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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애를 이해할 수 있게 학교에서 가르쳐주세요”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들 ‘학교는 이런 곳’
<여성주의 저널 일다>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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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체육시간에 수영이 있었는데 애들은 수영해서 땀을 흘리는데 나는 수영장 밖에서 혼자 땡볕에 있다가 땀을 흘렸다. 체육시간에 나는 짐꾼이 되었다. 물건을 맡겨달라고 오는 애들 때문에 체육시간마다 짐을 잔뜩 보고 있다. 이건 정말 싫었다.” <인영(가명), 고2>

 

“체육 시간이 비장애학생에게만 맞춰져 있어서, 나가긴 하지만 그냥 구경해요. 선생님이 같이 해보자고도 안하시고. 과학시간에 애들이 안 껴줘요. 중학교 때 친구들이 제가 같이 하자고 했는데 거절당한 적이 있어요, 그냥 있으라고. 그럴 때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어서 가만히 있어요. 이름만 집어넣고…..” <주연(가명), 고2>

 

비장애학생들에게 맞춰진 수업, 통합교육 무색해

 

인영과 주연은 일반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뇌병변 장애인이다. 뇌병변 장애는 뇌성마비,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해 발생한 신체적 장애를 뜻한다. 인영은 오른쪽 팔꿈치가 안 펴지고 다리가 불편해서 전동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주연은 시력이 약해 필기 속도가 느리고, 다리는 조금 불편하지만 걸을 수 있다.

 

두 학생 다 학교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지만 장애를 이유로 그럴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장애인이라서 못할 것”이라는 주위의 고정관념이나 장애인은 참여할 수 없도록 짜여 진 수업 프로그램 때문이다.

 

장애인을 격리하는 대신 일반학교 안으로 통합해 자립 능력을 기르고, 비장애학생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통합교육’이다. 통합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은 일반학급으로 편성되는 경우도 있고, 특수반에 편성되어 일부 수업만 일반학급에 가서 참여하기도 한다. 특수반에서만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다.

 

▲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은 작년 12월 29일 “장애청소녀! 언니들과 만나다-차별 경험 드러내기”라는 제목으로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청소녀들이 학교에서 겪는 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일다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은 2015년 12월 29일 한국장애인개발원 이룸센터에서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들의 학교생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는 장애 청소녀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30대 장애여성 10명이 조사원이 되어 설문내용을 직접 만들었다. 또 16명의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들과 심층 면접을 했고, 추가로 부모와 교사, 관련 활동가 세 그룹을 집단 면접했다.

 

이번 조사에서 ‘장애로 인해 학교 수업 시간에 배제를 경험하거나 제한을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여학생들이 전체의 2/3를 넘었다. 그 이유로 대다수가 ‘수업 내용이 비장애학생들에게만 획일적으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필기 위주 학습, 뒤처질 수 밖에 없는 장애학생들

 

지체장애나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학습의 ‘속도’였다. 손으로 필기하면서 학습하도록 하는 교육 방식은 장애학생들이 주어진 시간에 학습할 내용을 받아 적고 습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장애를 가진 청소녀들과 비장애청소년들과의 격차는 벌어지게 된다.

 

“국어시간에는 말하는 게 느리지만 책 읽는 것 선생님이 다 같이 해야 한다고 시켰다. 사회, 과학, 역사 외우는 게 어렵고 필기 속도가 빨라서 힘들었다.” <혜숙(가명), 20세>

 

“수업할 때 필기가 제일 어려워요. 필기가 느려서, 쓰다보면 다른 이야기를 못 들어요. 그래서 교과서를 파일로 저장해서 볼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고요, 필기도 노트북이나 패드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지(가명), 초6>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들을 때 자습을 한다. 선생님이 자습하라고 하신다”고 말한 장애 청소녀도 있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맞는 학습 지도를 하기보다 그냥 뒤처지도록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조사원으로 참여한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의 김라현씨는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들의 학습 수준을 두고 ‘장애인들의 학습 능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 아니냐, 이걸 차별로 얘기할 수 있냐’고 묻는다. 하지만 장애청소녀 개개인에게 맞는 편의나 적절한 방식과 속도의 학습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채 장애청소녀의 학습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체육시간, 모둠활동 시간에 “나는 구경꾼”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들은 협동수업이나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발표를 시키지 않거나 아예 참여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하는 경우에도 장애인끼리 짝을 지어서 한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때는 체육시간에 교실에 있거나 운동장 한쪽 그늘에 있었다. 피구를 하면 공이 무섭고 피하는 게 느리니까 그냥 앉아서 구경했다. 스트레칭까지는 참여한다고 해도 이후로는 내가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해도 다른 애들은 너무 쉬울 테니까.” <인영, 고2>

