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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죄에 저항하기 “우리는 낙서하겠습니다”
공모죄 이후의 이정표② 극작가에게 듣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시미즈 사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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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계획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공모죄법’(테러 등 준비죄) 시행으로 뜨거운 논쟁 중이다. 국가가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감시사회를 만들려 한다는 반발은 예술계에서도 거세다.

 

반전(反戰)을 택한 연극인들, 낙서를 권유하다

 

‘반전(反戰)을 택한 연극인 모임’에서는 올해의 테마를 공모죄로 정했다. “돌이킬 수 없는 여름”이라는 타이틀의 희곡낭독공연으로 세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 그 중 두 편이 극작가 사카테 요지의 희곡 <‘반전’ 낙서의 권유>와 <전쟁터 이라크에서 온 메일>이다.

 

<‘반전’ 낙서의 권유>는 이라크전쟁이 시작되던 2003년 봄, 도쿄도 스기나미구의 공원 화장실 외벽에 스프레이로 ‘반전(反戰)’이라고 쓴 남성이 체포된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이루어진 사례로,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거론할 의미가 있다고 사카테 씨는 말한다. 당시 그 남성은 건조물 손괴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 시대를 돌아보고 공모죄가 시행된 현재와 연결시키기 위해 <전쟁터 이라크에서 온 메일>을 낭독하고 무대는 다시 <‘반전’ 낙서의 권유>로 돌아간다.

 

▶ ‘반전을 선택한 연극인 모임’이 매년 개최하는 희곡낭독공연 ‘피스 리딩’의 올해 공연에서는 <‘반전’ 낙서의 권유> 스티커도 판매했다. 스프레이 병에 붙여 사용할 수 있다. ⓒ페민 제공

 

연극은 작년 10월, 오키나와 다카에에서 미군의 헬리포트(헬리콥터 착륙대) 공사에 항의하던 사람들이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기소된 것을 ‘공모죄법’의 선례로 묘사한다. 대본을 쓴 사카테 요지 씨는 “그때 체포된 목사 요시다 시게루 씨에 대한 7월 27일 판결문이 ‘마찬가지로 체포·기소된 야마시로 히로시 등과 공모한 사실이 분명하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공모죄가 현실로 보였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사카테 씨는 공모죄법 시행 이후의 상황에 대해 “경찰에 의한 도청이나 미행은 이미 몰래 시행되고 있었지만, 이러한 수사 방법이 ‘합법적’이 된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시민들의 자기검열과 위축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전 낙서’ 사건으로부터 14년이 흘렀습니다. 낙서는 용납되지 않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사를 공공연하게 표현하기 위해 낙서밖에 방법이 없다면, 낙서를 해도 됩니다. 법 자체가 잘못됐다면 법을 부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걸까요? 희곡의 마지막 장면은 현재입니다. 출연자가 일제히 스프레이로 ‘반전’이라고 씁니다. 그리고 ‘반전 스프레이’를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웃음) 여기에는 ‘합의’와 ‘준비’가 존재하죠. ‘웰컴, 공모죄. 우리는 계속 낙서하겠습니다’ 그런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정치는 다루면 안 돼’ 사상통제는 벌써 시작됐다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외 다수 수상 경력을 가진 극작가이자, 극단 린코군의 대표인 사카테 요지 씨에게 ‘공모죄’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예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저는 지금까지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나 전쟁, 천황제, 정치범에 관한 이야기, 사회적 차별 문제를 희곡으로 써왔습니다. 가족드라마나 연애극을 써도 그 안에서 정치 이슈를 다루면 ‘사회파’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일본의 특수한 상황입니다.

 

2002년에 초연한 <블라인드 터치>는 무기징역수로 수감된 정치범 남성과 옥중 결혼을 한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남편이 갑자기 석방돼 그날 처음 함께 살기 시작한다는 멜로드라마로, 해외 상연 때는 ‘일본에도 어른을 위한 연극이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일본과 달리, 정치적인 문제를 다뤄도 평범한 드라마로 수용되는 것입니다. 저는 연극적 실험을 거듭해 표현의 가능성을 끌어내면서, 동시대의 이슈를 날카롭게 다루는 것, 그 두 가지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내가 오키나와 출신이기도 해서, 오키나와로부터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1987년 오키나와 국민체육대회에서 일장기를 내려 태우며 항의한 치바나 쇼이치 씨의 이야기를 담은 <바다의 비등점>을 집필하기 위해 그의 집에 오래 머무르기도 했습니다. 필리핀에서 돈을 벌려고 와 미군캠프 앞 바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최신 정보를 듣기도 했는데, 미군들이 그녀들에게만은 속내를 털어놓는다고 하더군요.

 

오키나와에 관한 연극 <후텐마>에서는 2004년 대학에 미군 헬기가 추락한 사건을 재검증했습니다. <오키나와 밀크 플랜트의 마지막 황후>에서는 아내의 친척이자 오키나와의 재일미군기지노동조합 서기장이었던 분의 도움을 얻어 미군 철수와 고용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 오키나와에서 대학에 미군 헬기가 추락한 사건을 다룬 연극 <후텐마> 2011년 세이넨 극장. (촬영 Masahiko Yakou)

 

저는 연극이라는 방법으로 ‘이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려고 합니다. 연극은 창작 행위임과 동시에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가는 행위이자, 진실을 파헤쳐 발견하는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또한 연극에는 관객과의 쌍방향성이 있습니다. 배우의 어떤 표정을 알아채는 사람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대의 어디를 볼지는 관객의 선택입니다. 그런 관객들이 갖는 느낌이 연극을 지탱해왔습니다.

 

지금 “전쟁은 없어지지 않는다, 일본만 손 안 더럽히고 있을 수 있나”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전 전쟁을 치른 후에 ‘다시는 전쟁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말의 무게가 제대로 전해 내려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가 헌법 전문 중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의 공정과 신의를 신뢰하고,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보존하고자 결의했다”는 부분입니다. 아베 총리는 2012년에 이 부분에 대해 “우리의 안전을 세계에 맡기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창피한 헌법”이라고 발언했습니다. 틀렸습니다. 저는 상대(모든 국민)를 신뢰하는 것, 상대가 움직이도록 추동함으로써 자신(일본)이 변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연극인 중에는 정치를 다루는 연극은 ‘안 팔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우리 세대와는 다릅니다. 지금, 일본 사회는 큰 전환점에 와있습니다. 사상 통제마저 이뤄지면, 어떤 경향의 연극에는 환경적·경제적 억압이 가해지고 심지어 그 경위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청년들이 표현의 자유의 소중함을 생각하길 바랍니다. ‘옳은가’, ‘받아들여질까’가 아닙니다. 자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 체제의 가치관을 뛰어넘길 바랍니다.

 

7월의 도쿄도의원 선거를 위한 아키하바라 가두연설 중 아베 총리를 향해 ‘물러나라’고 외친 구호도 ‘공모’의 대상이 될까요? “반대한다고 말하기가 두렵다. 상업 베이스로 일을 하고 있으니 정치적인 것에 얽혀 일을 잃게 되면 곤란하다”는 위축의 목소리가 연극계에도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이미 시작된 셈입니다. “그 아키하바라의 구호가 ‘최후의 자유’였네”라고 말하는 사태가 발생해선 안 됩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저항과 호소에 대해 “정말로 심각해졌을 때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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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22 [14:27]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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