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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ir Home” 가사노동자에게 권리를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한 ‘국제가사노동자연맹’ 인터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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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6천7백만 여명의 가사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80%가 여성이다. 그리고 가사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주노동자다. 가사, 육아, 간병 등의 노동을 수행하는 가사노동자들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에는 대략 30만 명의 가사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가사사용인’을 법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11조 1항에 따라, 한국의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한다.

 

2015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들은 사전에 업무의 내용이나 휴식시간, 부상 시 치료비 등에 대해 사용자와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또 갑작스런 업무 취소나 임금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올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가사노동자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권회는 상임위원회 결정문 ‘비공식부문 가사근로자의 노동권 및 사회보장권 보호를 위한 권고’를 통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에서 ‘가사사용인’을 제외시키고 있는 11조 1항의 문구를 삭제할 것, 근로기준법 적용이 어려운 노동 특성을 고려하여 입법 조치를 취할 것, 국제노동기구(ILO)의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에 가입할 것 등을 권고했다.

 

▶ 3월 14일, 제20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한 <국제가사노동자연맹> 아시아 지역 코디네이터 펭, 아시아태평양지역 집행위원 포브숙 가싱, 위원장 미르틀 위트부이 씨. ⓒ일다

 

“한국의 가사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 적용받게 되길”

 

2013년 창립된 국제가사노동자연맹(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Federation)은 전 세계에서 일하고 있는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창립 당시 25만 명이었던 회원은 5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나,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전 대륙에 걸쳐 47개국 50만 여명의 가사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회원단체로 있다.

 

지난 3월 14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국제가사노동자연맹 위원장 미르틀 위트부이(Myrtle Witbooi)씨와 아시아태평양지역 집행위원 포브숙 가싱(Phobsuk Gasing)씨를 만났다. 이 날 국제가사노동자연맹은 제20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했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이란? -1970년대 유신독재에 저항하며 노동자, 농민 등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다 가신 故 지학순 주교를 기리며 만든 상이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세계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주어진다.)

 

1947년생으로 올해 70세인 미르틀 위트부이씨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스무 살부터 가사노동자 일을 시작했다. 위트부이씨가 살아온 역사는 그 자체로 남아공 가사노동자 운동의 역사이며, 국제 가사노동자 운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 국제가사노동자연맹 위원장 미르틀 위트부이(Myrtle Witbooi) ⓒ일다

스무 살 당시 백인 가정의 입주 가사노동자로 일했던 그는 인간적인 고용주를 만났음에도 주 7일을 일해야 했으며, 저녁 6시 이후에는 외출할 수 없었다. 자신의 가족이나 아이들과 같이 살 수도 없었다. 위트부이씨는 첫 딸이 태어난 지 갓 한 달이 됐을 때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보내야 했던 일을 가슴 아프게 회상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이 실시되고 있는 남아공에서, 유색인종 가사노동자는 심지어 고용주의 가족과 같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것도 금지 당했다고 한다. “마치 유색인종이 바다에서 수영을 하면 바다가 다른 색깔로 물들기라도 한다는 듯이” 말이다.

 

왜 이렇게 가사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한 위트부이씨는 일요일마다 고용주의 집 창고에서 주변 가사노동자들을 모아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우리는 열등해. 우리는 그저 남의 집이나 치워주고 사는 존재야.” 라고 생각했던 가사노동자들은 매주 모여서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결속력과 자부심이 강해졌다. 그리고 자기 주변의 가사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는 1986년 남아프리카 가사노동자 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다. 1994년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종식되고 민주정부가 세워진 이후, 가사노동자들의 적극적인 투쟁으로 가사노동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ILO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채택

 

미르틀 위트부이씨는 현재 남아공의 ‘가사노동자와 협력노동자조합’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이 조합은 남아공에서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 중 하나이며, 가사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과 거의 동일한 노동조건을 보장받고 있다.

 

위트부이씨는 또한 ‘가사노동자 국제네트워크’ 결성을 주도했으며, 이는 2013년 국제가사노동자연맹을 창립하는 초석이 됐다.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가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하게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한편, 국제가사노동자연맹 아시아태평양지역 집행위원인 포브숙 가싱씨는 홍콩에서 일하는 태국 이주가사노동자다. 홍콩은 30만 명의 가사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그 중 절반이 인도네시아, 나머지는 대부분 필리핀 국적의 노동자들이다. 홍콩 가사노동자의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인 셈이다.

 

가싱씨는 홍콩 ‘아시아 가사노동조합연맹’의 의장이기도 하다. 홍콩에서 일하는 태국, 네팔, 필리핀, 중국 등 서로 다른 국적의 가사노동자 조합이 모여서 구성한 조직이다.

 

위트부이 위원장과 가싱 집행위원은 “가사노동자는 부잣집에서 일을 거드는 존재가 아니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당당한 노동자라는 걸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가사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이 충격적이라며, 법적 보호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과 나눈 대화를 싣는다.

 

-국제가사노동자연맹이 최근에 주력하는 이슈와 활동은 무엇인가요?

 

가싱: “가사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 운동의 하나로 My Fair Home(마이 페어 홈. 공정한 일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가사노동자가 일하는 개별 가정의 고용주를 대상으로, 가사 노동자에게 공정한 일터와 노동조건을 제공할 것을 독려하는 국제 캠페인이에요. 가사노동자 관련한 국내법이 없더라도 우선 고용주가 가사노동자를 위해 이런 조치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 2015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날에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는 도미니카공화국 가사노동자들 ⓒ국제가사노동자연맹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이주노동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이 보장받지 못하는데다가, 이주민으로서의 어려운 현실까지 겹쳐있죠.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한국은 이주노동자가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단, 조선족과 같은 동포 이주노동자는 가능하다.)

