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쓰는 집과 밥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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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 밀실과 광장이 함께 있는 집
<여자가 쓰는 집과 밥 이야기> 집의 역사①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김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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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종이 땡땡땡>,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의 얼굴. 대신할 수 없는 존재의, 대신할 수 없는 삶의 방식. 대신할 수 없는 리듬’ -오시다 시케로(일본 산중에서 30년간 농촌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신부)

 

▶ 수리 전의 별채 방   ⓒ김혜련

 

별채를 다시 고쳐 짓다

 

고독과 환대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고독이 고립이 되지 않고, 환대가 번거로움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 집이 밀실(密室)이면서 동시에 광장(廣場)이 될 수도 있는 것일까?

 

집을 고치면서 나 지신의 오롯한 삶이 보장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열린 집이 되기를 바랐다. 안채는 주거 공간, 별채는 사랑채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별채는 남향으로, 이 집의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명상도 하고, 고요한 침묵의 시간을 갖고 싶은 친구나 이웃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제공하기에도 적합한 장소다.

 

별채는 원래 방 두 개에 뒤쪽으로 시멘트 블록으로 만든 부엌이 딸려 있었다. 그것을 안채 공사하면서 부엌 공간은 철거하고 두 개의 방을 하나로 텄다. 다섯 평이 채 안 되는 공간이다. 창고처럼 10센티의 얇은 시멘트 블록으로 된 낡고 험한 상태로 이년쯤을 지냈다. 2011년에야 육 개월 쯤 걸려 새롭게 지어졌다.

 

한 사회를 알고 싶으면 그 사회가 이루어진 역사를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내력을 알아야 한다. 집 또한 마찬가지다. 그 집을 제대로 알려면 집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집이 지닌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아, 멋지네!” “잘 꾸몄네!” 그런 피상적이고 평면적인 느낌밖에 가질 수 없다.

 

나는 별채를 찾는 친구나 지인들이 별채의 역사를 알기를 바랐다. 내가 느끼는 집의 고요와 깊이를 그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공사의 내력을 꼼꼼히 기록해서 보관했다.

 

▶ 수리 중인 별채   ⓒ김혜련

 

집 안에 새로운 집을 세우다!

 

1. 벽 공사: 방에 나무 기둥 세우기, 집의 뼈대를 안에서 다시 세우기

 

방 양쪽에 나무 기둥으로 디귿자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뼈대를 세우다. ->블록 벽을 단열 보온제로 감싸다.(보온처리) ->서쪽 안벽과 양쪽 벽에 흙벽돌을 쌓다. ->동쪽 안벽에 쫄대를 치고 황토 흙을 채우다. ->동쪽 안벽 황토 채운 위에 합판을 대다.(벽 삼중 처리) ->황토 흙으로 전체를 세 번 미장하다. ->양쪽 벽은 벽지를 바르고 않고, 황토의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두다.

 

2. 창 틀 짜기와 창문 만들기

 

서쪽 벽에 통창과 여닫이창을 달 공간을 만들다. ->창틀을 짜 넣고, 동쪽의 낡은 창 떼어 내고 새롭게 창틀을 짜다. ->서쪽 여닫이창을 용자(用字)창으로 만들어 달다. ->동쪽 창을 고재(古材)를 사용해서 안과 밖으로 이중창을 만들다. 안쪽 창은 역시 용자창으로 만들다.

 

3. 문틀과 문 짜기

 

별채 앞 면 전체에 문틀을 새로 짜 넣고 삼중으로 문을 달다. ->열 두 개의 띠살문을 고물상에서 사서 짧은 것은 덧대고, 긴 것은 자르고, 창살 부서진 것들, 손 볼 것들은 죄다 다시 손 보고, 때 벗겨 내고 해서 달다. ->방 뒷면에 문틀 두 개를 짜다. 한쪽은 고재로 된 문을 사용해서 이중으로 달고, 다른 한 쪽은 소나무로 문을 짜서 달다.

 

4. 천정

 

원래는 서까래에 시멘트 미장을 한 채로 있었다. 시멘트가 떨어져서 안의 흙과 짚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궁리하다가 보온재를 덮고 루바(나무로 된 건축자재)를 댔다.

