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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여성이 성폭행 신고한 게 아이러니해?
[완두의 젠더 프리즘] 성매매는 무엇인가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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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라보는 20~30대 페미니스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싣는 ‘젠더 프리즘’ 칼럼입니다. 필자 완두님은 ‘동행동’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동행동’은 여성들이 처한 현실과 연대의 순간을 기록하며, 일상의 실천과 변화로 페미니즘을 만나는 모임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 남성들에게 ‘유흥을 즐긴다’는 것의 의미

 

작년 유명 연예인이 성매매여성을 강간했다는 의혹을 받은 후, 종편의 시사토크쇼에 출연한 한 문화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유흥이 목적인 업소의 성폭행 신고는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 있다. 권투 시합 도중 상대 선수가 폭행죄로 고소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2013년 전국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흥종사자를 두고 있는 유흥주점업은 전체 성매매 업소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사람들은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보다 먼저 ‘유흥업소에서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식처럼 알고 있다.

 

한국 남성은 여성 없이는 술을 마시거나 노는 일에 엄두가 나지 않는지, 남성에게 성매매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남성연대의 장’, ‘여가생활’ 또는 ‘놀이문화’다. 성매매가 곧 유흥인 남성사회 안에서 성산업은 성매매가 성매매가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끊임없이 업종과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그러다 보니 그저 유흥을 즐겼을 뿐인 남성들이 자신의 행위를 성폭력, 심지어 성매매와도 일치시키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을 보도하는 기사에는 “유흥업소에서 일어난 게 어떻게 성폭행이냐 성매매지(…) 윤락녀들도 수치심 운운하네”, “합의하에 해놓고 돈 좀 더 뜯어보려고 성폭행 고소하면 남자 새되는 거”라며 성매매여성이 호소하는 성폭력을 의심하는 댓글이 많이 보인다. 이러한 반응은 한편으로, 남성이 유흥을 목적으로 여성에게 어떤 행위까지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 4월 3일 정오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유명연예인 박OO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무고죄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다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

 

유흥업소에 손님으로 온 남성은 진열된 여성을 ‘초이스’하면서 술과 함께 여성 역시 상품으로 구매했다고 인식한다. 남성은 여성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품평하면서, 자신에게 어울릴만한 여성을 지목해 시중을 받는 행위로 동행한 남성들 간의 우월감을 확인한다. 옆에 앉은 여성에게 직업과 재력을 내세워 자신이 누군지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남성은 게임을 가장하거나 강제로 여성의 옷을 벗기려 수없이 시도한다. 많은 경우 “얼마를 원하냐”, “얼마면 되냐”며 여성에게 2차를 강요한다. 여성이 이를 거부하면 때리는 시늉을 하거나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창녀 주제에”, “부모님은 아시냐”며 인격을 모독한다. 소리 지르기, 물건 던지기, 욕설은 물론 생리 중 성관계나 유사성행위,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한다. 성매수 과정에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일도 흔하다.

 

최근 들어서는 약물을 먹여 강간을 시도하려 하거나, 남성이 안경에 장착된 카메라로 성관계 과정을 촬영한 일로 성매매여성들이 성매매피해상담소에 상담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유흥이 목적인 업소’에서 여성들은 크고 작은 괴롭힘부터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강력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유흥업소에서 종사하는 여성에게 법적으로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인 ‘적극적인 저항’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여성이 조금만 불편한 기색을 보이거나 거부하면, 손님인 남성은 여성도 성매매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해 ‘경찰서에 가자’고 협박하기 일쑤다. 여성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업주와 실장은 매상을 위해 오히려 여성에게 손님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남성이 수틀려서 술값을 지불하지 않거나 환불을 하면 여성에게 대신 물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저항은 손님이 ‘기분 나쁘지 않게 적당히 거절’하는 것뿐이다.

 

유흥업소에서 종사하는 여성이 자신이 겪은 성적 침해를 ‘성폭력’이라고 호명하는 일은 흔치 않다. 나는 성매매여성이 경험하는 성적 침해의 내용을 주로 선불금과 관련한 민사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진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한 행위를 우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성추행 또는 강간이라고 말하지만, 성매매여성의 경우에는 ‘재수 없는’, ‘진상’, ‘허세’, ‘해프닝’ 정도로 상황이 해석되고 말해지곤 한다. 즉, 성매매여성이 흔히 말하는 ‘진상’의 상당수는 우리가 아는 성폭력 가해자를 지칭하는 것일 수 있다.

 

손님인 남성 역시 여성을 ‘진상 놓기’도 하는데, 여성의 ‘마인드’가 좋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마인드’는 성구매 후기 사이트에서 남성이 성매매여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마인드가 좋다’는 것은 접대의 수위가 높다는 뜻으로 통하며, 남성이 무엇을 요구하더라도 여성이 이에 응하고 시종일관 웃으며 친절하게 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구매 후기 사이트에서 남성의 평가는 성매매 업소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업소는 이를 통해 구매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성매매여성의 행동을 규제하고 단속한다. 성매매여성은 다른 노동환경이라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없는 요구와 성적 침해를 받지만, 이를 ‘진상’ 정도로 치부하며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유명연예인 박OO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퍼포먼스. 공대위는 검찰이 유흥업소 종사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해당 연예인을 무혐의 불기소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다

 

성폭력 범죄를 두고 ‘어떤’ 여성인가를 묻는 사회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려는 성매매여성은 자신이 도리어 성매매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에 위축된다. 또한 성매매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때문에 성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대응을 지원하는 현장 활동가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매매를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이다.

 

작년 유명연예인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고소한 여성이 무고 혐의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상담원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성매매 여성과 경찰서에 동행한 일이 있었다. 그날 여성과 상담원은 수사관으로부터 “요즘 텔레비전 안 보냐. (무고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여성이 성폭력을 경험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 사회에서, 성매매여성이 경험하는 성적인 침해를 법에 호소하는 일은 이처럼 뿌리 깊은 편견으로 인한 실질적인 위협과 맞서는 일이다.

 

유흥업소는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성산업과, 돈이면 뭐든 다 된다고 믿는 남성들 간의 합의만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편견과 사회 전반의 성차별적 구조에 기대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성매매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것이 ‘아이러니’인 이유는 여성이 악의를 가지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성매매여성이 ‘수치심을 운운’할 수 없도록 폭력을 은폐하는 성산업 안의 권력 구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성매매가 무엇인지 다시 질문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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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03 [15:55]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독자 17/04/03 [19:04] 수정 삭제  
  여혐 한국의 일면이다
clip 17/04/04 [02:03] 수정 삭제  
  권투선수 비유... 정말 방송에 나와 그런 소리하는 거 한심하고.. 그리고 사회가 참 잔인하다.
say 17/04/06 [09:25] 수정 삭제  
  유흥업소 여성은 성폭행 당해도 말할 수 없다면...범죄를 방임하는 거 아닌가요?
허허 17/04/07 [18:48] 수정 삭제  
  업소여성은 어디 무서워서 신고하겠나..
산소 17/04/09 [13:43] 수정 삭제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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