뒷편, 햇볕에 등나무를 말리고 있다.     © 이재갑 작가

 

수정: 지역공동체를 위한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티엔: 이제 우리 합작사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이윤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지원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아직 초기에 불과합니다. 꽝남성도 전쟁 때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곳이라, 먼저 고엽제 피해 아동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엽제 피해 아동들을 대상으로 집 짓기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집 한 채에 5천만 동(약 2천5백 달러) 정도 비용이 들지요. 이제 겨우 세 채 지었을 뿐입니다. 집 짓기 사업과는 별도로 매년 고엽제 피해 아동들에게 약 2천5백만 동(약 1천2백 달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정: 베트남 중부는 매년 태풍이나 홍수 피해가 심한데 합작사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티엔: 꽝남성을 비롯해 베트남 중부는 매년 우기 때면 수해로 몸살을 앓죠. 보통 음력 9월부터 태풍이 오고 10월에는 홍수가 지는데 길면 두 달간 이어지기도 해요. 우기 때에는 제품들이 비에 젖거나 곰팡이가 피는 등 피해가 막심합니다. 2007년에는 태풍 피해로 공장 지붕이 날아간 적도 있어요. 베트남 중부의 주민들 모두 매년 이러한 피해를 감수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정: <어우꺼>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티엔: 최근엔 죽공예품도 대부분 수공이 아닌 기계로 생산해내는 공장들이 많아요. 우리는 수공예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숙련된 노동자를 양성하는 데에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품 디자인이 하나 바뀌면 노동자가 그 디자인에 숙달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죠. 평소 하루에 바구니 세 개를 만들다가도 설계가 바뀌면 한 달 동안 한 개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하지요.

 

또 다른 어려움은 자본금 부족입니다. 세계시장의 가격 압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수출 위주의 생산을 하고 있어 각국에 제품 홍보도 해야 하고 어려움이 많아요.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가했는데 무려 5만 달러의 비용이 지출되었죠. 가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지만 수출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합작사를 운영하면서 세계의 여러 NGO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교류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 사진: 이재갑 작가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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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로로 2014/07/26 [23:21] 수정 | 삭제
  • 이 연재 볼때마다 베트남에 한번 가보고 싶어져요. 언젠가 기회가 있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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