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비디오 업계 성폭력 피해 사례 속출

일본에서 정부-경찰-내각부 대응책 마련 움직임

페민 | 기사입력 2017/09/01 [09:58]

성인비디오 업계 성폭력 피해 사례 속출

일본에서 정부-경찰-내각부 대응책 마련 움직임

페민 | 입력 : 2017/09/01 [09:58]

일본에서는 길거리캐스팅 등으로 여성을 교묘하게 꼬여서 AV(Adult video, 성인영상물) 출연을 강요하는 실태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상담을 문의하는 피해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작년 3월, 국제인권 비정부기구 ‘휴먼라이츠 나우’(Human Rights Now)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으며, 올해 3월부터 일본 내각부와 경찰청의 대응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올해 4월 26일 도쿄 시부야역 앞에서 AV 출연 강요 피해 방지를 위한 홍보 캠페인을 하는 구루민 아로마(피해 증언인, 오른쪽)씨와 후지와라 시호코 HRN 활동가(왼쪽).  ⓒ페민 제공

 

대본 없는 촬영

 

AV 출연 섭외는 도쿄 도내 번화가를 비롯해, 홋카이도, 규슈까지 전국 각지에서는 물론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의 다수는 10-20대 여성이며 상담자의 5% 정도는 젊은 남성이라고 한다. 개인의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를 강요당해 AV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피해 상담 내용으로도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부는 시청자가 봐도 그런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강간죄 등의 적용은 어렵다고 이토 가즈코 ‘휴먼라이츠 나우’ 활동가는 말한다.

 

“일반적인 강간 사건조차 입증이 아주 어려워요. 더구나 계약이라는 형식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합의’한 것으로 간주되어 더더욱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 가운데에는 AV 혹은 무언가의 영상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승낙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제작사가 정확한 촬영 내용이나 유통 형태에 관해 알려주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약할 땐 가능한 행위와 불가능한 행위를 명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기재 역시 ‘써둬야 일이 들어오니까’, ‘싫으면 거부할 수 있다’며 유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세한 대본은 사전에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구요. 또 여러 성인남성 스탭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촬영 현장에서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용기를 내서 거부 의사를 밝혀도 바로 ‘부모한테 말하겠다’거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등의 답이 돌아옵니다. 촬영 회피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AV 출연 강요 피해가 사회적으로 인지되기 시작하긴 했지만 문제점을 입증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 과제다. AV 출연이 ‘위탁계약’으로 이루어지는 점, 협박이나 교묘한 말로 유도해 승낙한 것이어도 밀실 계약으로는 이를 입증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장벽이다.

 

온라인 유출, 협박, 허위 권유…교묘해진 수법

 

AV 출연 강요에 이르는 수법은 실로 교묘하고, 피해 상황 역시 제각각이다.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센터 ‘라이트하우스’ 후지와라 시호코 대표는 사례의 유형을 몇 가지로 소개한다.

 

“어떤 여성은 거리에서 예능프로그램 촬영이라고 소개를 받아 캠핑카에 타게 됐습니다. 출연료를 받기 위해 신분증을 제시하자, 남성이 억지로 옷을 벗기고 가슴을 주물렀다고 합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다가 도망쳤지만, 무서워서 회사 이름도 묻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 여성은 온라인에 그 영상이 유출되지 않을까 매일 검색하고,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거리에서 집요하게 말을 걸고 연예인의 이름이나 사진을 내미는 등 몇 시간이나 설득을 당한 후, AV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계약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촬영 전날 호텔에 묵을 때에야 대본을 봤고, 그때 처음으로 여러 명의 남성과 성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등의 협박을 당해 끝까지 거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당시 정신이 나간 상태여서 촬영한 그날의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일이 있었다는 걸 눈치 챈 언니의 권유로 ‘라이트하우스’에서 상담을 받기로 했다 해요.”

 

이러한 사례는 끝이 없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두세 편 출연을 결정한 사람도 있지만,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고서 합의한 것이 아니라 “유통은 러브호텔뿐”, “회원제 사이트”라고 허위 정보로 설득 당했다고.

