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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여성주의”를 확산시키자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를 만나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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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좀 더 시야를 넓혀 해외 페미니즘 이슈를 꾸준히 접하고 싶다면, 혹은 특정 언론사 편집인의 편집 없이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거침없이 써 내려간 칼럼을 읽어보고 싶다면 매일 이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좋겠다.

 

femidea.com

 

연구자, 학생 등 20~30대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만든 이 공간은 ‘더 많은 여성주의’를 꿈꾸는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다. ‘페미니스트’와 ‘아이디어’의 합성어인 ‘페미디아’는 주로 외신을 번역해 전하고, 페미니즘 관련 해외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칼럼을 기고 받아 올리거나 페미니즘 굿즈(goods. 상품)를 만들어 파는 것도 이들의 활동 중 하나다.

 

▶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 구성원들과 만나다.   ⓒ일다

 

우리에겐 “조금 더 많은 여성주의”가 필요해

 

지난 5월 9일에 출발한 페미디아 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2~3개의 외신 번역, 연구 소개, 칼럼, 웹툰 등이 올라온다.

 

“누구를 위하여 페미니즘은 유(有)잼이어야 하는가?”처럼 통통 튀는 제목의 외신칼럼부터 ‘HeforShe’ 연설을 한 엠마 왓슨에게 열광했던 언니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연예인들을 앞세운 페미니즘’은 실패했는가?”, 여자기숙사 통금에 맞선 대만 FJU학생들 이야기를 전한 “여학생들은 신데렐라다?”, 그리고 지난 5월 엄기호씨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 대한 반론 “여성들은 외로움보다 살해가 두렵다 – 엄기호의 <사랑과 난입>에 대답하며”까지, 그 내용도 다채롭다.

 

최근에는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스탠포드 대학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허락을 얻어, 피해자가 법정에서 낭독한 편지 전문을 번역해 게재하기도 했다. 이 편지 전문은 SNS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70명에 달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이 공간에서 번역을 하고 칼럼을 쓰고 디자인을 하면서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쏟아 붓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팀과 게임팀도 꾸려져서 여성주의 시각이 담긴 게임, 영상 등 또 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작당 중이다. 대체 어떤 열정이 그녀들을 움직이고 있을까? 홍대 앞의 한 카페에서 페미디아 구성원들을 만났다.

 

해외 여성주의 연구와 정보를 공유하자

 

“올해 1월까지 회사를 다녔어요. 회사에서는 남자들이 대부분의 결정을 하잖아요. 여자인 우리가 아무리 일을 잘하고 노력해도 한계가 있고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외국에서 좋은 페미니즘 기사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한국에 전달되는 건 거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대학원에 다니니까 여성학에서 어떤 논의들이 있는지 주워들을 수 있는데 이런 논의들이 대중과는 잘 못 섞이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놀라운 추진력의 소유자 진달래씨는 “남자 눈치 보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보고 싶은 여성주의 컨텐츠를 생산하고자 페미디아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4월 12일에 페이스북에 짧은 제안 글을 올렸어요. ‘여성에 관한 보도를 번역하고, 여성주의 연구를 소개하는 웹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있나요?’ 순식간에 댓글이 50개 달렸죠. 제가 원래 알고 있던 분은 5~6명뿐이고 나머지는 건너건너 알게 되신 분들이었어요. 정말 신기하게 일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기회가 왔을 때 이걸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5월 9일을 D-DAY로 잡았어요. 3주 앞두고 창간 준비를 시작한 거죠.”

 

이후 토론이 시작됐다. “어떤 사이트로 만들 것인가? 어떤 조직을 만들 것인가? 보도 가이드라인과 운영 원칙은 어때야 할까? 어떤 글부터 번역하고 소개할 것인가?” 수차례의 브레인스토밍 끝에 사이트 이름도 정하고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이라는, 성격에 딱 들어맞는 부제도 정했다.

 

진달래씨의 페이스북 제안 글에 한 친구가 “좋아요”를 누르는 바람에 우연히 이 글을 보고 합류하게 된 토미요(별칭)씨는 현재 중남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8월부터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할 예정인 그녀는 장차 스페인어로 된 외신을 번역할 거라고.

 

“내가 하는 공부가 내가 사는 곳과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내가 어떤 얘기를 직접 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좋은 얘기들이 많이 있고 이걸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페미디아 제안 글을 보고 나도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선뜻 합류했죠.”