 

“모둠활동 시간에 네 명씩 하는데 발표나 몸으로 한 활동이 있을 때 (나는) 못하니까 가만히 있고, (선생님은) 조장이 옆에 있는 사람 것까지 발표하라고 한다.” <주연(가명), 고2>

 

“내가 할 수 있는 종목도 비장애학생들이 함께 하기 꺼려하기 때문에 배드민턴이나 탁구 같은, 짝을 지어 하는 종목은 발달장애친구와 함께 한다. 선생님이 그렇게 하도록 짝을 배정해줬다.” <나라(가명), 중2>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2조에서는 통합교육에 대해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 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그저 같은 교실에 앉아있을 뿐, 통합교육이란 말이 무색한 실정이다.

 

‘학교에 마음 터놓을 친구가 없어’

 

이런 교육환경은 장애를 가진 청소녀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맺는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차별적인 환경 속에서 위축되기 쉽고, 또래들과의 관계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들 중 25%는 학교에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다고 답했다.

 

조사원 김지수씨는 “또래들과의 관계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장애 청소녀들의 사회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변인이 되는데, 관계의 어려움에 자주 부딪치다 보면 소심해지고 일상적으로 매순간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는 성격이 되거나 자기 주도적 해결능력보다 의존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뇌성마비 장애 청소녀 경주의 어머니 김수량씨는 “경주가 학교 다녀와서 ‘오늘은 친구들하고 말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어, 화장실 갔다 오면 말할 시간도 부족하고 점심시간에는 특수반에 있어서 친구들하고 놀 시간이 없었어’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저려서 학교에 보내기 싫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수량씨는 또 “경주가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일반학급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학교에서는 밥 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리가 불편하다면서 수업하는 4교시에 특수학급에서 밥을 먹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지 능력이 있는 뇌병변 장애학생의 경우, 그 특성에 맞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너무 도와주려고만 하지 말았으면…

 

장애학생들이 관계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교사들의 태도와 교육의 내용이다. 조사원 김지수씨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많은 인권교육이 장애청소녀의 권리나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을 돕고 배려해야 한다는 시혜적 관점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교육의 일환으로 선생님이 장애 청소녀를 데리고 해당 반을 돌며 친구들과 인사하게 해서 창피하고 불편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창 민감하고 예민할 시기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다른 반의 낯선 친구들 앞에 서야 한다는 건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교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장애 청소녀에 대한 또 다른 인권침해일 수 있다.”

 

학교에서 장애 청소녀들은 ‘도움 받아야 할 존재’, ‘부족한 존재’, ‘불편하고 나와 다른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학생들은 불편함을 토로한다.

 

“너무 도와주려고만 하지 말고 혼자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어떤 친구가 나를 도와주려고 할 때 솔직히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는데 내가 친구한테 혼자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웬지 그 친구가 무안해 할 것 같아서 말을 못한다.” <호진(가명), 고3>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들은 장애이해 교육이 시각장애, 청각장애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뇌병변 장애 등 각 장애 영역별 차이를 이해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휠체어 체험 등 구체적인 교육활동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장애이해 교육, “반 친구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한편, 특수반에서 수업을 듣는 장애 여학생들은 특수반 수업이 발달장애인 위주로 되어 있어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나라(가명, 중2)는 “특수반에서 공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나 빼곤 다 발달장애라 그 친구들 위주로 수업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조사팀은 “일반학교에 다니는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들은 입시, 성적 위주의 수업 분위기와 발달장애 중심의 통합교육 시스템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이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설명했다. 때문에 “지체․뇌병변 장애 청소녀의 욕구에 맞는 개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 교사와 특수교사, 장애학생 학부모 등이 모이는 자리인 현행 ‘개별화교육위원회’가 현실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하며, 학업 수준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교사들의 노력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유미 학생의 어머니는 ‘역통합방식’을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체육에 장애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역통합방식도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장애학생이 할 수 있는 종목에 비장애학생도 같이 하는 거죠. 휠체어타고 하는 운동을 같이 가르친다든지요. (…) 체육시간에 지체 뇌병변 아이들이 배제받지 않도록 정해 놔야 해요. 체육교사들도 그런 연수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장애 청소녀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학교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조사팀의 바람이다. 조사에 참여한 한 뇌병변 장애 청소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뇌성마비 장애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교육)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반 친구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내 장애를 이해할 수 있게.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내가 직접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냥 인권교육 말고 장애이해교육을 더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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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1/13 [15:07]  최종편집: ⓒ www.ildaro.com
 
ㅇㅇ 16/01/14 [13:07] 수정 삭제  
  이런 목소리가 나와주니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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