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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고…
울산에서, 여성들이 ‘생리’에 대해 묻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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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리대 안전문제를 계기로, 울산에서 열린 [생리 수다는 처음이지?] 강좌 내용과 후기를 기록노동자 희정 님이 기고하였습니다. -편집자 주

 

울산 거주 4년 차. 가게 주인은 생리대 담을 검은 봉지가 없다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일명 생리대 감금. 주인이 검은 봉지를 구석에서 찾아낸 후에야 풀려났다. 한번은 화장실에 생리대 상자를 놓았다고(물론 생리용품은 습기 찬 곳에 두면 안 된다) 같은 사무실 여성 직원이 쫓아왔다. “이런 거 두면 안 돼요.” 내 생리대는 ‘이런 게’ 됐다.

 

생리의 고통을 SNS에 읊조렸다가는 한 소리 듣는다.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한다니. 홍길동만큼이나 서러웠다. 생리라는 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니 서러움을 잊지도 못했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으나, 내가 거주하는 남초 공업도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생리 앞에 다들 ‘쉿!’이라도 달아놓고 사는 것 같았다. 그러다 더는 쉿! 하지 못할 일이 터졌다. 텔레비전을 틀면 생리대 이야기가 나왔다. 시중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에서 벤진, 스티렌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단다. SNS, 카카오톡 단톡방마다 여자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제 뭘 써야 해?”

 

해외 직구 생리대를 구입하려면 배송비를 감수해야 했다. 면생리대는 품절 현상을 겪었다. 대안으로 이야기된 생리컵을 두고 일부 남성들은 질 삽입 시 “잃어버릴” 처녀막을 운운했다. 여자들은 매장에 진열된 화학덩어리들 앞에서 전전긍긍하는데 인터넷에서는 “생리가 벼슬이냐”는 소리가 퍼졌다. 홍길동이라면 이제 머리카락이라도 뽑아 분신술을 펼칠 때였다.

 

그래서일까. 10월 경 울산에서도 사람들이 모였다. 생리대 캠페인을 하면 그 앞을 지나가는 여성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빨라진다는 울산에서 말이다. 여성-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주축이 됐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시작이었다.

 

▶ 12월 1일 울산에서 열린 “생리 수다는 처음이지?” 강좌 웹홍보물. ⓒ생리강좌 기획단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가 보여주는 것

 

시작은 가볍게 하기로 했다. [생리 수다는 처음이지?]를 제목으로 하여, 생리에 대한 Q&A를 컨셉으로 걸었다. 여성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몸과 생리에 관해 묻고 말한다. 강좌 웹홍보물에 생리대 그림을 크게 실어버렸다. 생리가 뭐라고 말을 못 해? 생리대 그림이 말해주길 바랐다.

 

12월 1일, 울산아이쿱생협 무거공간을 빌려 강좌를 열었다. 효과는 있었을까? 있다고 본다. 강좌 사회를 본 남성은 처음 알았다고 했다. 생리가 하루이틀만에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시되지 않았던 시절에 컸다. ‘사내자식이’를 주문처럼 읊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쉰 줄에 생리 강좌 사회자로 서게 됐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공부를 해야 했다.

 

그의 첫 의문은 “왜 이렇게 비싸?”였다고 한다. 사회구성원 중 상당수가 생리대를 필수품으로 사용하는데 왜 이렇게 높은 가격에 판매될까?

 

“생리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이야기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나름 원인을 추측해 내놓는다. 그 자신 또한 생리대 가격과 하루 생리대 사용량과 생리일수를 알고서야 생리대 가격에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강좌를 연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입 다물고 살면, 누군가는 운동화 깔창을 써야 할 정도로 비싼 생리대에서 벤젠이 나오는 세상이 된다는 것.

 

이번 강연에 초대된 조현희 강사(가톨릭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생리대 유해 사태로 밝혀진 일회용 생리대의 브랜드별 유해물질을 표로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 이 표를 보면서, 어느 생리대가 더 위험하다를 찾으시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생리대가 정말 하나도 관리가 안 되고 있구나. 이 사실에 분노를 느껴야 합니다.”

 

그 자신이 산부인과 전문의인데도,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서야 월경용품이 이토록 조사연구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국내에는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방법조차 구축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한 연구는 현저히 적다. 그런데도 사건이 터지자, 식약처를 비롯한 정부기관은 증거부터 요구했다.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 식약처의 주장이다. 생리대에 함유된 화학물질의 농도가 낮다며 인체에 끼칠 위험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여성의 질은 각질화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이기에 일반적인 수치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조현희 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대음순의 각질화 부분에 실험한 결과, 팔 안쪽보다 6배 높은 약물 투과율을 보였습니다. 대음순도 이럴 진데, 각질화 되어 있지 않은 질과 소음순에는 약물이 흡수되는 정도가 더 클 거라는 건 충분히 예측되지요.”

 

여기에 더해 생리 기간에는 세포 간격이 넓어져 투과성이 더 높아진다. 피가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흔히들 사용하는 방수팬티 등으로 인해 변화하는 습도와 온도도 고려되어 한다. 질 부근에 노출된 화학물질을 무해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아직 증명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조현희 강사는 관련 연구와 조사의 필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여성이 자신의 몸에 관심 두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생리대 유해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자 주변에서 이리 묻는다고 했다.

 

“의사 안 하고 환경운동 할 거니?”

 

그녀의 대답은?

 

“여성은 환경운동가가 될 필요가 있어요.”

