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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가 영화 곁에 머물 때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진주의 예술가들과 함께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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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진주같은 영화제

 

▶ 진주 지역축제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 기간에 열린 제9회 진주같은 영화제 형형색색.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지난 9월 경상남도 진주의 지역축제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진주 사람들과 인연이 깊어가면서, 지역의 문화예술 안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서로 경계 없이 어울리고 도움을 주고받는 모습이 늘 신기해보였다. 그리고 진주의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9년 동안이나 지역축제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그 이유를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에서 제9회 <진주같은 영화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단편영화를 야외에서 상영하고, 영화를 만든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대화를 나누면서 그 내용에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는 형식이었다.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세 명의 여성이 매년 바닷가에서 작은 추모를 함께하는 내용의 잔잔한 영화 <9월 9일>(정혜진 감독)은 스타일도 마음에 쏙 들었을 뿐 아니라, 내 노래와도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한때 영화감독을 꿈꾸던 나의 옛 모습이 떠올라, 갓 대학을 졸업했다는 감독님을 보니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어졌다.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은 진주의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들어지는데, 그중에서 <진주같은 영화제>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가 맡았다. 다양성영화를 상영하고 다양한 미디어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인디씨네 놀이터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는 시민들이 영화를 풍요롭게 향유하도록 ‘인디씨네 놀이터’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그 기획단에서 연락이 왔다. 관객들이 최근 센터에서 상영한 영화 <다가오는 것들>(미아 한센-러브 감독, 프랑스)을 보고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보내면, 그 내용으로 콘서트를 여는 계획이었다. 듣자마자 꼭 하고 싶어졌다. 행사를 기획하는 자리에서, 모두들 지난 9월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을 기억하며 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처음으로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 들러 <다가오는 것들>을 관람했다. 중년에 다가오는 ‘이별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는 좋은 영화여서 참여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6년 11월 28일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인디씨네 놀이터>에서   ⓒ 노래 짓고 부르는 이내

 

관객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메일로 받아 보았을 때는 기성곡을 급히 연습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마음이 급해졌지만, 새로운 노래의 기타연습을 하다 보니 영국에서 처음 기타를 치던 때가 생각나 추억에 잠겼다. 다섯 곡의 새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어려운 미션에 성공한 듯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드디어 행사 시작, ‘인디씨네 놀이터’에 참여하는 한 대학생이 사회를 보고 내가 그 옆에 앉아 함께 대화를 나누며 노래를 이어갔다. 이별 이야기부터 어머니의 갱년기까지 소소한 사연들을 읽다 보니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우리 엄마의 갱년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엄마로부터 전화가 와서 관객들의 요청으로 공연 중에 전화를 받기도 했다. 신기하게 맞아버린 우연에 모두들 웃었다. 그리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따뜻한 시간이 이어졌다. 미디어센터답게 이 날의 공연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되었다.

 

영화도, 노래도 이야기를 담는 그릇

 

▶ <인디씨네 놀이터> 행사 중에 엄마의 갱년기 이야기를 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와서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니, 옛날 생각이 났다. 사람들과 밤새워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즐거웠고, 함께 단편영화를 만들고, 영화가 “구원”이라고 이야기하던 시절이 내게 있었다. 지금은 흩어져서 여전히 영화를 만드는 친구도 있고, 나처럼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도 있지만, 돌아보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간이라고 다 같이 입을 모을 것이다.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며 이상하게 스스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화에 쏟았던 시간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연결이 되는 것 같았다.

 

최근 부산의 한 뇌병변복지관이 진행한 영화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참여자들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 내가 머물 수 있는 영화의 가장자리가 하나 둘 생겨서 다행이다. 결국 영화도, 노래도 다 어떤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그릇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이야기를 모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수집가’가 되고 싶다.

 

덧) 진주에서 심야버스로 부산에 도착해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전에도 한 번 나를 태운 적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기타를 보니 기억이 난다고 했다. 알고 보니 9월에 <진주같은 영화제>를 마치고 부산으로 함께 온 감독님과 탔던 택시를 이번 행사를 마치고 또 타게 된 것이었다. 같은 택시를 두 번 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두 번 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행사였다는 게 너무나 신기해서 ‘인디씨네 놀이터’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하나같이 ‘와 영화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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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12 [12:27]  최종편집: ⓒ www.ildaro.com
 
휘는 것 16/12/12 [15:21] 수정 삭제  
  멋진 일이네요 영화 곁에 노래라니... 다큐삽입곡 듣고싶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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