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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지 않는 시선
[머리 짧은 여자] 공중화장실, 나에게는 차별의 공간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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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에 가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문을 연다. 사람이 있으면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빈칸을 찾는다. 무언의 행동으로 ‘안심하세요, 저는 여자에요!’를 한껏 어필한다. 머리를 짧게 자른 뒤로 생긴 이상한 버릇이다.

 

▶ 나를 보는 차가운…   ⓒ머리 짧은 여자, 조재

 

대학건물. 화장실에 들어오려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 나가버린다. 그리고 이곳이 여자화장실임을 다시 확인하고 내 눈치를 보며 들어온다.

 

도서관. 화장실에 들어가니 손을 씻고 있던 사람이 약간 움찔하며 옆의 친구에게 말을 건다. “여기 여자화장실인데….”

 

술집. 볼일을 보고 나오니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두 사람이 수군댄다. “야, 여기 여자화장실 아니냐?”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니 당연히 다 들린다. 그리고 나는 죄인이 된 것처럼 한껏 움츠러들어 손을 씻고 나온다.

 

이런 일들을 왕왕 겪다보니, 밖에서 화장실에 갈 일이 생기면 긴장부터 된다. 나는 그냥 볼일 보러 화장실을 가는 것뿐인데, 남의 눈치를 봐야한다니 억울하다. 특히 옆 사람에게 나 들으라는 듯 말을 걸때는 불쾌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좋아한다는 이유로 겪어야하는 눈총치곤 지나치지 않은가.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이 아닌 여성들(물론 트랜스젠더들도) 성별이 확고하게 나뉜 공간에서 겪는 일은 생각보다 당혹스럽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이용하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의 공간이 된다.

 

지나고 보면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에게 한 소리 해줄 걸 싶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곳을 벗어나기에 바쁘다. 짧은 머리를 유지한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지만, 따가운 눈총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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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14 [00:45]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독자 17/03/15 [11:54] 수정 삭제  
  공중화장실이 인권의 척도라는 얘긴 여러 의미로 맞는 거였어...
ㅇㅇ 17/03/15 [18:07] 수정 삭제  
  머리카락이 뭐길래 ㅠㅠ 짜증나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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