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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행복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것?
[머리 짧은 여자] 혜숙과 정수 이야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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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어느 날.   ⓒ머리 짧은 여자, 조재


한밤중. 누군가 다급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정수는 잠이 확 깼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앞에는 낯익은 사람이 서 있었다. 혜숙이었다. 정수는 트럭에서 계란을 파는 일을 했고, 혜숙은 가끔 계란을 사가는 손님이었다.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던 혜숙은 정수에게 제발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이상한 사람이 자신을 쫓아온다며 몸을 숨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내 양가집에 인사를 드리고 결혼식은 올리지 않은 채 단칸방에 비키니 옷장 하나로 동거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혜숙은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원치 않았던 정수는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자며 혜숙에게 아이를 지우기를 권했다. 그러나 두 번째 임신을 했을 때는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막상 자신을 꼭 닮은 딸아이가 태어나자 정수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혜숙과 정수는 그 뒤로 아이를 하나 더 낳았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깐. 아이 둘을 키우기엔 살림이 빠듯했다. 정수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게 성질에 맞지 않았다. 직장을 가져도 몇 개월이면 금방 때려치우곤 했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면 또 몇 개월은 집에서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실질적 가장 역할을 떠맡은 혜숙은 집에서 책만 읽고 있는 정수가 답답했다. 한소리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그럴 때마다 혜숙은 답답한 마음을 술로 풀었다.

 

술에 취한 혜숙은 정수를 더욱 닦달했다. 그간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놓고 풀어놓기를 반복했고, 정수의 손찌검으로 그날 하루가 마무리됐다. 3일에 한 번꼴로 혜숙은 술을 마셨고, 그때마다 둘은 다퉜다. 자식들은 맨날 싸우고 아빠에게 손찌검 당하면서도 술을 마시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둘은 이혼을 선택했다. 이혼 후 혜숙은 다른 남자들을 만났지만 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나 혜숙이 일하지 않으면 가계가 운영되지 않았다. 혜숙은 늘 가사노동과 임금노동을 혼자 떠맡아야 했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자식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에 혜숙은 점점 지쳐갔다.

 

정수도 다른 여자를 만났다. 정수는 그녀와 함께 살진 않았지만, 대신 일주일에 하루를 그녀의 집에서 보냈다. 그때마다 여자는 반찬을 이만큼씩 해서 정수에게 건네주곤 했다.

 

혜숙과 정수의 딸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게 여자의 행복’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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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13 [15:23]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눈사람 17/02/14 [03:19] 수정 삭제  
  아!!!
chocolate 17/02/15 [11:50] 수정 삭제  
  어쩌면 더 흔한 이야기. 해피엔딩이라는 허구에 비하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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