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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성착취의 언어였지만 우리가 새롭게 쓰겠다
고양예고 졸업생들, 문단 내 성폭력 ‘구조적 문제’ 밝혀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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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문학에서 벽을 마주하는 이유는, 벽을 깨지 못해서다. 탈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탈선합니다.”

 

▶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107명이 <탈선>이라는 이름으로, 문단 내 성폭력 고발자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일다

SNS에서 #문단_내_성폭력 말하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보고 적극 해결하기 위해 조직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지난 10월, 고양예고 문예창작과에서 5년 동안 실기 강사를 한 배용제 시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다섯 명의 사람들이 트위터 계정 ‘고발자5’(@third_rate_kind)를 개설해 목소리를 냈다. ‘고발자5’에 따르면 배 시인은 일상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으며, 몇몇 학생을 따로 불러 성추행했고, 성폭행을 당한 이들도 있다고 폭로했다.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를 하면 수업에서 배제시켰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밝혔다.

 

이에,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 107명이 ‘고발자5’를 지지하고 나섰다. 졸업생 연대의 명칭은 ‘탈선’이다.

 

‘탈선’은 바로 어제, 11월 11일 서울약사신협 대회의실에서 <#문단_내_성폭력 고발자 ‘고발자5’에 대한 지지 성명 및 요구안 발표회>를 가졌다. “피해자와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공론화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기획”했다는 이 자리는 졸업생들과 문인들, 문학 관계자들 그리고 페미니스트들 3백여 명으로 꽉 찼다.

 

졸업생 정민재 씨는 “가해지목 시인은 ‘탈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로지 성 착취를 합리화하기 위해 쓰인 그 단어를 이제 우리가 빼앗아 새롭게 쓰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탈선’의 의미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여 나가자는 의지와 약속입니다”라고 말했다.

 

문단, 예고, 입시제도가 얽힌 성폭력 은폐 시스템

 

졸업생 정유진 씨는 “문단, 문예창작과, 문학 특기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속해있는 사회”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발언은 ‘왜 많은 학생들이 배 시인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었다.

 

▶ 11월 11일 서울약사신협 대회의실 #문단_내_성폭력 고발자 ‘고발자5’에 대한 지지 성명 및 요구안 발표회 ⓒ일다

 

유진 씨에 따르면 고양예고는 실기와 나머지 학업이 이원화되어 있는 시스템으로 실기는 실기 강사가, 학업은 정교사가 맡는다. 정교사들은 실기 수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으며, 학년이 올라가면서 장르별로 나뉘면서 실기 수업 시간이 훨씬 많아진다. 학생들은 “‘담임’이라고 하면 정교사보다 실기 강사를 떠올릴 정도로” 실기 강사에게 많이 기대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기 강사 중에는 학생에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강사들은 자신이 맡은 반 학생의 수상 실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학교에서 발언권도 얻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학생만 자신의 밑에 두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일부 실기 강사들은 자신이 맡은 학생들 중에서도 극소수의 학생만을 ‘개인교습’이라는 명목으로 따로 불러서 관리합니다. 선생님에게 더 사랑받아야만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편애를 받기 위해 학생들끼리 경쟁을 해요. 그 극소수에 들기 위해서 선생님을 옹호하게 되고 선생님이 이상한 기미를 보여도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탈선 부대표인 문태영 씨도 배 시인으로부터 “너희는 언제나 나를 믿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으며, 자신에게는 그가 “우리를 위해주는 용감한 사람의 이미지로 자리매김 돼있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학생에게 정신적으로도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정유진 씨는 “3년 동안 그런 시스템 속에서 학교를 다니면, 같은 반 친구도 믿지 못하고 점점 실기 선생님에게 기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보호자 없이 살아가는 상황에서 더욱 문인인 실기 강사에게 의지하게 된다고 했다. 입시제도와 학교 시스템 자체가 성폭력을 고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결국 “문인 개개인이, 학교 시스템이, 입시제도가 다 바뀌어야 한다”고 유진 씨는 주장했다.

 

비윤리적인 한 개인의 문제라고 보지 않아

 

‘탈선’ 일동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비윤리적인 개인의 부도덕한 행위로 취급하는 태도를 경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선 대표인 오빛나리 씨는 “(배 시인이) ‘내가 문단에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아? 내 말 하나면 누구 하나 매장되는 건 식은 죽 먹기야’라고 말하며 피해자들을 위협할 때 ‘문단’은 어디에 숨어 있었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문단과 문인협회, 작가회의 등에 “문단 내 성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보거나, ‘성추문’으로 퉁쳐서 대응하지 말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하듯이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일관된 태도를 보여라”라고 요구했다.

 

▶ 탈선 측은 고양예고 측에도 진상조사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한 요구안을 내놓았다.  ⓒ일다

 

‘탈선’ 일동은 침묵하고 있는 고양예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수업 도중 가해 지목인 시인의 성추행과 성희롱에 반발한 학생들은 레슨실에서 추방되거나 합평에서 제외됐다. 이를 묵인하고 방치한 채 ‘강사’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내어 준 학교는 어디에 있었나”라고 물었다.

 

그리고 고양예고 측에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본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 교내 성폭력 상담실을 설치할 것, 실기 강사 채용 기준을 공개하고 채용에 대해 책임질 것” 등을 요구했다.

 

‘탈선’ 구성원들은 “(한국의) ‘문학’이 성폭력을 일탈로 은폐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피해자들이 폭력적인 관계 안에서도 ‘혹시 내가 문학적이지 않은 건 아닐까’ ‘미학적인 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건 아닐까’하고 ‘문학적인’ 자기검열을 해야 했다는 것.

  

학교 내 피해자들을 위한 공론장 만들어갈 것

 

‘탈선’은 향후에도 SNS를 통해 고양예고 내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제보를 받을 것이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저장하고 피해자가 원할 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론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소설가 정세랑씨도 참가해 “출판 편집자 시절, 언어폭력과 가벼운 성추행을 경험했기 때문에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단 내 성폭력이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추악한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 미안하다. 앞으로 지지와 연대를 아끼지 않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배 시인은 ‘고발자5’의 폭로 이후, 10월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시를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수많은 성적 언어로 희롱을 저지르고, 수많은 스킨십으로 추행을 저질렀습니다”, “그중 몇몇의 아이들과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이 어이없는 일을 저는 합의했다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자각이나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그 몰염치한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올렸다.

 

이에 ‘고발자5’ 측은 배 시인이 자신의 행위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합의된 행위’였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며 항의했다. 현재 사과문이 게재된 블로그는 비공개로 전환되어 볼 수 없는 상태다. 배용제 시인은 최근 ‘성관계는 인정하나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시인의 시집을 낸 문학과지성사는 현재 시집을 출고 정지시킨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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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12 [15:09]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soo 16/11/12 [18:42] 수정 삭제  
  졸업생들 멋집니다! 바꿔야 의미가 있죠, 진짜 바뀌어야만 해요
센스 16/11/13 [16:37] 수정 삭제  
  탈선.. 의미돋네요 ㅎㅎ
김졸업 16/11/15 [02:53] 수정 삭제  
  오해의 소지가 있는것 같은데.. 저는 2학년말까지 상하나도 없고 비문이 많아서 따로 과제도 내 주시고 수업 끝나고 바쁘신데도 30분씩 더 수업도 해주시고 해서 그때 기억하면 너무 감사하고 연락 못 드려 죄송한데, 좀 신중하게 말하지, 왜 이런 기사가 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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