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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빨리 가기보다, 함께 멀리 가라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기업가의 책방
<여성주의 저널 일다> 구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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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기업가의 책방> 소개

 

2012년 말 창립된 <기업가의 책방>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해외 유학을 통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베트남의 대학생들을 위해, 유학 자격증시험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며 보다 공평한 유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호찌민시 비영리단체다. 전문 강사와 공인재무분석가(CFA), 영국 국제회계사(ACCA), 경영대학원 입학시험(GMAT), 영어시험(TOEPL, IELTS) 등을 준비하는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며, 학비는 일반 학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유학 준비와 학습 노하우를 공유하는 간담회, 포럼 등을 열고 형편이 어려운 고학생들을 위한 장학 사업에도 힘을 쏟는다.

 

▶ <기억가의 책방>에서 전문 강사에게 밀착 지도를 받는 스터디 그룹 학생들.  ⓒ기업가의 책방

 

‘흙수저’ 학생들에게도 유학의 기회를!

 

인구가 9천3백만 명인 베트남은 세계에서 1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그중 10세~24세 인구가 40%에 달하며, 15~59세 노동인구가 70%에 달하기 때문에 ‘젊은 나라’, ‘노동력이 풍부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꾸준한 경제 성장의 흐름 속에서 베트남 청년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해외 유학 증가 추세가 눈에 띈다. 베트남의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 각국 정부와 대학교, 외국계 기업들에서 장학 지원이 늘면서 유학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시에는 유학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학을 가기 위해 학원 수강료를 알아보는 순간 숨이 막힌다. 불과 10주 수업을 받기 위한 학원비가 한 학기 대학 등록금의 몇 배가 넘는다. 한국의 ‘흙수저 금주서 논란’처럼 베트남도 가난한 집안 학생과 부유한 집안 학생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호찌민시에서 공평한 유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더 멀리 함께’ 성장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회적 기업이 있어 <아맙>이 만나 보았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한국의 대학생들은 주로 학교나 지역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스터디 모임을 꾸려 공부하는 편입니다. 베트남은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이 부족한데, 학생들이 어떻게 스터디 그룹을 꾸릴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기업가의 책방>에 관한 기사를 읽고 꼭 한 번 만나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호앙 티 투 짱(<기업가의 책방> 프로젝트 매니저, 이하 짱): 한국의 경우는 잘 모르지만 베트남 학생들이 별도로 모여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아요. 커피숍도 시끄러운 곳이 많고 음료비도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죠. 외국의 활발한 스터디 그룹 문화를 보고 베트남의 현실에 맞게 아이디어를 낸 게 <기업가의 책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기업가의 책방> 프로젝트 매니저 호앙 티 투 짱.  ⓒ아맙

 

배움의 기회를 얻었던 청년들이 돌아와 강사로

 

수정: <기업가의 책방>은 베트남에서 매우 독특한 성격의 단체입니다. 처음에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짱: 먼저 창립자 푹의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푹은 노력과 성실로 똘똘 뭉친 당찬 대학생이었습니다. 졸업 후 그는 외국계기업에 회계사로 취직해서 유능한 동료들과 함께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족스런 삶을 살았어요. 그런데, 23살의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그만둡니다. 대학 시절부터 품었던 해외 유학의 꿈에 도전하기 위해서였죠.

 

유학에 필요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녀야 했는데, 푹은 집안 형편 때문에 비싼 학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푹은 주변의 지인들,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을 총동원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을 모아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허름한 커피숍의 한 모퉁이에서 알음알음 유학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시험을 준비했죠. 회계사나 유학 경험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스터디 그룹 덕분에 그는 영어와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운 좋게 장학금까지 받아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기업가의 책방>을 만들게 된 거죠.

 

수정: 스터디 그룹을 했던 경험이 <기업가의 책방> 창업으로 이어진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짱: 원래 <기업가의 책방>은 푹이 MBA 과정을 공부하면서 학과 학생들과 준비한 창업 아이템 가운데 하나였어요. 프로젝트를 수립한 푹은 인터넷을 통해 베트남에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소통하면서 <기업가의 책방>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고 책과 자료를 공유하는 모임이었어요.

미주리대학을 졸업한 푹은 하버드대학에 들어갈 기회를 얻었고, NPO-NGO 경영 수업을 들으면서 <기업가의 책방>을 스터디 그룹과 전문 강사를 결합시킨 지금의 모델로 발전시켰어요. 저도 처음엔 자원봉사자로 인연을 맺었죠. 푹 외에도 갖은 노력 끝에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청년들이 <기업가의 책방>의 설립 취지에 공감해 하나둘씩 강사로 합류하기 시작했어요.

