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방이 잡혀갔다고?”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28화

김담 | 기사입력 2016/03/23 [13:00]

“장서방이 잡혀갔다고?”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28화

김담 | 입력 : 2016/03/23 [13:00]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태섭은 오늘도 눈에 불을 켜고 문경지방의 유지들을 찾아 나섰다. 내로라하는 집성촌을 중심으로 사람을 미리 넣고 종손이나 집안 어른이라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만나고 다닌다. 참의원선거가 삼월이니 이제 코앞이라 마음이 조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강호식 의원에게 몇 차례 기별을 넣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도무지 서울에서 내려오질 않는다. 지난번 민의원 선거에 자신이 발 벗고 나서서 뛰어줄 때 참의원 선거 때는 반대로 민의원이 앞장서서 도와주겠노라 했건만 막상 때가 되어도 그의 얼굴은 볼 수도 없게 되었다. 입안에서는 쓴맛이 돌지만 지금 남 탓할 때가 아닌 걸 아는 태섭은 온 문경의 인사며 유지들을 섭외하고 다니는 중이다.

 

그래도 고추 달린 놈 하나를 집안에 떡하니 누여놓은 것이 왠지 든든하게 생각이 들어 팔다리에 기운도 나지만 주머니에서 쏙쏙 빠져나가는 뭉칫돈을 생각할 때마다 간이 따갑다. 이미 신흥땅은 눈 녹듯 사라졌고 태봉뜰도 상당 부분을 조합에 저당 잡혀놓은 상황이다. 시작할 때는 그저 응했을 뿐인데 막상 그동안 들어간 돈을 생각해보면 이제는 당선이 안 된다면 그야말로 망신살이 뻗칠 지경이다. 마누라는 선거에 아예 관심도 없다. 갓 태어난 한수로 인해 온 신경이 거기에 집중되어있어서 그렇고 그 외에 마땅히 자기의 선거를 도울만한 자도 없다.

 

태광이는 성품으로도 그저 동네사람들 정도 모아 탁주 한 사발 대접하며 한마디 할 정도이다. 잘못 앞에 내세우면 오히려 선거에 도움보다는 술 취해서 나올지도 모르는 언행이 걱정이라 태섭은 아예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먼지 길을 자전거로 다니기가 불편하여 지프차라도 한 대 사볼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놈의 값이 보통이 아니었다. 신작로라고는 해도 온통 돌부리길이다. 엉덩이가 얼얼해지도록 한참을 달려서 신기 골짜기에 도달했다. 저만치에서 큰 굴뚝위로 시커먼 연기가 콸콸 뿜어져 나오는 것도 보인다. 몇 년 전에 생겼다는 시멘트공장이다. 이곳에 있는 신씨 종손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하늘을 쳐다보는데 눈 속에 뭔가 들어가는 듯하고 다음은 따끔거리기 시작하여 눈을 손으로 비벼대며 미리 알고 있는 종가로 들어선다. 으레 그렇듯 태섭은 나이 지긋한 종손에게 인사치레로 주머니에서 한 뭉치 돈을 내놓고 종친들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십사 하고 부탁하고 또 다음마을로 향한다. 그러다 보면 논 두어 마지기 하루에 날리기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멈출 수도 없는 고장 난 기차처럼 돼버렸다.

 

또 신작로를 달리던 태섭은 문득 장서방이 생각난다. 머슴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허울일 뿐 제법 쓸 만한 사람인데 그리고 지금 같은 선거에 무언가 크게 도움도 될 사람인데 하고 돌부리를 피해 자전거를 몰면서 생각한다. 지난번에 들은 얘기도 있지 않은가? 서울의 감찰본부에 친구도 있다고? 어떻게 그 연줄을 이용만 할 수 있다면 문경경찰서장도 묶어둘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먼저 장서방에게 말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종손이 집안에 부리는 머슴에게 친구를 대동하여 선거를 도우라고? 참으로 어색하기 짝이 없는 구성이다. 하지만 이번의 기회는 자신이 그동안 무명의 인물에서 유명의 인물로 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이 들자 까짓 못할 일도 아니다 싶어 오늘저녁에는 장서방에게 말을 내어놓을 참이다. 바짓가랑이 끝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아침에 광났던 구두도 허연 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래도 또 어느 집 앞 대문간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옷을 털고 집안으로 들어서며 큰소리로 어른을 부른다. 이미 주머니 속은 거의 비어가는 것을 느끼며 오간장이 녹아내린다.

