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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노래를 해볼까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내가 외울 수 있는 유일한 주문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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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해에 길 위를 떠돌며 나온 노래들을 모아 올해 초 2집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미 그 노래들은 작년 이야기라서 요즘은 또 최근에 만든 노래들을 부르고 있다. “이제 3집 준비해야겠네!” 하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온다. 매년 새로운 음반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마치 그것들이 일정 기간을 기록하는 사진앨범 같기도 하고 나만의 다이어리 같기도 하다. 아마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바로 바로 노래로 만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부산 완월동 한적한 주택가 공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한 ‘아파트 없는 동네 걷기’ 이야기 공연.   © 이내

 

사실 난 사랑노래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한번 빠지면 노래로 나올 수밖에 없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지난 음반들에도 사랑노래가 구석구석 들어있다. 대놓고 사랑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으니 “그게 사랑노래였어?” 하고 되물어 올 수도 있겠다. 사랑도 했고 이별도 했으므로 아무튼 그때 만들어진 노래들에는 그 흔적이 알듯 말듯 담겨 있다.

 

최근에는 순간순간의 느낌과 생각을 적어둔 페이스북 메모를 모아서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한창 이별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쏟아지는 그침 없는 생각들을 가지고 어디론가 공연을 하러 가기 위해 시외버스를 탔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시외버스는 참 울기 좋은 장소라서 종종 이용하고 있다.) 그렇게 울며 일기처럼 끄적여 둔 생각은 곧 노래가 되었다.

 

[그침 없는 생각]  -이내 작사 작곡

 

오래된 문을 열고 나와 길 위에 서서

그침 없는 생각을 머얼리 머얼리 데리고 가네

 

비는 다음과 같은 소리로 흐른다 -

나는 억만 무려의 모욕

나는 억만 무려의 모욕

나는 억만 무려의 모욕

 

그침 없는 생각을 머얼리 머얼리 데리고 가네

아까 흘린 눈물은 차창밖에 흐르는 빗물과 함께

이미 흘러 갔는걸, 이미 흘러 갔는걸

 

그침 없는 생각을 머얼리 머얼리 데리고 가네

서툴러도 괜찮아, 약해도 괜찮아

귓속말을 하면서

서툴러도 괜찮아, 약해도 괜찮아

귓속말을 하면서

 

오래된 문을 열고 나와 길 위에 서서

그침 없는 생각을 머얼리 머얼리 데리고 가네

 

※ 이내 “그침 없는 생각” 공연 영상 https://youtu.be/9qYGweaa10E

 

그리고 새로운 사랑은 찾아온다. 옛사랑을 오래된 문에 비유했으니 새로운 사랑은 새로운 문이 되었다. 누군가가 마음을 열어올 때, 내 과거의 기억들로 인해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어려워져서 나의 오래된 주문인 “지금, 여기!”를 외치게 되었다. (1집 앨범의 제목도 “지금 여기의 바람”이었다. 또 2집의 [친구에게]라는 노래에는 “순간이란 영원과 같은 시간이니”라는 가사가 있다.)

 

물론, 그렇게 사랑노래로 시작한 가사이지만 한 곡이 그 내용으로만 전부 채워지지는 않았다. 최근 한 동네에 모여서 살게 된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충만해진 마음으로 “우리 함께!”라는 주문도 외쳐보았고, 내 인생에서 언제나 우선으로 삼고 싶은 “사람”과 “사랑”을 채워서 후렴구를 만들었다.

 

▲  “지금 여기.” 나를 위로해 주는 주문이 노래를 통해 누군가를 또 위로해준다.   © 이내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한 일본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누군가가 우울을 경험한다면 너무 빨리 도움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끝까지 내려가보아야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을 망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내겐 굉장히 감동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2절 가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 오래 전 방문했던 영국의 한 공동체에서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인 “Have courage!”(용기를 내요!)를 늘 마음에 품고 있으므로, 함께 엮었다.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 힘이 빠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외우는 주문들을 모아 노래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지금, 여기]  -이내 작사 작곡

 

새로운 문이 열릴 때 두려워하지 않기를

마음을 열어올 때에 그대로 볼 수 있기를

 

내가 외울 수 있는 유일한 주문 - 지금 여기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주문 - 우리 함께

내가 외울 수 있는 유일한 주문 - 사람, 사랑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주문 - 지금 여기

 

슬픔이 찾아 올 때에 끝까지 바라보기를

용기가 바닥날 때도 한 걸음 내어 딛기를

 

내가 외울 수 있는 유일한 주문 - 지금 여기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주문 - 우리 함께

내가 외울 수 있는 유일한 주문 - 사람, 사랑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주문 - 지금 여기

 

※ 이내 “지금 여기” 공연 영상 https://youtu.be/0Twi9OKFkC4

 

곧 이 노래를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생겼다. 특히 가까이에 있는 일본친구들이 반겨주어서 신기한 마음이다. 이들은 외국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여기”가 주는 위로가 있다고도 했고, 언젠가 일본에서 있었던 작은 혁명의 모토가 “지금 여기”였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나를 위로해 주는 주문이 노래를 통해 누군가를 또 위로해주고, 나 역시 노래를 부를 때마다 다시 그 위로를 건네 받게 된다.

 

혼자서만 노래를 부르다가 이제는 간간히 함께 공연할 기회도 가지게 된다. 역시나 우연히 만난 가까이의 사람들. 그들의 악기와 음악이 내 노래에 함께 연주되면 등 뒤에서 누군가가 든든히 밀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힘을 잔뜩 주고 살았던 20대와 달리 할머니 포크가수가 되겠다며 천천히 한 걸음씩을 내 딛고 있는 지금, 곁에 있는 우연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실은 여전히 미래는 캄캄하다.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순진한 마음으로 나의 주문을 외우며 한 걸음의 용기를 내는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다는 걸 이제는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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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4 [13:11]  최종편집: ⓒ 일다
 
민경 15/10/15 [14:14] 수정 삭제  
  저는 이별 노래가 사랑 노래보다 더 위로가 되네요~
. 15/10/16 [11:13] 수정 삭제  
  뭔가 산뜻한 느낌이 있어서 몇번 읽어보게 되는 칼럼이에요. 두번째 사진 느낌이 참 좋네요. 나도 미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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