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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답게” 용기를 내어 행동하자, 연대하자
페미니즘 문화제 ‘페미답게 쭉쭉간다’ 후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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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지난 3월 4일 열린 페미니즘 문화제 ‘페미답게 쭉쭉간다’에서 사회를 맡았던 이가현님의 후기를 싣습니다. 가현님은 불꽃페미액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광장으로 나온 페미니스트들

 

3월 4일. 아침부터 ‘빡세게’ 화장을 했다. 특별한 날에만 바르려고 사둔 진한 립스틱을 바르고, 오랜만에 대구에서 올라온 친구가 머리를 땋아줘서 평소와는 새삼 다른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  3.4 페미니즘 문화제 '페미답게 쭉쭉간다'에서, 불꽃페미액션의 채식 부스.  ⓒ이가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범페미네트워크에서 주최한 문화제 ‘페미답게 쭉쭉간다’가 열리는 날. 온라인으로 페미니즘에 눈 뜬 페미니스트들이 모이는 날이기도 했다. 햇살은 밝은데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었다. 설레는 마음과 긴장되는 마음을 가지고 청계광장에 도착하자, 광장을 둘러싼 테이블에서 부스를 준비하고 있는 각각의 단체들이 보였다. 불꽃페미액션도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곧, 불꽃페미액션에서 준비한 채식 샌드위치들이 도착했다. 비건, 락토오보, 페스코로 구성된 샌드위치들은 몇 번의 실험을 거쳐서 만들어져서 정말 맛있었다. (정작 나는 당일엔 한 입도 맛을 못 봤지만.) 얼마로 팔지 고민하다가 우리의 노력과 정성을 보아서 5천원에 팔기로 했다. 아무도 안 사먹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웬걸, 샌드위치는 금방 동이 나 버렸다.

 

불꽃페미액션에는 채식인이 있다. 나는 채식인과 함께 활동하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채식인으로 살기 힘든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페미니스트들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처럼, 채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채식샌드위치 부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채식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너무나도 육식 중심적인 우리의 식습관과 음식점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누가 여성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하는가

 

페미당당에서 준비한 “나는 ________ 대통령을 원한다!”는 피켓도 인상 깊었다. 누가 여성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는가. 오히려 여성들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은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정치권이 아니었던가?

 

▶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이 페미니즘 문화제의 문을 열었다.  ⓒ이가현

 

곧 문화제 행사가 시작되었다. 첫 순서는 놀랍게도 슬릭! 슬릭은 지난 해 ‘mic swagger’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에 나와서 ‘여긴 아직도 기집애같다는 말을 욕으로 한다면서!’ 라는 가사가 포함된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여 페미니스트들의 주목을 받았다. 여성혐오가 판치는 힙합씬에서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은 마른 하늘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나도 오늘따라 가까이에 보이는 슬릭의 비트에 따라 몸을 흐느적흐느적 흔들었다.

 

문화제 중간 중간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며 ‘내가 얼마나 더 페미니스트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발언자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이렇게 페미니즘 운동이 폭발적인 시기에, 페미니즘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열정과 의지로 상황과 사업을 돌파해야 하는 시간들이 계속되면서 나도 피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계와 활동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일 것이다.

 

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에게는 ‘임금은 적게, 꾸미기는 강하게’ 시키는지 문제 제기하는 발언도 있었다. 화장을 하고 오라는 말이 없어도 나도 모르게 알바를 갈 때에는 화장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꾸역꾸역 뭔가를 바르고 나갔던 경험이 생각났다. 오히려 점장이 원하는대로 ‘예쁘게’ 하고 가면, 매니저나 점장으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들어야 했던 것도 생각났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일터에서 예쁜 가구나 인형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을까?

 

3.4 페미니즘 문화제 '페미답게 쭉쭉간다'에서 사회를 맡은 필자(왼쪽)와 민주.  ⓒ이가현

 

페미답게!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자

 

‘2030페미니스트 캠프’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꽤 만났다. 부스들에는 사람이 북적거렸다. 뒤풀이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모든 부스에서 페미굿즈들을 싹쓸이하느라 빈털터리가 되었다고 했다. 나는 문화제 사회를 보고 부스를 신경 쓴다고 별로 돌아다니지 못했던 터라, 그 분이 정말 부러웠다.

 

근처에서는 ‘박근혜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있었다. 그래서 태극기를 들고 청계광장을 지나는 이들이 많았다. 이게 무슨 행사냐고, 궁금증을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페미’가 뭐냐고 물으시는 분들에게 ‘여성의 권리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다행히도,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광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을 하고 우리들의 축제를 즐겼다.

 

‘언제부터 이렇게 페미니스트들이 많아졌을까?’ ‘거리로 나와서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페미니즘 운동에 용기와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생겼을까?’ 행진을 하며 열심히 구호를 외치는 5백여 명의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여성으로 태어나서 겪었던 수모와 억울한 감정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이제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다.

 

▶ 3.4 페미니즘 문화제 '페미답게 쭉쭉간다'는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이가현

 

나는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이 자신의 성정체성, 성적지향 때문에 사회로부터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밤길에 공포에 떨며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안전이별’하라며 애인과 헤어진 친구의 안전을 걱정하고 싶지 않다. 나처럼 서로의 용기가 되자며 수많은 사람들이 떨쳐 일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페미답다’는 것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리라. 앞으로도 ‘페미답게’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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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09 [12:50]  최종편집: ⓒ www.ildaro.com
 
독자 17/03/09 [17:31] 수정 삭제  
  페미답게 쭉쭉! 지방에서도!!!
가회동 17/03/13 [09:22] 수정 삭제  
  어쩌면 ‘페미답다’는 것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리라.!
감사 17/03/15 [22:51] 수정 삭제  
  채식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끼네요. 모든 커뮤니티에서 페미처럼 채식인이 들어오면 이상하게 보거나 배척하지말고 좀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요즘 페미니즘에서 채식인을 긍정적으로 봐주는 풍토가 보이는데 반가울 따름입니다. 아울러 장애여성도 끌어안고 동행하는 모습도 보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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