 

▶ 조현희 산부인과 의사가 ‘생리대 유해물질과 여성건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생리강좌 기획단

 

‘예민한 몸’에 핍박을 가하는 사회

 

조현희 강사는 상대적으로 여성이 외부환경에 더 ‘예민한’ 몸을 가졌다고 했다.

 

“그 예민함이 남성우월 사회에서는 무시당하고 핍박 받아온 거지요.”

 

사회는 여성의 예민함을 무시한다. 관심 두고 주의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근거 없는 일, 증명되지 않은 일로 치부한다. 간혹 들려오는 “남자가 생리를 했어도 이랬을까?”하는 한탄은 과민한 반응이 아니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뚝딱 먹어버리지 않으니’ 정치인 같으면 관련 법을 만들고 재산가 같으면 병원이나 시설을 지으려 한다는 거지요.”

 

<아픈 몸 더 아픈 차별>(김민아 저)에서 인용된 말이다. 여성의 경험도 뚝딱 먹혀졌다. 그간 생리통은 “애 낳으면 괜찮아지는” 것으로, 생리 전후 감정변화는 유난떠는 것으로 치부됐다.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할 대상이 아니었다.

 

수전 웬델은 저서 <거부당한 몸>에서 “다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상상할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의 주체성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생리 하냐?”가 비난이자 농담인 사회를 산다. 이 사회는 여성의 경험과 아픔을 상상하지 못한다. 여성의 생리(와 그 경험)를 상상하지 못 한다. 그것은 수전 웬델의 입을 빌린다면, 여성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다.

 

유난이고 감정적이라 치부 당해온 몸의 예민함. 이날 강좌에서 여성들은 핍박 받아온 예민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대놓고 몸 걱정을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질문 자체는 평이했다. “생리통이 심한데 병원에 가는 게 나을까요?” “인체 삽입 피임을 하고 싶은데 몸에 해롭진 않나요?” “폐경 후에 조심해야 할 것이 뭔가요?”

 

내 옆자리 누군가가 속삭였다. “산부인과 가기 힘들잖아요. 이참에 다 물어봐야지.” 아플 때 가라고 있는 것이 병원이고, 생식질환이 있을 때 찾아가라고 있는 것이 산부인과다. 그러나 못 간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산부인과 병원 문턱은 높다. 그러니 산부인과 전문의가 강사로 온 김에 다 묻고자 했다. 사람들은 집중했다. 강의는 성공적이었으나 슬픈 일이었다.

 

기업을 감시하고, 국가에 요구하라

 

사회가 상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까지 가만있을 순 없다. 생리컵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 조현희 강사는 “자신의 질을 알 필요가 있다”로 답을 맺었다. 안전한 생리용품을 사용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소문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닐 수만은 없다.

 

강사가 “자신의 질 모양을 아는 분?”이라 묻자 강연장이 술렁거렸다. 생리컵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질 크기를 아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나의 질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비해 루프, 생리컵 등 질 삽입 기구의 장벽이 높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것은 한국 여성이 가진 자기 몸의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질 모양과 크기를 알아야 한다며 충격을 준 강사는 이어 말했다. “자신의 몸을 일단 알아야 내 몸을 지키고, 내 몸과 관계된 안전 규제를 더 강한 목소리로 요구할 수 있어요”

 

안전하기 위해 조현희 강사는 당부했다. 안전한 먹거리와 생필품에 눈높이를 높일 것, 몸속에 들어온 독을 잘 배출하는 일도 중요하니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섬유질 섭취에 신경 쓸 것.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작은 일이다.

 

“현재의 화학물질 오염도는 한 사람이 노력해서 내 가족이라도 지킬 수준이 아닙니다.”

 

화학물질은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500여 개의 발암물질 목록을 보유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13만여 종이다. 이 중 국제암연구소가 조사한 물질은 1천여 종. 유해하다고 판명되지 않았다고 무해하다고 말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다. 생리컵의 안전을 묻는 질문에 강사는 “지금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독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뿐”이라 했다.

 

화학물질은 편리하고 풍요롭게 살고자 한 인간의 욕구, 아니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한 자본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독성은 그 대가다. 다만 풍요를 누린 순서와는 정반대로 대가가 온다. 힘 없는 자가 화학물질 독성에 먼저 노출된다. 이 중 여성의 몸이 포함되어 있다.

 

“내 몸의 안전을 위해 환경을 개선하도록 사회에 요구할 이유가 우리에게 있는 거지요.”

 

▶ 생리대 유해물질 전수조사와 인체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기업을 감시하고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그 일은 이뤄지고 있다. 시중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이어졌다. 그 결과 전문가 협의를 거쳐 정부(환경부)는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를 결정했다. 여전히 뻣뻣한 태도이긴 하지만 식약처도 압박을 받으며 2018년까지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측정 방법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우리는 요구했고, 조금은 안전에 가까워졌다. 이번에도 여성들은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주체임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는 이전보다는 여성의 경험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울산에서 열린 생리 강좌 또한 그 시작점에 있다. 다물어 온 입을 열고 첫 마디를 소리 내어 보는 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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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20 [12:02]  최종편집: ⓒ 일다
 
얀새 17/12/20 [19:15] 수정 삭제  
  행동해야 사회가 바뀌는 군요
쿠키 17/12/20 [19:22] 수정 삭제  
  생리에 대해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낭미 17/12/24 [05:10] 수정 삭제  
  희정님 기사 반갑습니다. 좋은 시작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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