 

AV 출연이 고수입이라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우리가 알기로는 고수입인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몇 만엔, 혹은 개런티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늘고 있는 것은 길에서 헌팅을 한 후 온라인메신저의 ID를 교환하는 방식인데, 몇 달에 걸쳐 친구가 된 후 여성의 고민을 들어주는 등 ‘공을 들이는’ 방식입니다.”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센터 ‘라이트하우스’의 후지와라 시호코 씨는 “캐스팅하는 사람들은 도시나 연예계를 동경하는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직업이나 어른의 이미지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 AV 출연 강요를 둘러싼 관계자의 상관도. ‘휴먼 라이츠 나우’ 보고서에서 인용, 작성.  ⓒ페민 제공

 

AV 제작과 배급을 규제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AV 제작은 시스템화 된 시장 속에서 이루어진다. 우선, 캐스팅된 여성은 소개 받은 프로덕션과 계약을 맺는다. 메이커(제작사)는 프로덕션에서 출연자를 소개받아 영상을 제작한다. 상품이 된 영상은 메이커로부터 판매자에게 유통된다. 여성들이 계약 후에 AV 출연이라는 것을 알고 해지를 요청하거나, 촬영 중에 자신이 승인할 수 없는 행위를 거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유통 판매 중단을 요구해도 실제로 중단시키기는 극히 어렵다고 한다.

 

“악질적인 것은 일부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프로덕션은 메이커(제작자)로부터 위약금을 청구당해도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여성을 출연시킵니다. 업계 전체의 구조인 거죠.”

 

메이커의 유형은 대형법인부터 일반 개인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업계의 건전화를 꾀하기 위해 AV업계 등이 가맹되어 있는 지적재산진흥협회(이하 IPPA) 등이 설립한 제3자 위원회인 ‘AV업계 개혁추진전문가위원회’가 4월에 발족했다. IPPA에는 일본의 정식 AV제작 관계 기업 70-80%가 가입되어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센터 ‘라이트하우스’ 후지와라 시호코 대표는 “위법하고 반사회적인 제작 시스템은 없는지를 감시하는 기능이 강화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도 “단, 이러한 협회에 가맹하지 않은 회사나 개인의 AV 제작이나 배급을 어떻게 규제할까”를 염려한다.

 

현재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일본에서 불법인 무삭제 AV나 헌팅한 여성을 호텔 등에 데려가 성행위를 촬영하는 일반인 영상, 몰카를 제공하는 사이트 등이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가 있어 IPPA(지적재산진흥협회)도 감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불평등 밀실계약, 인권침해 막으려면 

 

그렇다면 애초에 AV 제작에서 여성출연자에게 ‘위탁계약’을 하는 관례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시대적인 배경은 2000년 이후, 인터넷 사회의 도래로 AV컨텐츠 수요가 확대된 데에 있다. 여기에 2004년, AV에 출연한 여성이 촬영 당시 가해진 폭력으로 전치 4개월의 외상을 입었다고 제기한 ‘바키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가해자인 제작회사의 사장에게 실형 판결이 내려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이토 가즈코 ‘휴먼라이츠 나우’ 활동가는 말한다.

 

“사건 이후 컴플라이언스라며 변호사를 두는 제작사도 늘었습니다. 언뜻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계약 형태가 정돈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에 방해되지 않도록 업계 사정에 맞춰 만들어진 것으로, 여성의 인권을 배려한 것이 아닙니다.”

 

출연하는 여성들의 인권을 배려하고 계약서를 더욱 정교하게 조사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토 씨는 근본적인 해결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계약 실태는 프로덕션과 젊은 여성 사이의 불평등 계약이에요. 언제든 출연을 거부할 수 있고 판매 후에도 계약 해지가 가능해지는, 여성에게 유리한 쿨링오프(cooling-off) 제도가 없는 한, 이 방법은 유효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한 이유로 ‘휴먼라이츠 나우’는 포괄적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의도를 감춘 권유 등도 포함한 처벌, 그리고 위약금 청구를 금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포괄적 입법을 위해 국회를 상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휴먼라이츠 나우’가 작성한 법안에는 계약 실태와 다르게 얘기하는 섭외를 금지하고, 계약 내용을 규제하며, 출연자의 안전과 위생에 관련한 사용자 규제, 뜻에 반한 출연의 경우 판매중지 요구, AV 업무에 관한 감독관청 설치 및 벌칙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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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름 2017/09/04 [01:36] 수정 | 삭제
  • 일본 피해자들이 격었을 마음 고생이 느껴지네요 계약이란것은 갑의 입장만대변하기 위한 것이 많은듯 ..쳐죽일것들일본도 눈뜨고 코배어가는 곳이군요
  • 바다 2017/09/03 [02:55] 수정 | 삭제
  • 맞습니다 불매합시다
  • 독자 2017/09/01 [17:05] 수정 | 삭제
  • 일본AV 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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