 

▶ 유학 준비 및 면접 노하우에 관해 경험자와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는 간담회.  ⓒ기업가의 책방

 

‘나홀로 성공’보단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

 

수정: 요즘 유학을 꿈꾸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유학을 떠나는 베트남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고요. 일반 학원과 <기업가의 책방>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짱: 현재 해외 베트남 유학생 수가 11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어요. 주로 호주,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한국 등으로 가고 그 수도 점점 늘고 있죠. 유학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학원에 다니는 게 가장 일반적인데, 학비가 거의 8백~1천 달러에 달해 웬만한 학생들도 엄두를 못 낼 정도입니다. 학비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죠.

 

<기업가의 책방>은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면서, 강사에게 밀착 지도를 받는 시스템을 통해 학비를 일반 수준의 3분 1 정도로 낮췄습니다. 한 강의실에 수십 명의 학생이 북적대는 학원들과 달리 <기업가의 책방> 스터디 그룹은 10~15명 정도의 소규모로 운영되죠. 학생들은 경쟁이 아닌 협동을 통해 서로 유용한 정보를 나누고, 서류 준비에서부터 장학금 신청까지 함께합니다. 또 해외 유학을 경험한 강사들이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학습 노하우나 자기 관리 등의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요.

 

수정: 고학생들을 위한 수업료 할인이라든지 장학금 등의 지원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짱: 스터디 그룹마다 팀장을 두고 수업료를 전액 지원해요. 팀장은 수업 준비나 강사와 학생들 사이의 연락과 소통을 돕는 일을 하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팀장을 맡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의 책방> 수업료를 전액 혹은 반액 지원하는 방식의 장학지원 사업도 하고 있는데요, 사회봉사 경력이 많거나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는 학생들로부터 신청서를 받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시험을 통과하면 학비의 일부를 돌려주기도 하고요.

 

학생들이 <기업가의 책방>을 찾는 이유는 저렴한 수업료 때문인데요,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면서 시험 공부를 병행하고 있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학생들이 <기업가의 책방>을 만나 파이팅을 외칠 수 있는 건, 스터디 그룹의 결속력과 ‘우리 함께 가자!’라는 연대의식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기업가의 책방>과 함께하는 강사들은 나홀로 성공보다는 함께 멀리 가는 인생을 지향하는 청년들입니다. 강사료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적 의의에 공감해서 <기업가의 책방>에 참여했기 때문에 굉장히 열성적으로 강의를 하고, 학생들도 큰 자극을 받죠. 수업이 끝나고 시험을 치르면 스터디 그룹은 해체되지만, 이때 맺은 유대관계는 그 이후에도 오래 지속됩니다. 서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죠.

 

▶ 호찌민시의 한 커피숍에서 열린 경영대학원 입학시험(GMAT) 경험자와의 좌담회.  ⓒ기업가의 책방

 

학교가 열어주지 못하는 기회의 평등, 우리 손으로

 

수정: 스터디 그룹 이외에 <기업가의 책방>에서 하고 있는 다른 사업이 있나요?

 

짱: 학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격증 시험에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인터넷에 보면 공인재무분석가(CFA) 시험 관련 영상 자료가 참 많이 있거든요. 학생들이 이 자료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베트남어 자막을 넣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죠.

 

또 공인재무분석가(CFA), 영국국제회계사(ACCA) 시험을 준비하거나 회계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PwC,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KPMG 등 ‘4대 회계법인’(Big Four)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간담회를 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전문가에게 현실적인 조언이나 노하우 등을 들을 수 있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도 있는 자리죠.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에게는 시험 자료집이나 가이드북을 나눠주고 있고요. 해외 유학을 통해 MBA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과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수정: <기업가의 책방>은 외부의 지원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짱: 처음 <기업가의 책방> 공간을 꾸릴 때 재정적 부담이 컸습니다. 임대료는 물론 제대로 된 스터디 공간을 꾸미기 위해 책상, 의자, 칠판, 빔 프로젝터, 에어컨 등을 구비하느라 지출이 컸죠. 매달 들어가는 전기세, 수도세 등의 공과금과 사무실 유지, 관리비도 적지 않은 부담이죠.

 

현재 <기업가의 책방>은 한 명의 상근 직원만 두고 나머지는 저나 운영위원들이 다른 직장에 다니면서 실무를 돕고 있어요. 몇 년 전부터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을 고민해왔고요, 2014년에는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CSIP)로부터 유망한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업가의 책방> 창립 모토가 ‘공평한 유학 기회의 보장’인데요, 결과야 어찌 되었든 최소한 도전의 기회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죠. 정부나 학교가 그런 기회를 열어주지 못한다면, 청년들이 힘을 모아서라도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크고 작은 시스템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업가의 책방>이 청년들의 꿈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베트남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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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06 [14:32]  최종편집: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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