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타의 월경越境 만남] 독일에 거주하며 기록 활동을 하고 있는 하리타님이 젠더와 섹슈얼리티, 출신 국가와 인종, 종교와 계층 등 사회의 경계를 넘고 해체하는 여성들과 만나 묻고 답한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오만한 백인 사회에 대한 반격, 쏘울 시스터즈의 탄생
내가 시에나 데이비스를 알게 된 것은 독일 페미니즘 대중문화 잡지 미씨매거진(Missy Magazine)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였다. 헤드라인은 “백인들은 자기들끼리만 얘기한다” (White people talk to each other)였다. 백인들이 사회를 주도하는 미국 서부 도시를 떠난 시에나는 기대와 달리 또 다른 백인 주류 사회에 살게 되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흑인 아프리카인이 다른 민족임을 모를 정도로 인종 문제에 무지한 베를린에서, 비(非)시민권자 외국인으로 살게 되면서 시에나가 찾은 돌파구는 흑인여성들끼리 편히 모일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독일에 온 초기에 우연히 참여한 공연 워크숍이 계기가 됐다.
‘발하우스 나우니스트라세’(Ballhaus Naunystrasse)라는 연극단체에서 연 <백인 세계 속 유색인종 여성들>(Colored Women in a White World)이라는 2주짜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브라질 출신의 흑인 대표가 이주 배경이 있는 사람들에게 연극 워크숍을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흑인여성에겐 무료였다. 거기서 다른 여러 흑인여성들을 만나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일 춤추고 노래하고 공연 연습을 하면서 수다도 많이 떨었다. 워크숍이 끝나고 나서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기 위해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는데, 그게 <쏘울 시스터즈>(Soul Sisters)의 시작이다. 최초 7명의 멤버가 각자 새로 흑인여성을 알게 될 때마다 초대해서 지금은 8백 명이 넘었다.
시에나: “오드리 로드(Audre Lorde)라고 아세요? 액티비스트, 작가, 시인이었던 흑인 레즈비언인데 1980년대에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미국 흑인여성 문학 수업을 했어요.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흑인 학생들만 남으라고 했대요. 강의실 문을 닫더니 학생들에게 서로 이름을 다 알게 될 때까지 못 나가게 했다는 일화가 있어요. 그 분이 아프리카계 독일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촉매제가 됐던 것 같아요.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기도 했죠. 동료였던 백인 독일인 페미니스트가 오드리 사진과 영상을 모아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오드리 로드의 베를린에서의 나날>(Audre lorde’s Berlin Years)도 있어요. 전 이 다큐를 독일 오기 전에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렇게 먼저 커뮤니티 조직에 힘쓴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아 생긴 소울 시스터즈는 친목 모임과 문화예술 활동, 정치교육을 넘나들며 네트워크를 다져오고 있다. 영화상영회, 소풍, 식사모임에서 친구가 된 여성들은 이후에 동지가 되어 함께 슬럿(Slut) 시위를 벌이고 동료가 되어 연극 <미러 미러>(Mirror Mirror)를 함께 무대에 올렸다. 쏘울 시스터즈의 비전은 베를린에 흑인 커뮤니티를 자리 잡게 하고 온.오프라인 상에서 서로 배우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슬럿 시위(Slut Walk): 2011년 캐나다의 한 경찰관이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슬럿(slut: 잡년)처럼 입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여성들이 ‘헤픈’ 복장을 입고 시위를 벌였다. 피해자의 품행을 문제 삼는 성폭력 유발론에 분노한 여성들의 시위는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한국에서도 개최되었다.
그런데 흑인이라는 범주는 사실 대단히 넓은 것이다. 유럽인이 주도한 식민침략 시대와 미국의 노예무역 등 디아스포라(이산)의 긴 역사 끝에 오늘날 흑인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앞서 말했듯, 소말리아의 흑인과 미국에 거주하는 흑인은 매우 다른 문화를 향유하는 이질적인 민족이다. 따라서 나는 단지 흑인여성이라는 것으로 정체성을 공유하는 연대가 가능한지 궁금했다.