 

태광이와 함께 동네 한 바퀴 돌았다. 태광이는 할 일 없는 겨울의 소일거리로 그저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송아지가 잘 크는지 본다고 하지만 장서방은 애초부터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태광이 졸라서 할 수 없이 따라다닌다. 아홉 마리를 동네에 풀어놓았는데 다행히도 거의 대부분의 소가 잘 크고 있다. 오직 한 마리가 설사를 하고 잘 먹지 않는다고 하여 이런저런 처방도 태광이 남기고 왔다. 보통 때라면 집집마다 탁주 사발이라도 내놓고 말마디라도 주고받을 것이지만 태풍 후에는 그런 것도 말랐다. 입에 풀칠도 겨우 종갓집에서 꾸어다 먹는 것으로 대신하는 마당에 돈 주고 사먹어야 되는 탁주는 내년쯤에야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목을 축일 수 있다면야 좋을 것이지만 태광이나 장서방이나 그저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동네에 있는 창호네도 요즘은 술장사가 통 안 되고 있다. 몇 차례 동네에서 시끄러운 일이 터진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도 지전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솟을대문이 모퉁이에 보이는 길목에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시커먼 상자같이 생긴 지프차 한  대가 먼지를 뒤로 몰면서 선다.

 

먼지가 얼굴을 피해가길 바라며 한쪽으로 비켜서있는 태광이와 장서방을 향해 차문이 벌컥 열이더니 순경 하나가 내리는데 태광이의 눈에 익은 함창지서의 순경이다.

-안 그래도 종가에 가던 길인데- 하며 태광에게 말을 건넨 순경은 옆에 있는 장서방을 보고는 -이자가 혹? 장지우라는 사람이오?- 하고 태광에게 묻는 건지 장서방에게 묻는 건지 모르게 연신 장서방을 훑어본다. 장지우라? 장서방은 순간 불안한 생각이 들지만 태연하게 숨을 크게 들이쉬고 -예, 제가 장지우랍니다. 왜 그러시오?- 하자 순경은 아예 태광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고 장서방의 손을 덥석 잡고는 끌어대며 -빨리 갑시다- 하고 차로 밀어붙인다. 태광은 어리둥절하다. 또 무슨 일이 터졌길래 잡아간단 말인가?

-여보시오 이순경. 무슨 일인교?-

닫히기 직전의 문을 잡고 묻자 순경은 -내도 모립니다. 여 계신 문경서에서 나오신 과장님이 대동하라는 분부가 있어서 그럽니다- 하고 문을 콱 닫아버린다. 그러고 보니 차안에는 또 한 사람의 순경 모자를 쓴 자가 있는데 그냥 모자가 아니라 금테까지 두른 모자다. 장서방도 정신이 혼마하다. 마치 현장범처럼 차속으로 넣어지는 통에 미처 말도 할 틈이 없었다. 일단 또 크게 숨을 쉬어가면서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마땅히 긴급하게 체포될 만한 일도 없는데. 그러면 태근이라는 것이 알려졌단 말인가? 불과 오늘아침에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값도 치를 것이라 마음잡았는데 이렇게 막상 당하고 있다니 강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심장도 쾅쾅거리고 있는 걸 느낀다. 그래도 무슨 연유인지는 물어야 되겠다 싶어 -순경 양반, 도무지 무슨 일이오?- 하고 앞에 앉은 순경에게 장서방이 묻자 장서방 옆에 앉은 금테 두른 모자를 쓴 자가 머리를 앞으로만 둔 채로 묻는다.

-서울 감찰본부에 아는 사람이 있소?-

순간 장서방은 길게 한숨을 내쉰다. 자기가 잡혀가는 것이 아니라고 일순간 느끼면서 -감찰본부요? 예. 있긴 있습니다만 무슨 일로?- 하면서 고개를 둘려 망석처럼 앉아있는 자를 가만히 보니 견장도 번쩍거리고 모자도 보통 모자는 아니다. 그자는 여전히 눈도 깜짝 않고 입만 달싹거려 말을 한다.

-나도 모릅니다. 서장님이 분부를 내리셔서 같이 갈뿐입니다. 연행은 아니니 걱정 마시고-

아까는 감찰본부라더니 이제는 서장이라?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장서방은 일단 자신이 연행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안심을 하고 더 묻지 않고 동행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장서방을 태워보낸 태광은 솟을대문을 들어서며 -광수야!- 하고 마누라를 크게 부른다. 소향이 방문 앞에 신이 여러 개 있는 걸로 봐서 마누라뿐만 아니라 형수도 있는 게 분명하다.

