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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터진 동성커플 결혼식, 베트남에 무슨 일이?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성소수자 단체 ICS센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구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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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베트남 성소수자 단체 <ICS센터>

 

2008년에 창립된 ICS센터는 베트남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호찌민시 비영리단체다. 동성애자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고 긍정적으로 이미지 전환을 꾀하기 위해, ‘베트남 사회경제환경연구원’(iSEE)에서 실시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2011년에 iSEE와 스웨덴 국제개발협력청(SIDA)의 지원을 받아 독립적인 단체가 되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고, 성소수자 인권 캠페인을 진행하고, 성소수자 부모와 가족, 친구 연대모임을 운영하고, 동성결혼법 제정 운동 및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베트남에서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앞장서 왔다.

 

▶ 호찌민시 1군의 응우옌후에 광장에서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청사로 행진을 이어가는 <비엣퍼레이드>  ⓒICS센터

 

전국 도시에서 한 달간 이어지는 ‘비엣퍼레이드’

 

“나는 다르다.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2015년 8월 16일, 베트남의 성소수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호찌민시 한복판을 행진했다. 노동문화궁전에서 시작된 수천 명의 거리 행진은 통일궁, 노틀담 성당을 지나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청사가 있는 응우옌 후에 광장에서 마무리되었다.

 

한국에서는 오는 6월 11일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9일간 펼쳐질 예정이다. 베트남의 퀴어퍼레이드인 ‘비엣프라이드’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데, 전국 규모의 거대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수도인 하노이를 비롯해 하이퐁, 다낭, 뀌년, 냐짱, 호찌민, 붕따우, 벤쩨, 까마우 등 약 한 달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무지개 퍼레이드가 이어지는 것이다.

 

집회와 시위, 거리 행진 등이 자유롭지 못한 베트남 사회에서는 놀라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에서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비엣프라이드 개최와 더불어 베트남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ICS센터>를 찾아가 베트남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ICS센터 사무실 입구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 멋지던데요. “다음 품목들은 반입이 불가합니다. 무기, 가연성 물질, 술, 차별, 편견!”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게 되더군요.

 

쩐 칵 뚱(ICS센터 대표, 이하 뚱): 그 어떤 차별과 편견도 거부하는 성소수자들의 메시지를 위트 있게 담아보려 했어요. 너무 무겁지 않게, 친근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하니까요.

 

▶ <ICS센터> 대표 쩐 칵 뚱  ⓒ 아맙

 

성소수자 이미지 개선, 첫 타깃은 언론!

 

수정: 최근 뉴스와 페이스북을 통해 베트남 성소수자들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퍼레이드와 축제를 벌이는 건 물론, 결혼식도 올리고요.

 

뚱: 최근 몇 년 사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 공간에서 성소수자들이 모임을 갖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사회의 음지에서 몇몇 사람들끼리만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소규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용히 활동할 뿐이었죠.

 

2008년에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사회경제환경연구원’(iSEE)이 베트남 성소수자들의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포럼을 열었는데요. 그동안 서로를 잘 알지 못하던 베트남의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정말 역사적인 만남이었어요. 공식적인 자리에 성소수자들이 모인 것이 처음이었거든요.

 

서로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성소수자들이 모여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허무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우리 사이에서도 ‘레즈비언들이 담배를 많이 피워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든지, ‘트랜스젠더들의 과도한 화장 때문에 다른 성소수자들도 비슷한 오해를 받는다’는 등의 낭설이 퍼져 있었거든요. (웃음) 그날 포럼을 계기로 성소수자들의 연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11월에 <ICS센터>를 설립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죠.

 

▶ 2015년 비엣프라이드 행진이 시작된 호찌민시 노동문화궁전.  ⓒ ICS센터

 

수정: <ICS센터> 활동 초기에 언론 관계자들을 초청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기자 연수 프로그램을 조직했다고 들었습니다.

 

뚱: 센터 설립 당시에 활동가가 겨우 다섯 명이었어요. 사무실도 없어서 커피숍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죠.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였기 때문에, 먼저 언론의 시선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기자들을 향해 첫 포문을 연 것이죠! (웃음) 당시 자체 조사에서는 전체 언론사의 절반이 넘는 기자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갖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언론이 올바른 관점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다면 대중의 시선이 바뀌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베트남 전국의 언론사 기자들과 편집장 24명을 초청해 사흘간 하롱베이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성소수자 인권 현황에 대해 세미나와 포럼을 진행했어요. 그 뒤 언론은 성소수자와 관련한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전처럼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가십거리로 치부하지 않게 되는 등 상당수 기자들의 시선이 달라졌죠. 우리의 타깃이 정확했던 거예요! (웃음) 지금은 성소수자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악의적인 보도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동성결혼 금지 조항 폐기, 앞으로의 과제는

 

수정: 2015년부터 베트남이 동성결혼 금지법 조항을 폐기했습니다. 실제 베트남 성소수자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뚱: 정부가 기존 동성결혼 금지법을 폐기했죠. 하지만 동성결혼을 공식 인정한 건 아닙니다. 성소수자 커플이 결혼식은 할 수 있어도 법적 부부로 인정받지는 못해요. 최근 1년간 베트남 곳곳에서 봇물이 터지듯 수많은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예전에는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이 일종의 정치적, 반사회적 행위로 간주되어 수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여론의 질타를 받고 심지어 벌금형에 처해지기도 했죠. 당사자와 가족들이 인민위원회에 불려가 특별교육을 받기도 했어요. 이게 불과 4년 전의 일입니다.

 

우리는 혼인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여론의 지지도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성소수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채 폐기되기 일쑤였는데, 요즘엔 사회 이슈로 주목받고 있어 국회에서 법안 처리에도 탄력을 받고 있어요.

