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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후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연극 ‘임차인’의 음악을 맡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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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연극 무대에 서보고 싶었던 어린 시절

 

중학생 시절, 연극을 참 좋아했다. 교복을 입고 연극 워크숍에도 다니고, 서울에서 간간히 내려오는 대형 뮤지컬을 혼자서 보러 가서는 감상에 빠져 거리를 걷기도 했다. ‘아 저 무대 귀퉁이에 서있기만 해도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대학 시절에 연극 수업을 듣고 무대에 한번 서 보는 것으로 그 꿈을 이뤘다고 기뻐했었다.

 

▶  연극 공연의 막이 오르기 전.   ⓒ 사진 제공: 예술발전소 나,비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에 문화예술인 파트가 생기면서,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되는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때 연극 파트로 참여한 배우 이정비 씨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연극판과는 다르게 ‘잔잔하게’ 노는 나와 내 친구들이 인상적이어서 우리가 벌이는 작은 작당들에 가끔 놀러오게 되었다고, 나중에 이야기해 주었다.

 

그때는 내가 아직 노래를 부르기 전이었는데, 연락이 끊어졌던 정비씨와 다시 연이 닿은 것은 내가 주로 홍보 채널로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고서 신기했다고 한다. 배우인 정비씨가 처음으로 연출을 맡게 되어, 좀 새로운 시도로 연극의 음악을 무대에서 라이브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내게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처음에는 지원금을 받아 시작하려 했던 연극 작업이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나는 제법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무조건 오케이’하면서 연극의 음악을 맡기로 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어떤 예산도 없이, 준비되는 만큼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온 마음을 다해 작업에 임하게 된 것이다.

 

커튼콜, 내 노래를 배우들과 함께 부르며

 

연극이란 원래부터 여러 사람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딱 맞아 떨어지기란 실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을 일구어 갈 때 가장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조건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로의 ‘흔쾌한 마음'이다. 나는 시간과 에너지를 침범 받는 것을 싫어하는 독립적인 성향이라서, 그런 마음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흔쾌한 마음’을 경험할 때마다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더 느끼게 된다.

 

▶ 이정비 연출 <임차인> 중 한 장면.    ⓒ 예술발전소 나,비

연출과 조연출, 배우 넷. 조촐한 인원이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일에 시간과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계속해서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로 그 한 순간에만 있는 마술 같은 예술. 매 회마다 말 한마디 리듬 하나의 변화에도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을 쏟아냈던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열심히 만들었던 무대며 조명이며 모두 순식간에 뜯어내버린다. 그런 만큼 그 시간은 더 소중한 무언가로 기억에만 남는다. 연극이 마약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환상이라고 해도 믿고 싶어. 그 어느 시간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다시 용기를 내어 시작해 볼까. 순간이란 영원과 같은 시간이니.
- 이내作 <친구에게> 마지막 소절

 

연극의 피날레에는 나의 2집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에 실린 “친구에게”라는 노래를 불렀다. 원래는 (좀 전에 말한 연극의 특징과도 같이) 기억 속에만 남은 사라져버린 순간들을 떠올리는 노래 “나의 단어들”을 부르려고 했는데, 좀 더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분위기로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 “친구에게”가 선택되었다.

 

새로 노래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 대한 네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연극 <임차인>과 내 노래는 제법 잘 어울려서 장면 전환 때마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배우들의 커튼콜에서는 “친구에게”의 마지막 소절을 배우들과 함께 불렀다. 서로를 응원하며 마무리하는 이 마지막 장면 속에 앉아서 늘 코끝이 찡해지곤 했다.

 

내일의 방법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

 

대학생 때 동티모르 평화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시골 출신의 친구들이 많았는데, 요리든 목공이든 짐 나르는 것이든 아무튼 어떤 일이든 척척 해내는 이들에 비하면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도시 출신의 바보였다. 나도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그들을 존경하고 부러워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 이런저런 자격증을 따 보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도시 출신 바보의 착각이었다. 우리나라의 자격증은 해당 분야에서 잘하는 것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태생적인 한계를 받아들이고 이제는 할 수 있는 만큼씩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 <임차인> 공연을 준비하며 만난 이 연극배우들은 전천후였다.    ⓒ 예술발전소 나,비

 

오래 전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이번에 연극하는 친구들을 보며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마치 그때 보았던 시골친구들처럼 이 연극배우들은 전천후였다. 연기를 하다가 조명을 달고, 또 연기를 하다가 바비큐를 맛깔나게 굽는다. 연기를 하다가 청소를 하고, 연기를 하다가 마이크를 설치한다. 첫 날 공연 때 마이크 없이 갔다가 소리가 잘 안 들려서 둘째 날에는 마이크를 준비했다. 그런데 마이크 수신이 잘 안되어서 다음날은 안테나를 무대에 설치했다.

 

새로운 어떤 문제가 닥친다면. 또 거기에 좌절 없이 내일의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일복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에 그런 모습들은 정말 멋지게 보인다. 이들은 눈앞에 닥치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낙심하지 않고 방법을 찾고 다시 시작할 것 같다. 게다가 이들은 연극에 참여하면서 인간의 감정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힘까지 채워나가고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참여한 모두가 이번 연극 작업에 특별한 감동이 있었다고 함께 기뻐하며 서로 축하했다. 물론 아쉬움이 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아쉬움으로 다음을 기약하고 기대하게 되기도 하니까. 무대의 끄트머리에라도 서 보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작은 꿈이 한 번 더 이루어졌으니 나는 대만족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나눈 사람들이 생겼다. 모두의 머릿속에 연극이 끝나고 난 후의 허전함을 채울 새로운 소망들이 시작된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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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7/09 [00:32]  최종편집: ⓒ www.ildaro.com
 
썬더 16/07/09 [16:20] 수정 삭제  
  라이브 음악이 있는 연극 무대 어땠을까 궁금해요. 뮤지컬 형식도 가미가 된 것이었을까요.. 보고 싶네요.ㅎ
sub 16/07/16 [20:40] 수정 삭제  
  이내씨 노래가 흥얼거려지네요. 길위의 가수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부럽기도 하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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