-행수요. 안에 있는교?- 하자 문이 빼꼼하 열리고 마누라가 한쪽 볼때기만 내밀고 말한다.

-와카요? 살살 말하이소. 아 깰라-

태광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크게 나온 걸 느끼고 한층 낮은 목소리로 문 앞에 대고 말한다.

-행수요, 장서방이 달리갔심더. 행수는 압니꺼? 와 그카는지?-

한수를 중앙에 놓고 모두 둘러싸고 있던 통에 갑자기 장서방이 달려갔다는 말을 들은 큰아지매와 소향이 어리둥절하다. 큰아지매가 문을 잡고 머리를 내밀더니 기어이 일어서서 나온다. 문을 열어놓고 말을 주고받기에는 한수에게 너무 차가운 날씨여서다.

-달려갔다니 무슨 말입니까?-

흔히들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면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포승줄이 없어진 지금도 여전히 나도는 말이지만 자초지종을 모르는 큰아지매는 불안한 마음으로 묻고 그 소리를 방안에 있는 소향도 귀를 세워 듣고 있다.

-좀전에 말입니더. 지프차가 와서 다짜고짜 장서방을 싣고 갔뿌심더-

태광도 큰아지매도 서로의 눈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없다. 또 무슨 일이 밖에서 있었길래 사단이 났단 말인가 하는 큰아지매의 마음과는 달리 태광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장씨 아저씨가 잽히갔단 말입니꺼?-

마누라도 아예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태광에게 묻는데 큰아지매는 얼른 문을 닫으며 -공기가 차네- 하고 한수를 먼저 걱정한다. 마누라가 나오고 큰아지매는 안방으로 들어가고 태광은 마당에서 마누라에 설명을 하는데 방안에 있는 소향은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자신이 집을 떠날 때가 다가온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장씨 아저씨조차 영문 모르게 잡혀갔다니 한수를 내려다보며 저며 오는 가슴을 한숨으로 불어낸다.

 

지프차는 함창지서에는 서지도 않고 곧장 점촌의 경찰서로 직행했다. 순경이 번개같이 내리더니 과장이라는 자의 문을 열어주고 옆으로 서있는데 장서방이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앉아있자 눈짓으로 내리라는 시늉을 한다.

경찰서라는 것이 장서방에게는 그리 달가운 곳이 아니다.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비밀이 들통나기만 하면 제일 먼저 취조를 할 곳이 여기 아닌가 하는 어색한 마음과 함께 그들의 뒤를 따라 들어서니 과장이라는 자가 비로소 뒤를 돌아 장서방을 보며 -따라오시오- 하고 곧장 서장실이라고 쓰여진 문을 향해간다. 그런데 장서방은 왠지 경찰서 분위가 바쁜 건지 아니면 당황스러운지 경직되고 무거운 감을 느낀다. 도무지 경찰서장이 오라고 한 건지 아니면 서울의 감찰실장인 채송철이가 무슨 일을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연행이 아니라고 했으니 느긋한 심정으로 뒤를 따라 서장실로 들어선다. 과장은 직립자세로 경례를 붙이더니 큰소리로 -도착했습니다!- 하고 손을 내린다.

그 어께너머로 번쩍거리는 휘장을 몸에 두른 자가 보이고 그것이 송철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린 장서방은 서장이 손짓으로 과장을 나가라고 한 후까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대로 서있자 송철이가 빙긋이 웃으며 다가온다.

 

-놀랬나? 내가 바빠서 온다고 연락도 못하고 불쑥 왔다- 하며 손을 내민다. 장서방은 옆에 서장이 있는 것을 의식하여 엷은 미소로 답을 하며 송철의 손을 꽉 잡았다.

송철은 뒤에 서있는 경찰서장을 돌아보며 -우리가 정말로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디 조용히 얘기라도 나눌 곳을 안내해 주시구려-

경찰서장은 구둣발을 모아서 정립자세로 -여부가 있겠습니까? 곧 모실 곳을 준비하겠습니다- 하고 걸어 나가며 지나치는 장서방의 몰골을 훔쳐보는 것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서장이 나가자 비로소 장서방이 송철을 보며 -무슨 일이냐? 이런 촌구석까지 나들이를 다하고? 그렇게 서울에는 할 일이 없냐?- 하고 말하자 송철이가 서장의 긴 의자에 털썩 앉으며

-우선 앉아라. 여긴 아무도 없다- 하며 다리를 꼰다.