 

▶ 퀴어문화축제와 함께한 페미디아(femidia.com) 구성원들.   ⓒ 페미디아 페이스북 페이지

 

여자로 살면서 겪은 부당함이 우리의 동력

 

페미디아는 현재 번역팀, 연구소개팀, 영상팀, 게임팀, 운영팀, 세미나팀 이렇게 총 6개의 팀이 가동 중이다. 칼럼은 팀에 상관없이 받고 있다. 번역팀이나 연구소개팀에서 글을 보내오면 운영팀이 매일 새벽까지 편집해서 하루에 2~3개의 글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 수고로운 노동의 열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묻자 진달래씨는 “억울함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한다.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억울함이 이 일에 매진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뜻. 다른 구성원들도 이심전심으로 답한다.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하고 현재 논술 강사를 하고 있는 지은씨는 일본외신 번역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그녀는 한 사회적 기업에 일본어 재능기부를 하고 있었던 참에 페미디아를 만나게 됐다. 지은씨는 대가없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임에도 “예전에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저는 ‘쪼래비’였어요. 칭찬을 받아봤자 나는 ‘여자애’일 뿐인 거죠. 구체적인 장면만 다를 뿐, 여성으로서 살면서 겪는 부당함은 누구나 비슷하다고 봐요. 그래서 이 작업에 애착이 더 커요. 번역 거리를 찾고 저작권 문제로 필자들한테 메일 보내고, 계속 이 작업에만 매달려 있어요.”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최근 한 연구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빠른(별칭)씨는 연구소개팀에 속해 퀴어(queer)와 섹슈얼리티 관련 연구를 소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이 공간에 모여든 이유가 뭘까 묻자, 빠른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손쉽게,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다는 게 이 공간의 장점인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번역이나 연구 소개를 해서 보내면 편집진이 알아서 편집해주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해 주니까,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로써 뭔가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생겨요. 학생이나 연구자처럼 공부만 하던 사람들이 그동안 사회에 기여할 수 없는 방법이 없어서 답답해하고만 있다가 이번에 많이 모여든 것 같아요. 여성혐오 등 사회적 분위기도 ‘나도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데 한 몫 했겠죠.”

 

페미니즘 굿즈? 페미니스트들이 제작해야죠!

 

▶ 페미디아의 출판 펀딩 프로젝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진달래씨는 페미니즘 굿즈(goods. 상품)로 제일 돈을 많이 버는 회사가 모 인터넷 서점 일거라면서(이 대목에서 모두 같이 분개했다), “페미니즘 굿즈를 여자인 우리가 만들어서 우리가 팔 것”이라고 말한다.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현재 페미디아의 물주(物主)이자 운영진인 마이크(별칭)씨는 “페미디아는 적절한 타이밍을 타고 태어난 매체에요. 시대 조류와 맞아 떨어졌죠” 라고 말한다. “지금은 페미니즘 관련 상품이 잘 팔릴 시기”라는 얘기다.

 

5월 말~6월 초 페미디아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홍보 스티커, 타투 스티커 등을 만들어 팔았는데 판매 기간 종료 전 매진됐다. 최근에는 텀블벅(Tumblebug. 창작자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소책자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출판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소책자는 늘 남성들을 설득해 보라고 요구받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책이다. 그렇다고 남성들을 잘 설득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원치 않는 대화는 애초에 끊어내고, 논쟁을 시작할 땐 기존의 흐름을 바꾸는 것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무례한 말에 지고 싶지 않을 때 통쾌하게 한 방을 먹이고, 기꺼이 대답해 주고 싶으면 적절하고 멋진 대답으로 같이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지침을 주는 책이다. 이론서라기보다 “대화하다 말이 막힐 때를 대비해 바로 쓸 수 있는 실전용 매뉴얼”인 셈이다.

 

프로젝트를 밀어주는 사람에게 후원 액수에 따라 소책자와 뱃지, 라이터, 머그컵, 텀블러 등을 주는 이 기획에 총 2천642명의 후원자가 참여했다. 목표액 2백만 원을 가뿐히 넘겨 버리더니 무려 목표액의 2,184%(약 4천370만원)를 달성했다. 지금, 여성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정확하게 간파해 낸 덕분이다.

 

긴 호흡으로, 지속가능한 운영을 고민하며

 

사업자등록까지 한 ‘페미디아’가 출발할 때부터 고민해 온 건 지속가능한 운영이다. 대학생, 대학원생, 유학생이 대부분인 20~30대 여성들의 무급 재능기부만으로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생산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려면 물적인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에 운영진의 고민이 깊다. 각종 펀딩과 광고, 페미니즘 굿즈 등으로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페미디아가 보여준 추진력과 사업 마인드라면 실현 불가능할 것도 없겠다 싶다. “각자의 절박함으로 준비해 온 시간”만큼 페미디아가 더 풍성한 열매를 오래 오래 가꿔가길 기대한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페미디아가 준비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 시작에 기꺼이 함께해 주신 분들, 그리고 페미디아를 반겨 주신 모든 분들께서 그동안 각각의 절박함으로 각자 준비해 온 시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천천히 우리가 함께이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조금 더 많은 여성주의’에 집중하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꿈꾸려 합니다. 이렇게 여러분과 페미디아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페미디아 창간사, 2016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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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29 [11:13]  최종편집: ⓒ 일다
 
말빨 펀치 16/07/01 [17:29] 수정 삭제  
  안 그래도 포털 사이트 링크를 통해 페미디아 기사보고 주목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단시간에 준비해서 만들어진 거라니...더 인상적이네요! 인터뷰에서 언급한대로 지속가능한 미디어로 서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외신번역기사의 경우, 문체가 너무 번역체라 다소 거슬릴때도 있어요. 우리말 정서상 잘 와닿지 않는다거나. 이 부분에 대한 고민 부탁해요
Ryu Han 16/12/04 [19:39] 수정 삭제  
  페미디아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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