 

위트부이: “이주가사노동자 문제는 국제가사노동자연맹이 향후 5년 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나 해당 사회에 문제 제기를 했다가 본국으로 송환될까봐 불안해하기 때문에, 노조로 조직하기가 쉽지 않아요.

 

최근에는 아랍, 중동 지역을 방문해서 실태를 조사하고 이주가사노동자 단체를 결성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랍 지역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어요. 주로 스리랑카, 네팔, 방글라데시, 필리핀 국적의 노동자들이며, 최근에는 인근 아프리카에서도 오고 있습니다. 그 수가 160만 여명에 달하지만, 이주가사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인권 실태는 가장 열악하고 이들을 위한 단체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이주가사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하게 되는 원인에는 중개업소 문제도 있습니다. 많은 중개업소들이 아무 경험도 없는 노동자들을 이주 가사노동자로 해외에 보내면서 최소한의 교육조차 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까 이주가사노동자들이 외국에서 엄청나게 착취를 당해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릅니다.

 

중개업소들이 수수료를 많이 뗀다는 것도 큰 문제에요. 수수료를 불법으로 높게 매겨서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도 수수료를 갚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별로 없어요. 이런 불법 수수료 징수로 이주가사노동자들은 큰 빚을 지게 되죠. 빚을 갚는 동안에는 중개업소가 여권과 개인 신분증을 압수해서 갖고 있기 때문에 운신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최근에 홍콩에서는 이 불법 수수료 문제로 중개업소 두 곳이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홍콩 얘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홍콩 가사노동자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는데요.

 

가싱: “홍콩에는 중개업소가 이주가사노동자들에게 매길 수 있는 수수료가 첫 달 월급의 10퍼센트로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이보다 높은 수수료를 장기간 떼는 중개업소가 많습니다. 명백한 법 위반이지만, 법을 어겨도 벌금 액수가 워낙 작아서 불법 행위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작년에 부당한 수수료 징수에 대해서 이주가사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다른 가사노동자들을 인터뷰했고, 이를 모아 작년 10월에 보고서를 냈습니다. 홍콩 언론들과 정부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죠. 이후 홍콩 노동부에서는 중개업소를 규제하는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홍콩 중개업소도 불법 행위를 못할 뿐만 아니라, 불법 행위를 하는 타국의 중개업소와 일하는 홍콩의 중개업소는 면허를 취소당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가 벌금을 상향 조정하도록 법도 개정하겠다고 나섰습니다.”

 

▶ 작년 메이데이에 행진에 나선 홍콩의 가사노동자들. ⓒ국제가사노동자연맹

 

-국제노동기구(ILO)가 2011년에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했습니다. 한국의 가사노동자들은 정부에 이 협약을 비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계속 유보하고 있습니다. (세계 23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으며 아시아에서는 필리핀만 비준했다.)

 

위트부이: “국제노동기구(ILO) 내에서도 오랫동안 가사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없었어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국제노동기준을 수립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고, 그 결실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이 만들어졌어요.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은 가사노동자를 도우미나 파출부가 아닌 ‘노동자’로 인정할 것, 다른 노동자들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할 것, 이주가사노동자들도 각국의 노동법을 동일하게 적용받으며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서면 근로 계약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 협약을 비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부합하는 국내 노동법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국제협약을 비준하는 절차는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국제협약에 맞춰 미리 국내법과 제도를 정비한 후에 이것이 협약과 일치할 때 비준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협약을 먼저 비준하고 11개월 내에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국가들이 후자를 택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국가들이 협약을 비준한 다음 실제로 국내법을 정비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ILO가 그것을 모니터링하고 강제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요.

 

(제가 사는) 남아공도 이런 방식으로 협약을 비준해 놓고는 법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요. 남아공 가사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과 거의 동일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지만 단 하나, 산업안전보건 분야만은 적용받지 못하고 있어요. 산재보험을 적용받으려면 고용주도 돈을 내야 하는데, 고용주들이 거부해서 혜택을 못 받고 있죠. 그래서 남아공 가사노동자들은 관련법의 정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다른 같은 직업> 캠페인 엽서.  ⓒ국제가사노동자연맹

-한국 가사노동자들의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위트부이: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국제가사노동자연맹의 가맹 조직인데, 한국에서 가사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국회와 정부를 직접 만나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촉구하고 싶었는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의 면담이 불발로 끝나서 아쉽습니다. (이 인터뷰를 한 3월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당 워크샵을 이유로 이들과의 면담을 취소했다.)

 

한국 국회에서 1년 전 가사노동자 관련 법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대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근로기준법의 가사사용인 배제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과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가사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국내 노동법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 각국의 가사노동자들과 함께 활동해오셨는데요, 한국의 가사노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싱: “겁먹지 말고, 목소리를 내세요. 내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는 문제 제기했다가 계약 종료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지금은 저의 고용주도 저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위트부이: “스스로 일어나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바랍니다. 내가 시작한다면 분명히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국제가사노동자연맹 홈페이지: idwfed.org)

 

 

[※ 통역 지원: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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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18 [01:21]  최종편집: ⓒ 일다
 
상자 17/03/21 [17:45] 수정 삭제  
  가사노동자 대우가 한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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