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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청각장애인과 소리가 있는 세계를 잇다
마미(MAMIE) 이사장 안도 미키 씨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샤노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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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비영리법인 마미(MAMIE, 프랑스 옛말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 사무실을 찾았다. 안도 미키 씨가 청각장애인 안내견 레옹과 함께 우릴 맞이하며,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건넨다.

 

하지만 미키 씨는 선천적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다. 상대의 입모양에 집중해 말을 읽어내고, 대화한다. 세세한 말의 뉘앙스를 전달하고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리의 인터뷰는 메일로 이루어졌다.

 

‘귀가 안 들린다’는 이유로 만화원고를 퇴짜 맞다

 

▶ MAMIE 이사장, 만화가 안도 미키 씨 ⓒ촬영: 이노우에 요코

미키 씨가 자란 1970년대 일본은 농학교에서 수화(手話)를 금지할 정도로, 청각장애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었다. 지역학교에 다녔던 미키 씨도 어머니로부터 엄격하게 ‘구화’(口話, 입술로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발화하는 것) 훈련을 받았다.

 

어린 미키 씨가 자유롭게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건, 동화나 만화 속 세계에서였다. <미운 오리 새끼>를 애독하며 언젠가 백조가 될 자신을 상상하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에는 당시 큰 인기였던 <캔디 캔디>를 비롯하여 순정만화에 빠져 열심히 읽었다. 현실 속에서는 항상 ‘청각의 있고 없음’이 자신과 세계를 분리시켰지만, 만화 속 세계에는 벽이 없었다. 자유롭게 생각을 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세계에 빠져 들어가 등장인물이 되어 놀았다.

 

어느 샌가 미키 씨는 만화를 그려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만화는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수단이기도 했던 것이다.

 

모아둔 만화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를 찾아간 적도 있다. 하지만 편집자는 “귀가 들리지 않으면 만화가가 되기 어렵다”며 퇴짜를 놓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거랑 만화는 상관 없다”고 답했지만, “만화에는 다양한 말을 만들어내는 재능이 필요하니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다른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힘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좌절한 미키 씨는 만화 도구를 전부 내다 버리고, 말의 힘을 체득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장애인 고용 의무제로 신문사 제작국의 키펀처(key puncher, PC가 일반화되기 전 대형 컴퓨터에 원고를 입력하는 일을 하던 사람)로 취직해 일의 보람을 느끼던 무렵이었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위에서는 “아이를 기를 수 있겠냐”며 출산을 크게 반대했다. 하지만 미키 씨는 “내 인생을 버리고 가정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고 회사를 그만둔 후, 결혼을 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은 밤마다 심하게 우는 아기여서, 오후 4시부터 아침 4시가 될 때까지도 계속 울어댔다. 육아에 최선을 다한 결과, 안도 미키 씨는 산후우울증으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게 되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비난하는 주위사람들 때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고, 남편과 이혼에 이르렀다.

 

그즈음의 심정을 미키 씨는 “뭘 해도 잘 안 되는구나. 장애인은 어차피 세금으로 조용히 살아야 하는 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희망을 잃어버렸습니다”라고 적었다. 장애인 인권운동과 만났더라면 다른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키 씨에게는 그런 기회나 정보가 닿지 않았다. 항상 ‘장애인’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고, 틀 바깥으로 나가려 하면 늘 힘든 일을 겪었다. 그러한 반복 속에서, 미키 씨의 타고난 긍정성과 낙천성은 시들어버렸다.

 

안내견 레옹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다

 

그런 미키 씨 곁에 다가와준 사람이 다케우치 나미 사회복지법인 ‘프로프 스테이션’(Prop Station) 이사장이다. 신문사에서 일하던 시절, 기자가 소개해줬다. 다케우치 씨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겪는 일을 긍정적으로 활용해보자”며, 장애인의 일자리 만들기를 중심으로 1991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중증 복합장애를 가진 딸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일하고 싶은 의욕을 가진 장애인이 세금을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다케우치 씨의 올곧은 열의에, 안도 미키 씨는 곧 압도되었다.

 

“나미네(미키 씨가 다케우치 씨를 부르는 애칭)는 만화를 그만 둔 저에게 ‘아깝다’고 하더라고요. 저를 ‘한 명의 인간’으로 봐준 거죠. 무엇보다 그 말이 저를 구원해줬어요.”

 

▶ 안내견 레옹을 꼭 안고 있는 안도 미키 씨 ⓒMAMIE 홈페이지 mamie.jp

 

미키 씨는 프로프 스테이션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만화와 일러스트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장애인들에게는 고립되지 않는 것,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004년에 마미(MAMIE)를 설립했다. 장애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등의 공부방과 회화 교실 등을 개설했다. 안도 씨 본인이 강사를 맡기도 하고, 홈페이지 제작과 일러스트 만화 제작 의뢰도 받는다.

 

서른여덟에 만난 레옹 역시 ‘청각’이라는 벽을 뛰어넘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는 나아지지 않았다. 2012년에 신체장애인 보조견법이 시행된 후에도, 안내견 동반 거부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2016년 안내견 이용인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전반적인 안내견 동반 거부가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반려견에 대한 불만 때문에, 청각장애인 안내견이 입장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일본에서는 당연시 되고 있어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 중에는 안내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키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제게 레옹은 신체의 일부입니다. 레옹을 보면 지금 어떤 소리가 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안심해요. 몰랐던 소리를 가르쳐줘요. 세계가 달라진 것처럼 즐겁습니다.”

 

그녀는 이제 만화를 통해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소리가 있는 세계를 이어주고 싶다. MAMIE 홈페이지(mamie.jp)에서 미키 씨의 작품인 동영상 만화 <들리지 않는다는 건?> <청각장애 안내견이란?> 등을 읽을 수 있다. 안도 미키 씨의 도전은 계속된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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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12 [23:31]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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