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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매일’ 겨울을 걷다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이내와 규택의 함박눈 투어①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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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 다시 노래여행을 떠나다.  길 위의 짐들.   ⓒ 이내

작년 이맘때 공연했던 홍성의 ‘ㅋㅋ만화방’에서 다시금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먼 길 떠날 기회니까 이참에 다른 곳들도 들러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곧 재미난 생각이 떠올라 페이스북에 뜬금 포스팅을 올렸다.

 

“먹여주고 재워주면 공연 갈 테니 초대해줄 사람~”

 

전국 각지에서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선뜻 관심을 보였다. 덥석 메시지를 보내보니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초대를 강요한 나도, 초대를 해준 낯선 사람들도 ‘이게 정말 가능할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여행자는 우연과 운명을 믿어야 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노래여행 일정을 짰다.

 

<홍성 홍동마을-전주 라일락센타-삼례 비비정 마을-지리산 산내마을>. 무엇보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기타 세션을 맡아준 나의 연인, 규택과 함께 길을 나섰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두 개의 기타가방, 두 사람의 열흘 분 짐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목적지로 향했다. 길 위에서는 늘 그렇듯 이런 저런 변수들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익숙한 사람들, 사이사이에 만난 새로운 사람들, 알았던 사람들의 새로운 얼굴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가방 한 켠에 선물로 채워둔 자리는 비워지기는커녕 새로운 선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홍성의 언니는 감기로 한참 고생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그 감기가 형부에게 옮아가는 걸 지켜보았다. 조카들은 한 뼘씩 더 자랐고, 자신의 소중한 색종이를 나누어줄 줄 아는 어린이가 되어있었다.

 

언니가 홍성에 정착한 8년 전부터 한 번씩 들르고 있는 내 눈에는 홍성의 귀촌인들이 조금씩 삶을 쌓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최근 그곳으로 귀촌하기로 결심한 나의 친한 친구는 ‘왜 홍성에 가려느냐’는 질문에 “생각과 삶을 일치시키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 충남 홍성, 온통 눈 내린 마을.    ⓒ 이내 

 

언니가 예약해 둔 편안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 머물며 단순히 잘 먹고 잘 자고 일이라기보다 오히려 휴식의 시간을 보낸 후 다음 일정을 떠나려는데, 부산 촌놈들 눈 구경 실컷 시켜주려는 마냥 함박눈이 쏟아졌다. 남은 노래여행 내내 온 세상은 계속 하얀색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엄청난 한파가 중국 대륙까지 꽁꽁 얼리면서 우리를 쫓아다녔다.

 

시골 사람들은 추운 겨울밤 바깥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삼례의 비비정 마을 공연은 취소되었다. 지리산 산내마을 공연은 시간이 앞당겨졌지만, 그렇게 추운 날 잡은 민폐공연들에도 사람들이 찾아와주었고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꽁꽁 언 땅 위에서 내내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으니, 정말 부산 촌놈들이 맞았다.

 

오랜만에 찾아간 전주의 바늘소녀는 나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데도 존경심이 마구 일어난다. 중간에 공연이 비어서, 급하게 연락해 그녀의 바느질 공방인 <라일락 센타>에서 게릴라 공연을 잡았다. 바늘소녀는 우리를 재워주고 먹여주고 환대해주고 선물까지 마구 준다.

 

그녀의 일상은 단순하면서도 다채롭고 또 탄탄하다. 끊임없이 손과 발을 움직이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이웃에게 베푸는 그 너른 품은 만날 때마다 감동을 준다. 한결같은 그녀의 매일을 마주하면 마음이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바늘소녀가 준비해 준 따뜻한 공연에는 그녀를 닮은 인연들이 찾아와주었다. 아,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는 규택도 자신의 노래로 전주에서의 훌륭한 데뷔 무대를 만들었다.

 

▶진주 라일락센타에서의 공연.    ⓒ 이내

 

전주에는 우연히 들렀다 친구가 된 <가빈가배>라는 카페가 있다. 서울에서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온 커플이 만든 곳이다. 갈 때마다 내 노래가 가게에 울려퍼지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기억해두었다가 짠하고 내어준다.

 

이번에도 잠깐 들렀는데, 자고 가라며 집을 내어주었다. 따로 공연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영업 시간이 끝난 가게에서 두 사람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규택도 이 날의 공연 아닌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카페의 두 사장님은 결혼 준비로 마음이 바빴는데 우리 노래가 위로가 된다며 활짝 웃었다. 나는 이 두 사람의 웃음이 참 좋다.

 

떠돌이 음악가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 자신의 매일을 묵묵하게 살아주는 사람들을 여행 중에 만나다보니 노래가 떠올랐다. 오랜만의 신곡이다.

 

오래된 매일 - 이내

 

새노래를 부르고 싶었지
새로운 곳으로 찾아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생각을 찾아내고

 

오래된 마을에 찾아가
오래된 매일을 살아가는
오래된 사람을 보았네
오래된 마음에 젖어들었네

 

커다란 나무아래서 가만히 바라보네
계절이 틀림없이 찾아오는 곳
조용한 어둠속에서 노래를 그려보네
사람의 손이 시간을 조각하는 곳

 

달님도 별님도 강아지도
엄마도 아빠도 아가들도
때때로 감기를 앓으며
오래된 매일을 살아가네

 

새로운 곳으로 찾아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오래된 매일이 거기 있었네
오래된 매일이 거기 있었네

 

오래된 노래를 부를래
오래된 노래를 부를래
오래된 매일을 노래할래
오래된 매일을 노래할래

 

▶눈 쌓인 홍성에서. 조카의 손도장과 이내와 규택의 밴드 이름 ‘거의 매일 하나씩’   ⓒ 이내

 

* 오래된 매일 <라일락 센타> 공연 영상 https://youtu.be/MkQz2JXwU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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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20 [13:43]  최종편집: ⓒ 일다
 
ㄱㅎ 16/02/25 [18:06] 수정 삭제  
  떠돌이 음악가한테 매번 새로운 공간을 소개받는 게 참 즐겁다는~ 가보고 싶으네용.
jose 16/03/02 [15:12] 수정 삭제  
  동적이면서도 정적인 이내 씨의 칼럼 즐감했습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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