-하긴 알릴 수도 없으니 연락도 안 되겠지만…. 그래, 서울은 여전하지?-

장서방이 일일이 아름을 거론하는 것을 생략하고 묻는데 그 속에는 물론 홍의의 안부도 들어있다.

-오기 전에 누님도 뵙고 홍의도 봤지. 다 무고하다. 그저 다들 너 걱정이지 뭐 있냐?-

 

장서방을 향해 웃으며 말하는 송철의 얼굴이 장서방의 눈에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는다. 지난여름인가 서울서 보았을 때도 핼쑥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한층 검은 그림자가 짙어 보인다. 다시 한 번 장서방은 아무 말 없이 찬찬히 송철의 얼굴을 훑어보는데 송철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뭘 그리 보냐? 오랜만에 만났는데 친구보고 할 말도 그리 없냐?- 하고 핀잔을 준다. 장서방은 송철의 눈을 똑바로 한참을 본 후 무겁게 입을 연다.

-자네 건강은 괜찮나?- 하고 묻는데 서장실 문이 열리더니 서장이 들어선다.

-지금 준비됐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하자 송철이 힘들게 몸을 의자에서 일으키는데 아주 무겁게 보인다.

-자, 그럼 서장님 따라가보세나- 하며 웃지만 얼굴의 미소가 장서방 눈에 한없이 나약해 보인다. 아까 자기를 싣고 온 지프차가 송철이가 전용으로 타는 모양이다. 운전수도 같은 자고 차도 같은 차다. 서장이 마련했다는 요정에 들어선 송철은 따라 들어오는 서장에게 무어라 작은 소리로 말하고 서장은 차렷 자세로 경례를 붙이더니 돌아나간다. 둘만 남았다. 들어온 기생도 다 물리더니 송철은 장서방을 보고 -자 태근이, 오늘 근사한 거 한번 먹어보세. 물론 서울 누님이 하시는 것보다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말일세-

장서방 누나가 해주는 음식을 칭찬하는 것에 장서방도 역시 눈님의 음식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내가 묻지 않았나? 자네 건강은 어떠냐고?-

쾡 하게 움푹 파인 송철의 눈매가 예삿일은 아니라고 느낀 장서방은 조용히 묻지만 송철은 호탕하게 받아넘긴다.

-우리가 지금 건강 논할 나이는 아니지 않나? 내가 그리 약해 보이나? 걱정 말게. 이래봐도 내 눈 한번 힘주면 나는 새도 떨어진다네!- 하며 장서방에게 잔을 건네는데 손이 가볍게 떨린다. 장서방은 눈은 송철을 바라보며 손은 잔을 받는다. 사기로 만들어진 호로병에 매화가 그려진 것이 예쁘기보다는 연약해 보인다. 그것을 송철이 장서방의 잔에 철철 넘치게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따른다.

-자네에게 오는 것도 이것이 처음이고 마지막일세- 하고는 잔을 들어 목에 털어 넣는 것을 보고 장서방도 어수선한 마음을 녹이고 싶어 진을 입에 붓는다. 무슨 일이 있기는 있다 하고 느낀 장서방은 잔을 앞에 놓고 안주를 집어들 생각도 없이 송철을 응시하며 -그래, 무슨 일인가?- 단호하게 묻는 음성이 송철을 꼼짝달싹도 못하게 묶는 듯하다.

 

해거름한 겨울 초저녁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하루 종일 자전거품을 팔고 온 태섭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전거를 세워두지도 않고 밀쳐두고 방안으로 들어가는데 자전거 넘어지는 소리를 들은 큰아지매가 안방문을 열고나올 쯤 이미 태섭은 건넌방을 들어서고 있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는 마누라의 말을 들은 태섭은 문을 그대로 열어두고 앉는다. 열린 문을 닫으며 안지도 않고 서서 큰아지매는 -장서방한테 무슨 일이 있습니까?- 하고 태섭에게 묻는다. 피곤에 절은 태섭은 윗도리를 벗어 내던지다가 장서방이라는 말에 -일은 무슨 일? 장서장? 무슨 말하고 있는교? 지금!-

-서방님이 그러던데 아까 오후에 지서에서 잡아갔다고. 혹시 영감은 알고계신가 해서요-

-장서방이 잽히갔다고? 와? 운제?-

태섭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마누라의 말에 어안이 벙벙하다.

-태광이 좀 오라 카소. 지금. 도무지- 하며 태섭은 불안한 마음부터 든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