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동성애자는 ‘있다’

청소년 동성애자인권모임 ‘애니79’와의 대화

수연 | 기사입력 2003/04/30 [23:57]

청소년 동성애자는 ‘있다’

청소년 동성애자인권모임 ‘애니79’와의 대화

수연 | 입력 : 2003/04/30 [23:57]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년보호법 개정권고 조치에 대해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운동 단체 ‘애니79’가 환영의 성명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애니 79’는 1999년 9월 인터넷 상에서 청소년 동성애자 커뮤니티로 처음 생겨났다. 한 때 5,000명을 웃돌았고 회원정리 후 현재까지도 1,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큰 규모의 모임이다. 이번 성명서는 개정될 청소년보호법의 직접적 적용 대상인 청소년이 처음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현재 ‘애니79’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3인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청소년 동성애자로써 겪고 있는 어려움과 이번 권고조치에 관한 입장을 들어봤다.

이번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김준하(남성, 시삽, 만 18세): 평소에 교류가 있었던 서울대 이반모임인 마음005와 얘기가 되어서 함께 성명서를 냈다. 청소년보호법이 적용되면 ‘애니79’ 커뮤니티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는데, 당연히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아(여성, 운영자, 만 18세): 지난 3월에 친목모임으로 시작했던 ‘애니79’가 ‘청소년인권단체’로 모임명을 바꾸었다. 남의 일이 아닌만큼 청소년들도 인권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그렇게 한 것이다. 이런 것도 계기가 되어서 이번에 성명서를 함께 내게 되었다.

이번 권고조치 발표 후에 기독교 단체 등에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아: 그것은 자기들이 가진 신념에 따라 그렇게 해석하는 것 뿐이다. 기독교 단체들도 성경을 들이대면서 ‘동성애는 죄악이다’라고 말하지만. 성경을 자기들 생각대로 해석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이다.

-김준하: 청소년이 동성애를 접한다고 해서 해가 될 것이 없는데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청소년이라고 하지 않는가? 동성애사이트를 통해 올바른 동성애에 관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오히려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될 것이 없다.

-M군(남성, 회원, 만 18세): 정말 청소년을 생각한다면 어른들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견 없는 학교 교육과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이다. 어른들이 청소년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청소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적용시켜 ‘너네는 무조건 나쁘다. 잘못했다’라고만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오히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호가 아니라 이해가 필요하다”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은 공통적으로 ‘동성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준하: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해가 된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오히려 청소년 전용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에 성인 커뮤니티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는 청소년에게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현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문제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M군: ‘보호’라는 말이 불쾌하다. 우리는 ‘보호’가 아니라 ‘이해’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원조교제나 성폭력에 있어서는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단지 사람을 좋아하는 것뿐인데 무엇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름의 사회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우리를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생각대로가 아니라 정말 청소년을 이해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청소년 동성애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동성애가 청소년기에 겪는 유행의 일종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아: 나이가 어리니까 잠시 방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순간 누구를 좋아하는 것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구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거짓말을 할 나이도 아니다. 사람들은 동성에 대한 동경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존경과 사랑은 구별할 수 있다. 자기 입장이 아니면 이해를 못하니까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한편 이해가 간다. 누구나 그렇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친 간섭이라고 생각한다. 귀찮다.

-M군: 실제로 이반이었다가 일반으로 돌아선 친구들을 봤다. 정확한 정체성이 서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성애는 무조건 나쁘다, 안 된다’고만 하는 학교교육과 사회적 통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에 대해 올바로 교육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나쁘다고만 하니까 청소년들이 더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학교의 성교육은 물론이고 가정선생님조차도 동성애자를 성 정체성이 제대로 서지 않은 사람 취급을 한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청소년들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정체화 할 수 있겠는가?

“학교교육조차 편견으로 이루어지는 현실 답답해”

청소년동성애자로 살아가기에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김준하: 내 경우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하지만 동창들이 ‘너 언젠가는 트랜스젠더가 돼서 나타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불쾌했다. 그리고 레즈비언인 친구가 학교에서 커밍아웃을 한 이후에 당당한 모습을 보고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막상 내가 할 생각을 하면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시선이 두렵다.

-현아: 특별히 힘든 경험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 중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힌 뒤 친한 사람들이 한 순간에 인연을 끊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밝혀진 한 친구는 맞고 강제로 유학을 떠난 경우도 있다.

-M군: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야 한다. 학교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곳이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동성애자로써 차별과 억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그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나에게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는 이유였다. 학교에서 동성애에 대해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져서 그런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학교생활을 소홀히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사이버 규제로 인한 피해가 있었는가?

-김준하: 원래 ‘애니79’는 야후에서 ‘청소년동성애’를 검색하면 뜨는 주소였다. 그런데, 갑자기 통보가 와서 ‘청소년 동성애자 모임’은 등록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모임은 인권운동을 하는 모임이고 음란성이 있는 게시물이나 영상물은 전혀 없다. 그런데 단지 동성애자 모임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느 동호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성격의 모임인데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청소년들도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동성애자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혼자서 고통받거나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더더욱 교류가 필요한 것이다.

-현아: 동성애를 검색하면 몇몇 사이트에서는 검색불가라고 뜬다. 미성년자에게 동성애는 금칙어라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마지막으로 동성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해 한마디

-김준하: 가능하다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애니 79’사이트에 한번 들어와서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렇다면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우려나 걱정이 상당부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현아: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내 아이가 사회에서 이상한 취급하는 사람이 될 까봐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 자기 아이를 믿는다면 사랑을 다른 감정과 구분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이 지나서 자신을 이반이라고 생각한다면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M군: 친구들마저도 내가 동성애자라고 하면 ‘여자를 못 사귀어서, 얼굴이 못생겨서’라고 말한다. 내가 어디가 잘못되었거나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동성애자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는 80%의 사람들이 주위에 동성애자가 있거나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꿈 같은 얘기다. TV에서 보이는 동성애자들이 퇴폐적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도 실제로 사회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구석으로 숨어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정말로 걱정한다면 동성애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조차 편견으로 가득찬 상태로 이루어지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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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나링크 2005/07/08 [00:25] 수정 | 삭제
  • 하지만 동성애는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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