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그 닭 내다버려!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05화

김담 | 기사입력 2015/07/22 [21:11]

당장 그 닭 내다버려!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05화

김담 | 입력 : 2015/07/22 [21:11]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예, 정기에 있심더. 와예?-

-이것이 무슨 냄새냐?-

물음과 함께 문을 열고나오는 큰아지매는 누릿한 냄새가 비위를 거슬리는지 양미간을 찌푸리고 댓돌 위의 신발에 발을 꿰고 정기로 간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정기바닥에 앉아서 닭털을 뽑고 있던 소향은 정기문간에 서서 자신을 보는 동그란 두 눈을 쳐다보며 -장씨 아저씨가 잡았심더- 하고 출처를 알린 후 계속 털 뽑는 손을 바삐 움직이는데 -누구 먹으라고 그 닭을 잡았다더냐?- 라는 꽤나 심지 돋은 말이 들린다.

집안에 닭을 잡으면 당연히 집안사람들이 먹는 것인데 그것을 왜 묻는지 의아한 소향은 대답 대신 큰아지매의 눈을 보면서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른다.

 

-너 지금 그 닭 먹을라고 하냐? 너는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거 모르냐? 모가지 잘라진 닭을 만지는 것도 흉한 일인데 누가 시키더냐? 너는 도대체 조심하라는 내 말을 귓전으로만 듣냐?!-

변명할 여유도 주지 않은 채 혼자 늘어놓는 말과 함께 얼굴은 이미 굳고 시퍼렇게 변해있다. 소향은 당황하여 손에 잔뜩 묻은 닭털을 보고, 또 반쯤 알몸이 된 닭을 보고, 큰아지매의 얼굴을 보며 어쩔 줄을 모른다. 그때 뒤에서 장서방이 팔에 잔솔가지 한아름을 안고 정기로 들어서며 -장닭이 두 마리라 싸움질만 한다고 한 마리 주길래 가져왔답니다- 하고 정기 바닥에 땔감을 놓으며 큰아지매에게 말하자 여태 들어본 적이 없는 앙칼진 목소리가 울린다.

 

-당장 그 닭 버려!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맘대로 집안에 아무 것이나 들이고 만지고 먹고, 도대체 정신머리들이 없어! 당장 내다 버려! 그리고 너는 몸조심하라고, 또 매사에 정성을 드리라는 내 말을 기억이나 하고 있냐? 먹을 게 있고 못 먹을 게 있는 게 넌데 너 뱃속에 들었다고 그게 너 아인줄 아냐? 너 마음대로 하게?- 

뱀눈이 따로 없다. 이유도 없이, 적어도 장서방의 귀에는, 독이 잔뜩 오른 큰아지매의 말은 그저 황당한 것이다. 자신이 이집에 머슴살이를 한 지가 그럭저럭 십여 개월 됐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안방주인을 본 적이 없다. 말을 잇지 못한 채 장서방도 멍하니 서서 얼굴이 붉게 변한 소향을 보고 있다.

 

-장서방! 당장 내다버려!-

큰아지매가 휙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소향은 눈에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손에 묻은 닭털을 훑어낸다.

안방으로 들어서는 큰아지매는 벌써 후회스런 마음으로 가득하다. 평소의 자신이 아니고 마치 무엇에 홀린 것 마냥 울화가 쏟아져버린 것이다. 이집에 시집온 뒤로 어디 속상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건만 이번에 서방이 저지른 일은 생각할수록 응어리가 커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내보인 것, 담을 수도 없는 것, 또 집안에 부리는 사람한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 안방주인은 그냥 그렇게 버틸 심산으로 혼자 서슬을 시퍼렇게 세우고 있다.

 

장서방은 우선 크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이길 때마다 하는 버릇이다. 그러고 보니 임산부가 닭고기를 피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막말을 쏟아낼 일은 또한 아니다 싶어 열이 정수리까지 치솟는다. 정신머리들이 없다는 말이 자신과 더불어 소향을 빗대어 말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두어 번의 심호흡은 장서방이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하도록 안정을 찾아준다.

 

-소향아, 우선 손부터 씻고. 이건 내가 치우마- 하고 함지박에 담긴 닭을 통째로 번쩍 들고 나간다. 그래. 머슴은 하인배나 다를 게 뭐가 있냐? 묻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닭 모가지를 도끼질한 것이 잘못일 테지 하고 애써 생각하지만 속에서는 용광로처럼 부글거린다.

