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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만드는 친구들과 ‘부산발 진주행’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책방지기의 자리에 앉아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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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진주에서 3일간 ‘소소책방’ 알바를 맡다

 

“이내씨, 3일간 책방 알바 해줄래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진주의 ‘소소책방’에서 연락이 왔다. 책방지기가 3일간의 출장 스케줄에 맞추어 책방을 좀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 재밌어 보이는 제안을 흔쾌히 승락하고 부산의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주로 부산 중앙동 독립서점 ‘업스테어’에서 모여 노는,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친구들-호랑이 출판사, 촉 Chaaalk, 스몰바치북스-이다.

 

▶  진주의 소소책방에서 3일간 책방지기가 되는 알바를 했다.  ⓒ촉 Chaaalk

 

일단 이들과 함께 진주 소풍을 계획했다. 내 2집 앨범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를 녹음한 진주의 여러 장소들을 보여주는 짧은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심야버스 안에서, 내가 책방 알바를 하는 주말동안 우리가 만든 작은 책들을 들고 북마켓을 열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여섯 명이 버스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이름을 정했다. <부산‘발’ 진주‘행’> 지역 이름을 빼면 ‘발행’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한자가 출판물을 발행한다고 할 때와 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러니까 이 모든 우연과 인연이 합쳐진 것이 <부산발 진주행>이다.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라기보다 그때그때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야기가 되었다. 재능 있는 다양한 친구들이 모이니 일의 모양새가 더욱 다채로워진다.

 

재미나 보이는 아이디어를 던지면 ‘재밌겠다’를 외치며 살을 붙여 나간다. 스몰바치북스의 제비가 의견을 모아 포스터를 만드는 회의를 열었는데, 그녀의 작업실에 우르르 몰려가서 재미난 대화의 꽃을 피우다 보니 재주꾼 제비는 척척 그 내용으로 포스터를 만들어 냈다. 모두의 작은 출판물들을 소개하는 인쇄물은 호랑이출판사의 주영이 맡았다.

 

생각에서 현실로 작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마법사들 같았다. 서로 일을 미루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각자 자신의 역할을 세심하게 찾아 직접 나서는 태도가 서로에게 응원이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배우게 되었다.

 

 스몰바치북스의 제비가 우리의 대화를 모아 만든  <부산발 진주행> 포스터. 

 

부산친구들의 작품을 배치하며 책방 문을 열다

 

나는 하루 일찍 진주로 가서 책방을 지키는 이런 저런 방법들을 전수받았다. 다른 것들은 알아서 하면 된다고 하시면서 ‘소소책방’에서 새 책을 구입하면 서비스로 해주는 책싸개 방법을 특히 신경 써 일러주셨다. 꼼꼼한 설명과 며칠간의 실습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하나 손에 익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책방지기의 비밀 작업장 같은 책방 한 구석 공간이 며칠간 내 자리가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썩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생각보다 바빴던 3일 알바의 일정 때문에 그 공간은 주로 책값 계산하는 데 쓰였다.

 

알바 첫 날, 다음날 내려올 부산 친구들의 작업물들을 이리저리 배치하며 책방을 열었다. 음악도 틀고 커피도 내려 마시고 사진도 이리 저리 찍으며 보내는 신나는 혼자만의 시간은 잠깐, 생각보다 사람들이 자주 찾아왔고 신경 쓸 일들이 꾸준히 생겼다. ‘소소책방’의 방주님을 포함하여 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들의 얼굴이 여럿 떠올랐다. 다들 이렇게 성실히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어왔구나 하는 생각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노동(?)을 마치고 찾아간 진주의 오래된 카페 ‘다원’(성실히 사람들을 맞이하는 대표적인 곳!)에서 특별히 준비해준 정성스러운 안주와 와인이었다. 정말이지 ‘다원’과 ‘소소책방’을 만나게 된 것은 내 인생 손꼽히는 축복임에 틀림없다.

 

▶ 진주의 오래된 카페 <다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위해 와인과 안주를 준비해두셨다.    ⓒ이내

 

‘부산발 OO행’ 우연과 인연의 모험은 계속된다

 

본격적인 이벤트가 펼쳐진 둘째 날과 짧았던 알바의 마지막 날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다. 특히 각자가 주제를 정해 준비한 “발행토크-책 만드는 사람, 책 파는 사람” 코너는 우리 팀 안에서도 서로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손수 만든 소량 생산이라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 책들도, 각자의 소개를 거치니 방문자들이 더 많이 구입해주셨다. 하루에 세 개의 행사를 바투하고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자꾸만 미간을 찌푸리며 황망한 표정을 짓게 되었지만, 내 친구들의 작업물이 팔려나가는 기쁨이 훨씬 더 컸다.

 

당분간 새로운 ‘발행’은 없을 것이라고, 큰일을 치른 백수 지향의 우리들은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언젠가 또 우연히 작당이 시작될 것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는 눈치다. 처음 이야기 나왔던 ‘부산발 OO행’의 빈 칸에 우리는 각자 가고 싶은 세계 각지의 이름을 넣어 부르며 함께 설레어했으니.

 

 소소책방에서 진행한  <부산발 진주행> 중에서 "발행토크-책 만드는 사람, 책 파는 사람"  ⓒ진주 단디뉴스

 

우연과 인연의 작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산발 진주행을 위해 ‘촉 Chaaalk’에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었던 그림책은 소소책방의 출판사 ‘소소문고’를 통해 책등이 있는 책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또, 스몰바치북스가 가을에 일본 대마도에서 참여하는 행사에 다같이 여행 삼아 가보기로 했다. 나는 틈만 나면 내가 자주 공연하러 가는 곳에 ‘부산발 OO행’을 해 보자고 제안한다.

 

일을 벌이면 다시 미간을 찌푸리고 황망한 표정이 될 것이 빤하지만,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마음을 일단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이 우연과 인연의 모험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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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11 [19:38]  최종편집: ⓒ www.ildaro.com
 
나무 16/06/13 [11:06] 수정 삭제  
  센스돋네요 ㅎㅎ 발행토크 어떤 얘기 오갔는지 궁금합니다
버스정류장 16/07/01 [22:31] 수정 삭제  
  부산발 함창행 -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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