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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2차 피해’…회사 측 책임 있어
르노삼성 성희롱 항소심 판결의 의미와 과제(下)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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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회사 측 책임과 ‘불이익 조치’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살펴보며 그 의의와 한계와 과제를 짚어봅니다. 필자 나영 님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장입니다. -편집자 주

 

①회사 밖에서 발생한 성희롱도 ‘업무관련성’ 인정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재판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업무관련성’ 문제다. 남녀고용평등법 2조 2호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

 

때문에 가해자의 성희롱 행위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직장에서의 관계나 업무와는 별개로 개인적인 관계에서 벌어진 행위인지에 따라 가해자 뿐 아니라 임직원, 회사 등의 책임 여부가 판단되는 것이다.

 

▶ 사업주는 회사 안팎에서 서로의 직위나 관계 등을 이용하여 성희롱을 하지 않도록 노동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업무와 관련하여’라는 지점을 어디까지 볼 수 있을 것인가. 르노삼성 성희롱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조항이 ‘포괄적인 업무 관련성’을 나타낸 것으로, “업무수행의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 뿐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특히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가해자의 성희롱 행위가 단지 ‘회사 밖’에서 또는 ‘업무시간 외에’ 행해졌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가해자 뿐 아니라 사업주 역시, 직원들이 상호관계와 회사 안팎의 일상 전반에서 서로의 직위나 관계 등을 이용하여 성희롱을 하지 않도록 노동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직장 내 성희롱은 젠더 문제만이 아니다. 노동구조 자체에 깔려있는 성별화된 위계 구조와 관리와 통제 구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엄연한 ‘노동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회사나 조직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당사자들에 대한 조치로만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업무와 관련이 있는가, 없는가’가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그 자체로 ‘성적 관리와 통제 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노동 문제’로 인식한다면 굳이 ‘업무관련성’ 여부가 첨예한 쟁점이 될 이유가 없다. 사건의 해결 역시 당사자들에 대한 조치 차원에서만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②팀장의 성희롱은 그 자체로 ‘직무위반’이다

 

항소심 판결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볼 부분은, 팀장으로서 가해자의 행동은 그 자체로 자신의 ‘직무를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즉, 성희롱을 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팀장으로서 남녀고용평등법 상의 성희롱 예방의무, 피해노동자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부터 보호하여야 할 의무 등을 위반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해자는 이전 판례(대법원 판결 1998.2.10. 선고 95다39533)를 내세우며 자신의 성희롱 행위가 팀장의 본래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부하직원의 업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급자의 경우’에는 설령 사업주로부터 명시적으로 직무를 부여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등을 ‘규범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가해자와 같이, 직접 부하직원의 업무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급자가 자신의 부하직원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직무위반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았다.

 

2심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남녀고용평등법의 실질적인 적용 의미를 확장하여 직장 내에서의 성희롱 예방에 대한 직무상 책임을 중요하게 짚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③인사팀의 악의적 소문 유포…사용자가 배상하라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성희롱 사건의 조사를 담당한 인사팀 직원이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유포하고 사건에 대해 발언하고 다닌 행위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법적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업장에서 피해자의 신고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그 조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내용을 누설하는 것을 포함하여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일체의 언동을 공연히 하여서는 안 된다”면서, 비밀유지와 공정성을 엄수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였다.

 

또한 “특히 피해 근로자와 관련하여 조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위와 같은 언동을 공연히 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2차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고, 이는 결국 피해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조차 못하게 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취지상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조사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위와 같은 점에 특히 유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으로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사팀 직원의 행동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위법한 행위’이며,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다른 직원들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높으므로 이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회사 측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직장 내 성희롱에서 많은 경우, 회사 관리자들이 피해자에 대해 의도적으로 음해성 소문을 유포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를 고립시킴으로써 심각한 2차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번 판결은 법 조항의 한계를 넘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한 중요한 판결이다.

 

▶ 성희롱 사건 해결 과정에 함께하는 법을 안내하는 소책자 <평범한 용기> 중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④회사의 사용자 책임에 대한 판단

 

항소심에서 피고인 르노삼성자동차는 가해자의 성희롱 행위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충실히 하였다”는 것과, “이번 성희롱 사건은 은밀하게 사적으로 이루어졌고, 피해자도 상당 기간 이를 공개하지 않아 사용자가 이를 알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었으므로 면책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두 가지 이유는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재판에서 회사 측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제시하는 것들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사용자 책임이 면책된 판례들이 있다.

 

그러나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형식적인 예방교육 여부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사건을 인지하는 데 있어서도 ‘구체적인 정황과 원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르노삼성자동차가 2012년 내부전산망 게시판 ‘성희롱 예방’란- ‘성희롱 피해자 권리 구제절차 및 대처방안’에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신고가 있는 경우 최대한 당사자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으로 기재해 놓았다는 지적했다.

 

또한 르노삼성 측이 성희롱 예방 교육도 단순히 교육자료 등을 배포·게시하거나 전자우편 발송, 게시판 공지 등으로 허술하게 진행했다는 점, 신고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당사자 간의 해결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회사 측이 “성희롱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작 피해자가 자신이 근무하는 연구소의 직장 내 성희롱 담당자였던 점, 가해자인 팀장이 팀원들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접수받아야 할 위치에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성희롱이 발생한 기간에는 신고도 쉽지 않았을 뿐더러, 회사 측에서도 알고 있었거나 최소한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법 조항을 적용할 사실 관계를 형식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피해자와 회사 내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사법부의 이와 같은 태도가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피해자는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이처럼 한 걸음 진전된 항소심 판결은 르노삼성 성희롱 사건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3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 동안, 회사에서 끈질기게 이어지는 인신공격과 온갖 불이익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끝까지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회사 측의 책임은 전혀 묻지 않은 채 가해자 개인에 대해서만 1천만 원의 위자료 지급 명령으로 마무리해 버렸던 1심 재판에서 문제 제기를 멈췄다면, 이와 같이 진전된 판결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15년 12월 31일 르노삼성자동차는 2심 판결에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피해자 역시 상고를 한 상태다. 회사는 여전히 피해자를 고립시키거나 최하위 고과를 주고, 심지어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불이익 조치에 대해 올린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피해자를 괴롭히기도 했다.

 

‘고립감’은 성희롱 피해자에게 가장 힘겨운 조건일 것이다. 이 사건이 잊히지 않고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피해자가 더 이상 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함께 목소리를 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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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27 [18:06]  최종편집: ⓒ 일다
 
군청색 17/03/29 [16:10] 수정 삭제  
  악의적인 소문 유포에 대해 법적으로 재판한 것은 진일보한 판결이네요. 실제로 그런 경우는 너무 많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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