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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여성들의 자리를 기억하며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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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연출)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망으로 시작한다. ‘을 중의 을’ 외주 홍보사에서 일하는 지선(엄지원)은 늦은 밤 퇴근해 집에 돌아와서도 딸아이와 눈 맞출 겨를 없이 바쁘다. 지선은 이혼 후 생계와 육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워킹맘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가정을 지키려는 그녀에게 남성들은 “애가 당신이 엄마인 걸 알기나 해?”, “애 엄마랑 일 못 하겠다” 등 편견이 담긴 핀잔을 돌려준다. 그런 지선에게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는 큰 위안이 되는 존재다. 세상이 떠나갈 듯 울어재끼던 다은을 노래 한 소절로 웃게 만들 수 있는 한매는 영화 초반까지는 지선의 생활을 돌보는 사려 깊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 이언희 감독, 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2016)

 

<미씽: 사라진 여자>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의 핵심 사건은 여자의 사라짐이다. ‘사라진 여자’라는 설정은 한국 사회라는 맥락 위에서, ‘강남역 10번 출구’ 등 여성 대상 범죄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수많은 여성들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미씽: 사라진 여자>의 ‘사라지는 여자’는 보모 한매다. 한매는 중국 출신의 여성으로, 한국 사회에서 타자로 살아온 역사를 가진 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한매가 지선의 딸 다은과 함께 사라지고, 영화는 지선이 두 사람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지선은 경찰에 앞서 모든 현장을 향한다. 이 영화가 절절한 모성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게 만드는 것은,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를 꿰어내는 연출의 묘다. 영화는 지선과 한매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정보에 편차를 두며 여러 차례 보여준다. 지선은 딸 다은을 찾기 위해 한매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첫 만남의 순간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장소, 경험을 초월하여 타자로서의 여성 삶들

 

지선은 한매를 기억하는 또 다른 여성 타자들을 통해 한매의 현재에 이르는 퍼즐을 풀어 나간다. 지선이 주변인들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흩어진 정보들을 모으고 끼워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로서의 한 여성이 또 다른 여성의 안위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직감 때문이다. 옅게 울리는 노래구절에 기어코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감각 말이다.

 

▶ 이언희 감독, 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2016)

 

영화는 살아가는 환경, 국적, 경제적 위치 등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지선과 한매의 차이를 여성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해간다. 양육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분투하면서 돈도 벌어야 하고, 워킹맘에 대한 편견에도 맞서야 하는 지선의 삶은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타자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지선과 한매 두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삶은 장소, 경험을 초월하여 타자의 삶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두 여성의 경험을 연결시킴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전형적인 문법을 흩트려 놓는다.

 

영화 후반부 지선과 한매의 마주침은 엄마로서 두 여성의 마주침이기도 하지만, 타자일 수밖에 없는 두 여성의 경험이 만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선이 한매를 이해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타자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평생의 숙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관객은 두 여자를 이해하게 된다. 아쉬운 지점은 아이를 잃어버린 모성이 이야기의 강한 동기이자 폭발적인 감정 축인 탓에, 관계의 의미를 확장하는 가능성이 좁아진다는 점이다. 조금 다른 결말은 없었을까 상상해본다.

 

‘여자 투 톱’ 영화를 또 만나기 위해

 

▶ 이언희 감독 <미씽: 사라진 여자> 포스터

<테이큰> 시리즈 등 아버지가 실종된 딸을, <추격자>처럼 남성이 사라진 여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는 질릴 만큼 많다. 온전히 약자이며 피해자인 여성을 구원하는 남성성에 대한 환상이 담긴 영화들 말이다. 엄마인 여성이 딸과 또 다른 여성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는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선 역의 배우 엄지원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여자 영화는 안 된다’는 충무로의 암묵적인 룰을 깨고 싶어요. 재미있는 영화인데 단지 여자 2명이 이끌어간다는 이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이 영화가 좋은 사례가 돼 반향을 일으키면 좋겠어요. 여성 후배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었으면 합니다.” (엄지원 “여자 영화는 안된다는 충무로 속설 깰래요” 경향신문 2016년 11월 28일자)

 

영화 자체로도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영화계의 성차별 룰을 깨고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도 <미씽: 사라진 여자>를 응원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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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01 [15:52]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붉은 머리 16/12/01 [17:34] 수정 삭제  
  시의적절한 영화가 나왔네요. 극장에서 봐야겠어요. ^^
Ryu Han 16/12/04 [19:37] 수정 삭제  
  다음주에 극장 가서 보려 합니닷 좋은글 감사해용
Mike 16/12/11 [20:11] 수정 삭제  
  여배우들이 독립적인 캐릭터로 나오는 영화 쏟아져라!!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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