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차별을 먹고 자란다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성폭력과 성차별

최하란 | 기사입력 2018/03/15 [15:03]

폭력은 차별을 먹고 자란다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성폭력과 성차별

최하란 | 입력 : 2018/03/15 [15:03]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편집자 주

 

여성과 임금: 젠더 불평등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6.4퍼센트였다. 올해는 16.4퍼센트가 됐지만, 최저임금 산입에 대한 정부 결정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 만약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면, 인상효과는 크게 줄 것이다.

 

이미 교육부가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 했다. 또 정부는 사실상 사회서비스 부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수당의 명칭을 바꾸거나 인력을 줄이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낮은 임금은 장시간 노동과 불평등의 원흉이다. 여성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2016년 통계청) 그리고 최저임금제를 적용받는 다수가 여성이다.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는 여성의 저임금을 강화한다. 

 

▶ 성별 임금격차 지수 OECD 1위 국가 대한민국. ⓒOECD

 

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여전히 우리는 성별임금격차 1위다. 36.7퍼센트의 격차는 OECD 평균 14.1퍼센트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1996년 43.3퍼센트이었던 것과 비교해 봐도 20년 동안 별로 줄지 않았다.

 

매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를 봐도 한국은 역시 OECD 최하위다.

 

차별에 대한 반대, 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은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할 가능성이 크다. 가사와 보육 부담이 개별 가정, 특히 여성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개별 가정에 떠넘긴 가사와 보육 부담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력 재생산 노력에 해당한다. 그러니 원래는 사회적 투자와 공공서비스가 책임져야 마땅하다.

 

폭력과 차별: 성차별이 성폭력을 낳는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진정한 토양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의 61퍼센트가 상사, 23퍼센트가 사장이다. 위계를 이용하는 가해자가 84퍼센트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제기를 한 피해자의 57퍼센트가 불이익을 당했고, 72퍼센트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직장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고백과 폭로가 훨씬 어렵다. 온갖 불이익을 각오하거나 생계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라면 해고를 각오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라면 미등록, 불법체류 신분이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개인적 해결책보다 집단적 해결책이 절실하다.

 

집단적 해결책을 위해 노동조합의 힘이 필요하다.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이나 해고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범법행위다. 남녀가 함께하는 노동조합의 집단적 항의행동이 있다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 세계 여성의 날 ‘미투’(#MeToo)를 외치다.  ⓒ최하란

 

여성의 다수가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한다고 해서 힘이 없는 약한 존재이거나 불필요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집단적 싸움은 이제껏 관행처럼 여겨지고 굳건해 보였던 억압과 차별을 얼마든지 깨뜨릴 수 있다. 얼마 전 110주년을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의 역사와 전통이 보여주듯이, 여성들의 열정과 지도적 역할로 시작된 싸움은 종종 놀라운 연대를 만들고 위대한 운동으로 전진했다.

 

지난 2월 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온라인 설문조사 발표에 따르면, 20~50대 남녀 88.6퍼센트가 ‘미투’, ‘위드유’ 운동을 지지한다. 그만큼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공감과 분노가 크다. 

 

▶ 미투/위드유 운동을 지지한다는 여론이 88.6퍼센트 ⓒ한국언론진흥재단

 

작년 10월 칼럼 더 흔한 폭력과 더 두려운 폭력>(http://ildaro.com/8018)에서 전망한 것처럼 과연 “한 세대를 전염시킬 정도로 강렬한 저항과 용기의 시대가 펼쳐지면, 이제껏 관습처럼 여겨지거나 세상의 이치처럼 굳건해 보였던 통념과 관행들이 곳곳에서 도전받는다.”

 

성폭력의 기반은 성차별이다. 성폭력에 맞서 싸우려면, 성차별을 낳는 조건에 맞서 싸워야 한다. 저임금 해소, 성별 임금격차 해소, 공공서비스 확충을 위해서 남녀 모두의 집단적 싸움이 필요하다.

 

특히, 직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성폭력 범죄에 대한 지금의 법과 제도는 피해 여성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선돼야 한다.

 

성폭력에 직면했을 때

 

여성가족부의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15.3퍼센트가 “저항하지 못했음/그냥 당했음”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해서”로 (1순위와 2순위 합계) 68.1퍼센트였다.

 

다음 글에서는 성폭력에 직면했을 때 도움이 될 셀프 디펜스(self-defense)를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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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2018/04/05 [15:29] 수정 | 삭제
  • 구체성이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요? 성차별은 반대하지면 동료 직원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 그 업무가 내게 떠넘겨질까 두려운, 막상 내가 사례의 당사자가 되면 선언이 내게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자주 찾아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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