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몸 존중…실현을 위한 각국의 노력

‘여성의 몸 이미지’에 다양성과 자유를!② 호주 사례

윤다온 | 기사입력 2017/09/09 [11:31]

다양한 몸 존중…실현을 위한 각국의 노력

‘여성의 몸 이미지’에 다양성과 자유를!② 호주 사례

윤다온 | 입력 : 2017/09/09 [11:31]

작년 도브(Dove)는 13개국에 걸쳐 16세~60세 여성들 만오백 명을 대상으로 ‘몸 이미지와 자존감’에 대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나이, 인종, 지역을 넘어 전 세계의 여성들이 외모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 2016년 도브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중 일부.

 

매체가 보여주는 비현실적인 여성상에 도달해야 한다는 일상적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여성의 자존감과 사회활동 역량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선택을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상대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나라의 여성들조차 낮은 몸 자존감을 갖고 있고 십대들의 섭식장애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현실은 여성의 낮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소식이다.

 

십대여성 성애화 광고 금지, 포토샵 법 시행…

 

그러나 외모 스트레스가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해서 모두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자율심의기구인 광고표준위원회는 십대 여성을 성애화하거나, 과도하게 마른 여성의 몸 이미지를 광고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는 내년부터 성 고정관념을 확산시키는 광고, 이를테면 가사노동이 여성의 일이라고 암시하는 광고나 성별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조롱하는 내용의 광고 또한 규제 범위에 포함된다.

 

이미 노르웨이, 스페인, 핀란드, 아일랜드, 프랑스 등 28개국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또한 2015년 일명 ‘포토샵 법’을 통과시킨 프랑스는 올해 10월부터 보정된 모든 사진에 그 사실을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움직임은 왜곡된 몸 이미지가 성인 여성뿐만 아니라 십대 여성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해온 시민-여성단체들이 정부와 함께 민관 협력 사업을 벌이고 캠페인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호주의 정책 제안서와 영국의 몸 이미지 교육 지도서를 통해 간략하게나마 두 나라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호주: 몸 이미지 문제의 해결 주체는 ‘정부’

 

▶ 2010년 호주 정부가 구성한 자문단이 발행한 <몸 이미지 관련 국가 전략 제안서>

호주의 경우, 왜곡된 몸 이미지에 관한 이슈가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10년 당시 청소년부 장관이었던 케이트 엘리스가 자문단을 구성하면서부터다.

 

보건부문, 패션계, 언론매체와 비정부기구 전문가들이 모인 이 자문단은 설문조사와 기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실질적으로 정부가 몸 이미지 이슈와 관련해 진행할 수 있는 정책을 담아 <몸 이미지 관련 국가 전략 제안서>(A Proposed National Strategy)를 제출했다.

 

제안서는 정부가 ‘몸 다양성’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관련 종사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공공단체, 학교, 지역사회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중심 역할을 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문단은 다양한 몸의 재현을 위해 지켜야 할 산업자율행동수칙을 제시하였다. 산업자율행동수칙은 기업들이 다양한 체격과 체형,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디지털 기술을 통해 비현실적인 몸 이미지를 유포하는 것을 지양하며, 적정 체중의 모델을 고용하고, 성인복의 경우 16세 이상의 모델만 고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몸 이미지 교육을 포함하는 것을 권장하고, 몸 이미지 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체크리스트(제안서에 포함되어 있음)를 학교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학교에 ‘모든 몸에 대한 존중’ 자료집 배포

 

호주 정부는 자문단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2012년 ‘긍정적인 몸 이미지 어워드’를 개최해 산업자율수칙을 지킨 기업과 긍정적인 몸 이미지를 증진하는데 기여한 청년들을 선발했다.

 

무엇보다 2011년에 호주의 모든 학교에 몸 이미지 교육 정보를 담은 자료집 <모든 몸에 대한 존중>(the Respect Every Body)을 배포한 것은 자문단의 제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몸 이미지 관련 국가 전략 제안서>에서 몸 이미지 문제의 해결 주체가 ‘정부’임을 명시한 것과 호주 정부가 산업자율수칙을 수용한 기업들을 선발, 홍보하여 방향을 제시하고 유인책을 마련한 것은 분명 큰 성과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수칙을 지키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있는 왜곡된 몸 이미지를 바로잡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교육 정책에 있어서도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도브가 진행한 ‘몸 이미지와 자존감’ 관련 연구 결과 http://prn.to/28UMcoh
※ 영국 광고표준위원회의 성고정관념 유포 광고 규제 http://bit.ly/2tqORQA

 

(이 글은 작년 한국여성민우회가 발간한 <다양한 몸의 자유를 위한 의.안.발.의.> 자료집에 실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yolo 2017/09/14 [11:01] 수정 | 삭제
  • 도움되는 자료네요. 감사합니다
  • 독자 2017/09/10 [16:51] 수정 | 삭제
  • 성형광고 규제 정말 필요합니다!
  • 으니 2017/09/09 [16:25] 수정 | 삭제
  • 외모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론화 안될 뿐이죠 한국도 이 문제에 관심 갖고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