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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중학생들과의 만남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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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그들 앞에만 서면 어찌할 바를 모르던 나

 

나는 아이들을 무서워한다. 말을 아직 못하는 아가야들은 괜찮은데 말을 하기 시작한 어린이부터 10대 청소년들까지는 내가 무서워하는 대상에 속한다. 그들과 무슨 말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 지 늘 난감해지는 것이다. 무서워서 할 말이 없는 것인지, 할 말이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인지 순서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내 쪽에서 먼저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버린 것일지도.

 

내가 어린 시절에 좋아하던 것들 중엔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것이 있지만, 어떤 취향에 있어서는 좀 부끄러워지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그때 나는 뮤지컬을 엄청 좋아해서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뮤지컬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극 중에서 노래로 말을 하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 나도 노래로 말을 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느끼다니!)

 

또 내가 영화 <더티댄싱>을 너무나 좋아하여 비디오테이프를 소장하고 스무 번도 넘게 보았다는 사실도 우스개 소리로 추억할 수는 있지만, 지금 그 영화는 더이상 내게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동심이나 순수, 그런 것들을 잃어버린 것인가….(털썩)

 

아무튼 어린 시절을 현재 겪고 있는 그들이 지금의 나와는 ‘다르다’라고 선을 그어 버려서인지, 평소에는 그렇게도 말이 많은 내가 특정 나이 대의 그들을 만나면 자꾸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러다 보니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장황한 고백으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내가 나에 대해 어떤 모양으로 정의했던 것들이 나이 탓인지 노래 여행이라는 새로운 경험 탓인지 자꾸만 조금씩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오랫동안 꽃을 싫어했지만 노래 여행의 어떤 경험이 그걸 좀 바꾸어 놓은 적이 있었다고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내가 그렇게 무서워하던 중학생들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다. 그게, 이상하게 참 좋고 말았던 것이다.

 

산보다 바다보다 예쁜 아이들

 

노래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중학생들을 만난 것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구나’ 하고 입이 딱 벌어졌던 남해 상주해변 바로 앞에 있는 상주중학교 수요일 특강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중학생일 적에도 수요일은 특별활동이 있었다!) 겁을 잔뜩 먹고 버스에 올랐다. 부산을 떠난 남해행 시외버스는 남해에 들어서자마자 시내버스로 역할을 바꾸더니 한 구비 돌면 바다, 한 구비 돌면 산, 그렇게 절경을 보여주며 두려움을 조금 잊게 만들어주었다.

 

▲   남해 상주중학교 수요일 특강.  © 상주중학교

 

학교 도서관에 모인 아이들의 반 이상은 얼굴이 까맣고 머리가 짧은 축구부 아이들이었다. 폐교 위기의 시골학교에 축구부를 만들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립형 대안중학교 인가를 받았다는 설명을 들었다.

 

두근두근, 조심조심 내가 어떻게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지, 그동안 겪었던 다양한 실수와 실패의 경험들을 이야기했다. 또 나에겐 무대공포증과 수전증이 있지만, 노래 잘하는 가수만 있으면 좀 재미없지 않겠냐고 말하며 노래를 불렀다. 이제 막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다가 들어온 아이들이 졸지도 않고 신기하게도 미리 받은 가사를 보며 열심히 노래를 따라 불러 주었다. 변성기 전후의 제 각각의 목소리들이 무척 예뻤다.

 

제법 긴 시간을 이어가야 했기에 위기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순간, 점심시간에 음악 선생님에게 들었던 축구부의 한 친구 이야기가 생각났다. 다리를 다쳐 훈련을 못하고 있는데 열심히 기타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앞에 보이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친구를 향해 답가를 불러달라고 손짓을 했더니, 그 친구가 씩씩하게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거리며 박수를 쳤다. 중간에 실수를 해도 끝까지 멈추지 않고 노래를 불렀고, 박수 소리는 그때마다 더 커졌다. 예뻤다. 아이들이 정말로 산보다 바다보다 예뻐 보였다.

 

내 모습 그대로 만나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내가 가진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뭔가를 이룬 사람이 아니라 작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이루어가는 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굉장히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내가 지금까지 일구어 온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아직도 꾸고 있는 작은 꿈들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의 눈빛이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분명히 좀 다른 눈빛이었다.

 

아, 이게 내가 그동안 막연히 무서워했던 어린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동심’ 혹은 ‘순수’가 아니었을까. 어느 순간 세상이 생각보다 어둡다는 걸 알아가면서 생긴 나의 ‘회의’, ‘허무’ 이런 것들이 그들과 만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역시 두려운 것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더니, 그곳에는 무섭고 아픈 것보다 예쁘고 반짝이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이룬 것보다 꿈꾸는 이야기에 눈빛을 빛내는 아이들.   © 상주중학교

 

그날 이후 부산에 있는 한 대안학교 선생님인 친구로부터 수요일 특강 제의를 받았다. 나는 두려움 없이 흔쾌히 달려가서 이야기하고 노래할 수 있었다. 소담한 자리였는데 역시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고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 아이는 그 시간이 끝나고 나서 나에게 달려와 “노래가 좋으니 성공할 가능성이 있겠다”고 말해서 한참을 웃었다. 우리가 각자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에는 제법 괴리가 있겠지만 아이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 또 나는 내 모습 그대로 그렇게 만나면 되는 것이었다.

 

생명의 특징은 변화라고 한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살아있고 그래서 조금씩 변하고 있으며 그 사실이 때론 슬프기도 때론 다행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아이들을 조금 덜 무서워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눈빛을 마주 볼 수 있게 된 나의 변화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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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7/17 [15:33]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flying 15/07/18 [10:07] 수정 삭제  
  남해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이번 노래여행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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