 

이럴 때는 그저 술이 최고다. 함지박을 들고 장서방은 창호네 집으로 간다. 그 집에는 술이 있다. 까짓 필요 없는 닭도 그 집에서는 잘만 쓰일 테니. 그리로 가서 속이나 달래자. 장서방은 창호네에 들어서며 전에 없는 큰소리로 부른다.

-안에 계시오?-

지난번 그 꾸루와이와 소향이 사건으로 동네에서 술파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한 다리 건너 약속을 한 창호네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또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 을순이가 죽은 후로 이제는 아예 그 방에까지 손님들을 들이고 있다.

 

이른 초저녁이라 아직 술손님이 없는지 창호네가 안방문을 열더니 얼굴 가득 햇살을 담으며 반긴다.

-아이구. 이기 누군교? 어서 오이소. 한동네 살민서도 딴 동네 사람맨치로 살디만 오늘은 우짠 일인교?-

장서방의 손에 들린 함지박을 보며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해 하는 태도 속에 호들갑이 숨겨져 있다.

-아지매, 이 닭 받고 술이나 한잔 크게 주시오- 하며 함지박을 마루 위에 탁 놓는데 창호어마이가 보니 장닭이 아주 크다.

-우짠 닭이 우리 집꺼정 옵니꺼? 잡다 말았네!- 하면서 한 손으로 닭을 들어보고 -앉으이소. 진짜 이 닭 주는 깁니꺼?- 하고 옆눈을 째가며 장서방을 보는 품이 어느새 간들거리기까지 한다.

-드릴 테니까 탁주나 넉넉히 주시오- 하고 툇마루에 걸터앉으며 길게 속에서 우러나오는 화를 내뿜어댄다.

 

창호어마이가 내온 술을 단숨에 두어 잔을 들이켠 장서방은 그서야 숨을 고르며 진정을 한다. 그에게는 가장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참지 않는다고 뭣을 할 것인가? 세상이치에 따질 수 있다는 것은 우와 열이 없는 대등한 관계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일인데 지금 자신은 분명한 열의 선상에 있으니 그것은 통하지 않는다. 인격이라는 것 또한 인간을 독립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것, 자신은 지금 부속해있는 몸이니 그 또한 가당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장서방이 알고 있는, 실천해왔던, 그리고 나름대로 추구해온 그 인간상에 크게 상처를 입었지만 윗도리를 벗어던지며 외칠 수 없는 현실이 갑갑하다. 뭣 때문에? 갑자기 스스로에게 묻다가 금방 그 답을 알기에 다시 큰 한숨만 내쉬며 술잔을 입에 들이 붓는다.

 

-그래. 홍희가….- 하고 홍희가 졸업하고 시집이라도 갈 때까지만 하고 중얼거리자 옆에 앉아서 장서방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던 창호어마이가 -예? 모라 켔십니꺼?- 하고 묻자 비로소 집주인이 옆에 있었다는 것을 안 장서방은 자신의 쓸데없는 심각함을 웃음으로 버물리며

-아! 아닙니다. 그냥 해본 소리지요. 주인도 한잔 하실랍니까?- 한다. 

술잔을 내밀지도 않으며 그냥 어색함을 피하려고 한 소리인데 창호어마이는 사양을 않고 덮썩 손을 내밀며 한잔 청하자 장서방은 할 수 없이 자신의 남은 술을 마신 후 건네고 한 잔 따라준다.

 

일순간의 실수만 아니었더라도 자신도 지금쯤은 사회속의 한축을 구축하고 살 수 있었을 텐데. 정신을 차린 후 손에 낭자한 피를 보고서야 비로소 홍희가 생각났고 무너져버린 하늘이 실감났었다. 하지만 한 번도 구차한 목숨을 구걸하려고 살았던 적은 없었다. 그저 그날이 오기만 하면 자신은 두 발로 걸어서 감옥으로 갈 것이라 늘 생각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고 나니 그간 잊고 살았던 인격이니 자존심이니 도리 같은 쓸데없는 것들이 마음을 혼란하게 하였다.

 

눈을 감은 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장서방을 보며 창호어마이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참 잘생겼다. 죽은 서방보다도 더 상남자로 생겼다. 또한 입에서 나오는 그 서울말은 사람을 더 반듯하게 보이게 만든다. 하며 그런데 어째 여자도 없이 혼자 살꼬? 생각한다. 어느새 서늘해진 공기가 술에 익은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자 창호어마이는 손님도 없는 초저녁 한가함을 느긋하게 입에 담는다.