 

▶ 2013년 7월 호찌민시에서 열린 국회의원과 성소수자들의 대화 포럼.  ⓒ ICS센터

 

수정: 베트남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중심에 <ICS센터>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뚱: 매해 중점 사업을 두고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청년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했고, 2012년에는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을 벌였어요. 덕분에 2013년부터 법무부가 동성결혼 금지 조항을 폐기하는 혼인가족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었죠. 2015년에는 결국 금지법이 폐지되었고요.

 

법률 분야에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자 2013년부터는 성소수자의 가족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사실 성소수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가 바로 ‘가족’인데요, 성소수자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센터와 함께 <베트남 성소수자 부모·가족·친구 모임>(PFLAG Viet Nam)을 만들어 현재 베트남 10개 성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트랜스젠더 인권 문제와 그들의 노동 문제에 주목해 활동을 펼쳤고요.

 

해마다 베트남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알리는 ‘비엣퍼레이드’를 열고 있는데요. 갈수록 그 열기가 뜨거워져 처음에 수도 하노이에서만 열리던 퍼레이드에 지금은 베트남 전국의 26개 성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감성적인 측면에서 대중에게 알리려고 했어요. ‘나는 동의합니다’, ‘우리 아이를 이해합시다’, ‘사랑은 사랑입니다’ 등의 구호를 건 캠페인을 벌였죠. 점차적으로 가치, 권리, 성평등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 베트남 성소수자 부모·가족·친구 모임(PFLAG Viet Nam)   ⓒ ICS센터

 

베트남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열려있죠

 

수정: 아시아의 주변 국가와 비교할 때, 베트남의 성소수자 인권 현황은 어떤 편이라고 보세요?

 

뚱: 베트남은 공동체 성향이 강한 나라예요. 그래서 베트남 성소수자들의 결속력도 강하고 연대도 잘 되는 편이죠. 물론 베트남에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있지만, 심각할 정도로 공격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게이라고 해서 욕설을 하거나 때리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대부분 언어폭력에 머물죠.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의 극단적인 사례는 적은 편이예요.

 

한국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대가 거세다고 들었는데요. 베트남의 기독교인 비율이 낮은 것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베트남인 다수가 믿는 불교는 베트남 사람들의 전통,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특정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거든요. 다른 나라에 비해 베트남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열려 있고 포용력을 가지고 있는 편이죠. 성소수자는 물론 외국인이나 외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베트남에 여행 온 외국 성소수자들이 베트남의 이런 점을 보고 놀라워하죠.

 

수정: 성소수자들 중에서도 트랜스젠더들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요, 베트남 사회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뚱: 베트남에는 전체 인구 9천만 명 중 27만여 명이 트랜스젠더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성전환자가 성별 변경을 할 수 있도록 법률이 마련되었지만 아직 시행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베트남의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죠. 다만 성전환 수술이 합법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베트남 트랜스젠더들은 주로 태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을 했습니다. 대부분 혼자 국경을 넘어 보호자도 없이 수술을 받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 전신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손을 잡아 줄 친구 한 명이 없어 침대 난간 손잡이를 잡아야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수술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도 많죠. 이처럼 나홀로 해외원정수술이 이어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죠. 어서 빨리 베트남에서도 수술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수술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회복도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시사프로, 영화, 다큐로 만나는 성소수자들

 

▶ 트랜스젠더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풍 언니의 마지막 여정> 포스터

수정: 한국에는 대표적으로 배우 홍석천, 하리수, 이시연 씨,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 등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바 있습니다. 김조광수 감독은 한국 최초의 공개적인 게이 커플 결혼식을 올리고, 자신의 결혼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페어 웨딩>(장희선 감독, 2015)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베트남에도 유명 배우나 예술가들이 커밍아웃을 한 사례가 있나요? 또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뚱: 저도 <마이 페어 웨딩>을 봤습니다. 무척 감명 깊은 영화였어요. 베트남에는 아직까지 유명 연예인의 커밍아웃은 없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소문만 무성하죠. 공개적인 커밍아웃은 엄두를 못내는 것 같아요. 대신 그들은 성소수자 인권 관련 사업을 물밑에서 지원해주고 있죠. 요즘은 공중파 방송에서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우호적인 입장에서 다루는 시사프로나 다큐멘터리가 늘고 있습니다.

 

2011년에 호찌민시에 사는 게이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영화 <사이공의 실낙원>이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았고요. 2014년에는 베트남 트랜스젠더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풍 언니의 마지막 여정>이 큰 화제가 되었어요. 반응이 정말 뜨거웠는데 파리, 뉴욕, 인도네시아 등의 영화제에도 초청되었습니다. 극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서 무려 4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다큐멘터리 영화의 흥행 기록을 깼어요. 정말 대단했죠!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성소수자들은 주로 조연급이었는데 지금은 당당한 주인공으로 세상과 만나고 있어요.

 

수정: 오늘 나눈 베트남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잘 전해져서 한국 사회에도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합니다. ICS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향후 계획이나 사업을 소개해주세요.

 

뚱: 처음에는 ‘게이는 병이 아닙니다!’와 같이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일을 했고요, 지금은 가족과 사회 공동체를 문화적인 측면에서 설득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보다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측면에서 해결해나가고자 합니다. 대중의 인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정부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도 성소수자 인권이 빠른 속도로 신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랜스젠더의 인정, 동성결혼 합법화, 성소수자 차별금지법 실시 등 명확한 법적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장애인 인권이나 에이즈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성소수자 단체는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죠. 지난 몇 년간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제도적 차원에서 꼭 결실을 맺고 싶습니다.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베트남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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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06 [12:12]  최종편집: ⓒ 일다
 
블루 16/06/07 [14:33] 수정 삭제  
  부.. 부럽다.. 국민성이 타인에게 열려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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