 

5. 전기공사

 

밖으로 나와 있던, 거미줄 같은 전기선을 벽안으로 넣고 스위치 등은 매몰 식으로 처리하다.

 

6. 방 양쪽 벽에 고재로 기둥 두 개 다시 세우기

 

원래 있던 나무가 상하고 약해서 기둥 두 개를 보완하다.

 

▶ 수리가 끝난 별채 방   ⓒ김혜련

7. 방바닥

 

원래 있던 것은 시멘트 바닥에 보일러 선이 보일만큼 얇아서 황토로 5센티 정도 두께로 미장을 하다. 방 전체 면이 경사가 있어 낮은 쪽은 조금 더 두꺼워졌다. 미장이 너무 두터워 방이 빨리 안 더울까 우려했으나 방은 아주 따뜻하다.

 

8. 툇마루 짜기

 

원래 있던 마루는 낡고 험해서 못쓰게 되었다. 고재 마루를 사서 이곳에 맞게 다시 고쳐 짜다. 뒤쪽의 우물 곁 쪽 마루도!

 

9. 아궁이 두 개 찾아내어 다시 만들기

 

원래는 아궁이 없이 덧달아 만들어 놓은 부엌이 있었고, 보일러를 설치해 놓았다. 부엌으로 쓰던 건물을 철거했다. 전 주인 할머니께 물어 아궁이 위치를 찾아내어 새롭게 만들었다. 서쪽 아궁이는 아주 불이 잘 들어 훌륭하다! 동쪽 아궁이는 불이 잘 안 붙는다.

 

10. 도배하기와 문 바르기

 

벽과 천정에 한지로 도배를 하다. 초배, 재배 두 번 하다. 재배지는 상주의 무형문화재 할아버지가 만든 한지로 하다. 열 두 개의 문에 한지를 바르다.

 

11. 콩댐하기

 

콩과 생(生)들기름(경주에서는 짜는 곳이 없어 상주에서 짜서 공수하다)으로 배합하여 방바닥에 콩댐을 다섯 번 하다. 처음 할 때 들기름이 모자라 다시 싸와서 했는데 기름 색이 달라서인지 장판 색이 달라졌다. 나중에 칠한 쪽이 색이 잘 안 나와 말려두었던 치자 열매를 서너 개 섞어 치자 물을 들였다.

 

집, 새로운 상상

 

이 모든 과정을 거쳐 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어느 한 곳도 대충 지나간 곳이 없는 집, 한 사람의 손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낸 집이다. 지은이의 정성이 가득한 집, 고요함과 밝음이 있는 집이 되었다. M이 혼자 육 개월에 걸쳐 지은 집이다.

 

“이 집에 오면 내가 귀한 존재가 된 것 같아요.”
“그냥도 좋은데 알고 나니 정말 좋네!”

 

별채에는 여러 사람들이 와서 자기도 하고 며칠 묵어가기도 한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 지인들, 집 나온 십대, 팔십이 넘은 친구의 어머니, 시인, 소설가, 이스라엘에서 온 육십 대의 유대인과 그 가족, 대안 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교사… 등등 많은 사람들이 묵어갔다. 이웃들과 요가와 명상을 하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무엇보다 공부모임 친구들과 같이 공부를 했다.

 

별채에 오는 사람들은 집이 이루어진 과정을 듣기도 하고, 읽기도 하면서 집에 대한 애정과 새로움을 느꼈을까? 자신의 집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을까? 대부분의 집이 아파트거나, 아파트와 같은 구조로 지어진 집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우리들에게 집이 무언지 새로운 질문을 던졌을까? 집이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의 얼굴. 대신할 수 없는 존재의, 대신할 수 없는 삶의 방식. 대신할 수 없는 리듬’이라는 것을 스스로의 몸으로 감지했을까?

 

오늘도 별채는 고요하고 밝은 광장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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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15 [11:44]  최종편집: ⓒ 일다
 
바카스짱 17/08/16 [19:07] 수정 삭제  
  그 어떤 집보다 더 매력있어요.
Join 17/08/17 [20:07] 수정 삭제  
  짓는 집...
Join 17/08/17 [20:08] 수정 삭제  
  어설퍼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근데 너무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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