-방으로 드가입시더. 늦모기가 극성입니더-

 

손으로 모기를 쫒는 듯 휘휘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장서방은 창호어마이의 말은 귓전에도 울리지 않는다. 그저 산란한 마음이다. 일전에 점촌 차부에서 우연히 불심검문에 걸려 도민증 없는 것이 문제가 된 것, 다행히 금령김씨 종가에 머슴이라고 하고 벗어나긴 했지만 마음 깊이 남아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숨고 낮추고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지, 말 같지도 않은 말에도 대꾸를 못하는 신세, 참으로 한 푼의 가치도 없는 듯한 자신이다. 돌아보면 어린나이에 몸을 빌어 집식구들을 살리는 소향이 빼놓고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다 병신들이고 괴물들이고 언챙이고 귀머거리고 미친 것들로 가득하다. 혀는 이미 꼬부라져있다. 밥이 들어가야 할 시간에 밥 대신 탁주가 가득하니 위장은 아릿하여 그 기운이 머릿속까지 흐물거리게 한다.

 

-아지매, 한 잔만 더 합시다. 닭값이 다 됐으면 내 돈 드리지요-

-글쎄, 한 잔도 좋고 두 잔도 좋지만 날도 저물었으이 방으로 가서…- 하는데 삽작에 인기척이 있어 창호어마이가 보니 꾸루와이가 들어선다. 소향이 사건이 있은 후 첨으로 발길을 들이는 참이다.

-아이구. 이기 누고? 아재 아이가?-

장서방하고 겸상하고 앉아있던 창호어마이는 겨우 일어서는 시늉만 하고 꾸루와이를 맞지만 속으로는 꽤 불편하다. 자신을 비롯하여 동네사람들 대부분이 풀려난데 대한 겸연쩍음이, 면회도 가보지 못한 미안함이, 그리고 또 무슨 일이라도 내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안보는 게 편한 사람을 맞아하는 창호어마이는 건성으로 환영한다.

 

꾸루와이는 한발 가까이 마루 쪽으로 디디고 보니 앞에 장서방이 있다. 꾸루와이의 눈에도 금방 알 수 있는 바로 그 장서방이다. 그리고 둘이서 단란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 꾸루와이는 알 수 없이 갑작스럽게 심기가 불편하다. 아니 뒤틀린다. 

-아지매, 좋소! 보기 좋소!- 하고 서있는데 장서방은 눈길도 주지 않고 거의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꾸루와이는 앉자니 장서방이 버티고 있고 돌아서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고 방으로 들어가라는 창호어마이의 주문도 없고 참으로 어정쩡한 순간을 우물쭈물 넘기고 있는데 그서야 창호네가 일어서며 -옆방으로 드가이소. 아재- 하고 예전 을순이가 쓰던 방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제야 여유를 찾은 꾸루와이는 특유의 빈정거림을 내놓는다.

-내가 있으모 방해 안 되는교? 아지매? 태촌이 행님이야 뼈만 남았으이 오지도 못할 끼고-

정기로 술상을 보러 들어가려던 창호네가 확 돌아서며 쌍심지를 켜고 꾸루와이를 향해 -모라카노? 지금? 아바이를 와 들먹거리노? 지금!- 하다가 금방 무슨 생각인지 그냥 정기로 들어가 버린다. 개차반 같은 인간이라 그저 얽히지 않는 게 제일이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꾸루와이가 창호네에 발을 들였지만 아직 장서방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장서방은 여전히 모기가 물어뜯는 가운데서도 꿈쩍도 않고 눈을 감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 장서방을 힐끔거리며 열린 문지방에 앉아 신을 벗으려고 하다가 문득 이방은 을순이와 할머니가 쓰던 방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돌아서 보니 빈방이다. 창호네가 술을 한 주전자 갖다가 장서방 상위에 올리고 또 다른 주전자와 안주 한 그릇을 들고 방 앞으로 오자

-우째 방이 비었네? 아지매. 을순이는 오데 가고?-

꾸루와이의 물음이 농담이 아니지만 창호네 귀에는 여전히 빈정거림으로 들린다.

-문지방에 앉지 말고 드가소. 고마. 카고 내도 요새 살기 힘 드이께네, 공술 묵지 말고 돈 내고 무야 된다. 아재. 알았제?- 하고 거의 꾸루와이를 방안으로 밀어 넣다시피 한다.

-아따! 아지매, 이칼란교? 정말! 아지매가 이카모 안될 낀데?- 벌려진 입안에서 혀가 훤히 보일 정도로 다물지도 않고 특유의 놈팽이 시늉을 한다.

