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를 내어 본 “사사의 점심(點心)”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경남 함양으로 귀촌한 것이 2014년 2월이었으니, 2년이 지났다. 그간에 굵직한 일들이 촘촘하다. 촌집으로 이사를 하고 시골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낼 때, 연애와 결혼과 이사와 출산이라는 인생 대 사건을 연달아 겪었다. 정신없이 2년이 지나갔다.
그런 와중에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포인트들을 콕콕 찍어두었다가 그림으로 쓱쓱 그려서 2주에 한번씩 <일다>에 건네는 일은 꽤나 숨 가쁜 것이었다. 마감일이 부담되었지만 그림이 쌓일수록 그 즐거움도 늘었다. 그래서 아기를 태중에 갖고서도 연재를 계속하고픈 욕심을 품었다.
아기를 낳은 후로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야했다. 아기가 자고 있는 틈을 타서 그림 작업을 할 때는 온 신경이 언제 깰지 모르는 딸아이에게 쏠렸다. 때론 혼자 놀거나 징징거리는 딸아이를 방치하면서, 미안하고 다급한 마음으로 작업을 정신없이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림과 글이 정성껏 나오지를 못하는 듯했다. 게다가 마감일을 넘기는 일도 잦아지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내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기가 40일 즈음 되었을 때 우리 세 식구(남편과 딸, 그리고 나)는 서울의 친정집에서 함양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출산 준비로 상경하고 두 달이나 비워져 있던 공간이다. 무척이나 돌아오고 싶었던 시골 보금자리에 온 것이 기뻐서 메모지에 세 식구가 마당에 서 있는 모습을 낙서처럼 끄적였다. 그것을 기억했다가 이번 마지막 연재 그림의 초안으로 삼았다.
그림에는 얼마 전 백일이 된 딸아이와 좌충우돌하는 초보 엄마·아빠, 이렇게 세 가족이 함양 집 앞마당에 나란히 서서 햇볕을 쬐고 있다. 행복한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그러하기를 바라며. 이렇게 잘 살다가 또 인연이 닿을 때 일상의 그림을 그려내는 일을 다시 시작하면, 풀어낼 이야기가 넉넉할 테니 참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내 그림을 보아주신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상상으로) 전하며, 스케치북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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