내 입장에서 바라보면, 베를린에 끈끈한 아시아 여성 네트워크가 있다고 상상하기 쉽지 않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륙이고 그 안에 서로 다른 민족, 피부색, 종교, 관습 등이 공존한다. 이런 차이가 한 나라 안에서 두드러져 내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언어 차이도 있다. 우리는 중동이나 동남아시아를 우리와 비슷한 문화권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외모와 문화가 비슷한 극동아시아 3개국 한.중.일 내에서도 차이를 따지는 것에 더 익숙하다.
시에나는 쏘울 시스터즈 내에 차이가 있고, 이에 따른 분리가 어느 정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모임에서 공식 일정이 끝나고 나면 보통 구사하는 언어나 출신 지역에 따라 사람들이 소그룹을 만들어 뒷풀이를 이어간다. 아프리카 출신 여성들끼리 통하는 데가 있고, 북미 여성들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리얼리티 쇼를 화제로 이야기한다. 아프리카계 독일인들은 독일어로 수다 떤다. 약간의 분화가 일어나더라도 흑인여성 커뮤니티라는 느슨한 울타리에 같이 머물러 있다고 믿는다.
‘흑인’ ‘여성’이라는 자기정체성도 멤버마다 다르다. 가나에서 성장한 여성은 흑인 다수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자신을 여성이라 하기보다 그냥 사람으로 정의하길 선호한다. 두 가지 인종을 타고난 혼혈인들은 스스로를 온전히 흑인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흑인여성 네트워크의 정치적 의미에 동의해서 참여하기도 한다.
컬러리즘(colorism), 우리 안의 차별을 직시하다
‘흑인’이라는 포괄적인 정체성 우산 아래 모인 사람들이 느슨한 연대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쏘울 시스터즈가 작년부터 주력하는 ‘컬러리즘(colorism) 워크숍’이 바로 이를 목표로 한다.
시에나: “처음으로 영어.독일어를 병행해 진행했던 행사였어요. 당시에 컬러리즘에 대한 소논문을 쓰고 있어서 저에게 중요한 화두였고, 우리 모임에서도 꼭 다뤄야할 개념이라 생각했지요. 컬러리즘은 한 인종이나 민족 집단 내에 존재하는 차별을 일컫는 용어예요. 흑인 커뮤니티에서는 피부 톤이나 얼굴 모양, 머리 결 같이 흑인임을 나타내는 외모 지표가 차별의 근거가 돼요. 사람들은 보통 컬러리즘을 거론하길 꺼려요. 주류 인종에 의한 차별만 다루기도 버겁고, 자기들끼리도 화합하지 못하면서 무슨 인종차별을 해결하냐는 외부의 공격을 받을까봐 우려하는 거죠.
하지만 컬러리즘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뚜렷한 현상이에요. 독일에 있는 아프리카계 사람들은 대부분 혼혈이니 여기서 역시 컬러리즘이 작동하고, 그 양상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두 분 다 가나 출신이고 자신은 독일에서 나고 자란 한 멤버는 짙은 피부를 갖고 있어요. 혼혈이 다수인 독일 흑인 커뮤니티에서 자기 이야기는 안 들린다고 느끼죠. 반면 흑인 혼혈들은 피부 톤이 아무리 옅어도 독일 사람으로 인정받기까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어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에서는 농장의 노예와 가정집에 소속된 노예가 좀 다른 것으로 정의되는데, 피부 톤이 구분선이 됐어요. 엷은 톤의 흑인은 백인 주인의 강간에 의해 태어나 집안일을 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죠. 물론 학대를 겪지만 경우에 따라선 집을 벗어나 자유의 몸으로 다른 직업을 갖거나 백인 문화에 동화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어요. 짙은 피부 톤의 흑인 노예들은 반면에 농장에서 더 고된 노동을 감당해야 하고 거길 떠날 가능성이 별로 없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피부 톤이 얼마나 백인에 가깝느냐가 더 나은 자원과 기회에 대한 접근권과 연관됐고,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 피부 톤을 이유로 차별이 일어난 겁니다.”