-아재! 한동네 한 성받이라고 내 이무롭게 했디만 죽은 아바이를 들먹거리질 않나 내보고 눈을 치켜뜨질 않나 좀 심하다 심해!-

 

제법 풀먹인 듯 소리가 앙칼지다. 하긴 꾸루와이가 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창호네는 비록 머슴이지만 장서방의 그 늠늠한 자태에 흠뻑 취해 심지어 오붓하게 한잔 하려고 방으로 들어가자고까지 하던 참이었는데 저 해골 같은 꾸루와이가 들이닥치고 또 들어서자마자 죽은 서방까지 들먹이며 마치 서방질이라도 하고 있는 듯 빈정거리는 통에 심술이 솟던 참이었다.

 

꾸루와이도 상대를 봐가면서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자라 탁주 사발 돌리는 아지매가 여느 집 아낙들과는 다르다는 것쯤 안다. 순간 돈 없이 술 마실 수 있는 집이 하나 더 날라갈 수 있다는 계산속에서 꼬리를 슬며시 내린다.

-참, 아지매도. 따지면 집안이라 카는 기지. 오데 내가 아지매 얕보고 하는 깁니꺼? 아 퍼떡 술이나 주소고마!-

-술값 내고 묵는 기다 오늘부터는! 아재!-

다짐을 받은 후에야 술 주전자를 방안에 들인다.

-좀 있으모 태우도 올낀데 안주 좀 해주소. 무울만 한 거로!-

안주를 하라는 꾸루와이의 말에 창호네 귀가 확 열린다. 그깟 술 한말을 판들 별반 남는 장사가 아니지만 그래도 안주라는 것이 돈이 되는 것이니 뒤돌아서 방안에 굽힌 허리를 넣고 -닭 한 마리 잡으까? 아주 무울만한 놈인데?- 하고 언제 목청에 가시 세웠느냐는 듯 상냥하기까지 하다.

-잡으소! 돈은 태우가 낼 끼고. 맛있구로 해주소. 아지매!-

-그래, 아재. 우선 목이나 축이고 있으소!- 하고 정기로 간다.

 

꾸루와이는 덜렁 남겨진 주전자를 들어 그냥 꼭지를 입에다 대고 벌컥벌컥 몇 모금 입에다 붓는다. 커억~ 하는 트림을 내놓고는 김치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다 넣고 우물거리며 방을 휘 돌아보니 어라? 그 병신 을순이가 살던 방치고는 꽤 깨끗이 정리되어있다. 전에 이집에 수없이 왔지만 단 한 번도 이 방안을 본 적이 없었다. 이유는 물론 노인이 살 때는 노인방이니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고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을순이 혼자 쓰던 방이라 험한 모양을 보여주기 싫은 창호네의 의중에 아무도 방안을 열 수 없었는데 오늘은 자신이 이 방안에 앉아있다? 그리고 을순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묘한 느낌에 휘둘리자 꾸루와이는 다시 주전자를 들어 한 모금 길게 마신다.

 

창호네가 무엇을 하는지 떨그럭거리며 한참을 정기에서 서성이는 동안 장서방은 어느새 주전자를 다 비우고 또 두 눈을 감고 장성같이 있다. 창호네가 을순이 방에 있는 꾸루와이를 의식한 듯 얼른 무슨 안주거리를 장서방 상에 올리고 바로 꾸루와이 방으로 가서 호들갑을 떤다.

-닭이가 울매나 큰지 맺이 무도 되겠소. 볶았으이. 무울만 할끼요. 쿤데? 우째 태우 아재는 안오요? 여태?-

말과 함께 밖에서 기척이 들리고 태우가 큰소리로 부른다.

-아지매, 내왔소. 병구 행님 왔는교?-

상위에 닭볶음을 이리저리 돌리던 창호네는 문을 열고 환하게 반기는 목소리로 -아이구, 그래도 종갓집 손이라 양반 중에 양반인데 우째 그리 상놈마냥 말하자마자 들이닥치는교? 진짜 그 영감씨가 맞나 몰라?!- 하고 웃음기를 얼굴 가득 담는다.

 

돈이 그녀를 그리 환하게 만들고 있다. 좀전까지는 장서방을 면전에 두고 남자 냄새를 맡느라 넋이 반은 나갔었고 그 흥을 깬 꾸루와이가 미워 한바탕 독 서린 말도 늘어놓았지만 지금 닭 한 마리를 상위에 올린 창호네는 지전이 두둑이 들어올 것에 마루에 있는 장서방조차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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