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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태어났다고 상대를 하대할 권리는 없다
[머리 짧은 여자] 우리는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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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미래에 직업을 택할 때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친해지기 위해 가족관계와 학력, 나이, 애인 유무 등 신상을 낱낱이 캐묻는 상황이 불편해서다. 상대방의 나이를 알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동의도 구하지 않고 쉽게 말을 놓고, 조언을 늘어놓는다. 욕설을 내뱉고, 서로를 비하하는 말로 친근감을 표현하는 문화 역시 익숙해지기 어렵다.

 

근 2년간은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나는 내가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 수 있다고 잠시 착각했나보다. 최근 잊어버리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 <삑, 나보다 어린 놈입니다.>   ⓒ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얼마 전부터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됐다. 사장님은 친절하게 일을 알려주셨고 분위기가 서먹서먹하지 않게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셨다. 몇 가지 질문들이 무례하다고 느껴졌지만, 어쨌든 나는 일자리가 필요했고, 나름 상냥한 그의 태도에 그 정도는 참아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문제였다.

 

그날은 주말이라 다른 알바생 A가 한 명 더 있었다. 사장님은 이제 갓 스무 살이라고 그를 소개하곤 ‘누나한테 까불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내 손님들이 들이닥쳐 바빠졌다. 우린 제대로 인사할 틈 없이 일했다. 일이 바빠지자 A는 실수를 저질렀다. 경미한 실수였으나 사장님 입에서 나온 소리는 거침없었다.

 

“야, 이 병신새끼야.”

 

이 말을 들은 A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익숙한 상황인 듯 일을 계속해나갔다. 사장님은 가끔 A를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나는 전날 내가 본 사람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어 벙- 쪄있었다. 일은 고되었지만 그래도 할만 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같이 섞여 들어가는 것은 더 힘들었다. 사장님은 내게 A에게 말을 놓아도 된다고, 한참 아래 동생인데 괜찮다고 말했다. 아, 그래 이거였지. 대학 때도 내가 사람들과 깊이 사귀지 못했던 이유. 직장에 들어가지 말고 혼자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이유.

 

작년 마이너리티 세미나 모임을 했을 때, 어떤 분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곳은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보통 자기소개 할 때 꼭 나이를 같이 말하잖아요.”

 

나이를 따져 상하관계가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이와 무관하게 우리는 동등한 관계일 수 있다. 서로 욕설을 섞고 비하하지 않아도, 서로를 존중하고 칭찬하면서도 충분히 돈독해질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게 참 어려운가 보다. 이런 관계맺음을 원하는 내가 욕심이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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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28 [14:37]  최종편집: ⓒ www.ildaro.com
 
ㅇㅇ 17/02/28 [22:48] 수정 삭제  
  자기소개를 하는 이유는 나보다 깔 볼 사람인가 깨갱할 사람인가 구별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말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는것과 그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동감 17/03/02 [10:53] 수정 삭제  
  저는 나 위에 사람없고나 밑에 사람없길 바라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글에 격공합니다. 나이가 대체 머라고.오히려 나이가 관계의 장벽을 만드는 것을 못느끼나 봅니다.
어려서 17/03/02 [17:13] 수정 삭제  
  어렸을 적에 캐나다에 가서 처음 문화충격은 초면에 만나 자기소개를 하는 것에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보통 한국에서 비슷한 나이대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이름과 나이를 함께 밝혀 상대방과 나 사이에 바로 언니 누나 오빠 형 호칭과 존대와 반말이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나이를 따로 밝힐 일도 자주 일어나지 않았고, 한국에서 바로 야, 소리를 들으면 존중을 덜 받는 느낌이었는데 캐나다에서는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우리나라도 어서 지겨운 나이 개념좀 덜어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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