컬러리즘 워크숍은 쏘울 시스터즈 멤버들이 그 동안 서로의 차이에 대해 느꼈던 막연한 감정들을 분명한 언어로 설명하고 납득하는 과정이었다. 각자가 어디서 왔고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말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정보가 너무나 많았다.
여성 커뮤니티인 만큼 페미니즘의 주요 개념인 상호교차성도 앞으로 더 탐구해 멤버 간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의미로 보는 영화”(Screenings with Meaning)라는 영화토론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 집단 내의 특정 정체성이나 이슈를 드러내는 영화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구성인데, 첫 번째 주제는 흑인 퀴어여성이다. 컬러리즘과 상호교차성의 관점에서 시에나는 자기 위치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시에나: “저는 미국 여권을 갖고 있고 영어가 모국어이니 분명 특권을 가졌다고 할 수 있죠. 대학 학위가 있어서 그걸 발판 삼아 독일에 올 수 있었고요. 풀타임 노동을 하지 않고도 경제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어요. 저의 피부 톤은 아주 엷지도 짙지도 않은 중간쯤이라서 심각한 컬러리즘을 겪지 않아요. 이런 점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흑인여성은 인류문화의 ‘회전문’이라는 말
시에나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갖고 있고 독립된 자아를 중요시하는 페미니스트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기까지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어떤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물었다. 언제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냐고. 그런 결심은 한 적 없단다. 어릴 적부터 스파이스 걸스나 미녀삼총사 같은 여성들이 활약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열광했고 그런 여걸이 되길 꿈꿨는데도.
시에나가 가까이서 보고 자란 여성상 역시 강인하고 독립적인 존재였다. 엄마는 이혼 후 쓰리-잡을 뛰면서 아이들을 키운 싱글맘이었다. 군부대에 비정기적으로 출장을 나갔고, 청소녀 교정 쉼터에 나가면서 부동산 중개사로도 일했다.
시에나: “페미니즘에 크게 공감한 적 없었어요. 왜냐면 저한테 페미니즘은 언제나 굉장히 백인스러웠거든요. 이미 특권층이고 여러 가지 자원이나 힘을 가지고 있는 중산층 여성들이 더 가지려고 싸우는 것. 대학에 가서 인종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론적으로 파헤쳐보면서 비로소 페미니즘을 다시 봤어요. 페미니즘 문학을 비판하는 민족지학적 관점을 통해서요. 그러면서 내가 탐착치 않아 했던 게 ‘백인 주류 페미니즘’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호손 스필러(Howthorn Spillers)가 남긴 말이 있어요. “흑인여성은 문화의 연결통로(vestibule)이다.” 한동안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vestibule’은 연결통로 중에서도 보통 큰 건물 현관을 가리키는데, 찬 공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 회전문 같은 거예요. 흑인여성이 문화적으로 이런 역할을 한다는 건 이들이 인류(humanity)과 비인류(inhumanity)사이에 통로라는 말이에요. 저 같은 사람은 여성, 인간, 그런 것들을 결정하는 일종의 통과 지점에 존재한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문화의 바깥에 있어요.
실제로 흑인여성들이 내면화하게 되는 자기 이미지는 사회가 흔히 말하는 ‘여성스러움’과는 아주 달라요. 제 경우에도 스스로를 전형적인 여성이라 느껴본 적 없어요. 사람들이 저를 여자로 본다는 느낌도 안 들고요. 주류 페미니즘은 ‘여자는 약하다’, ‘여자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 ‘여자들은 내숭을 떤다’, ‘부드럽고 섬세하다’와 같은 생각들에 반기를 들죠. 하지만 어차피 사람들은 흑인여자를 그렇게 안 보거든요. 흑인 여자들은 힘 세고, 남자를 이겨먹고, 성욕 넘치고, 주도적이라는 게 사회통념이에요. 그래서 제가 페미니즘을 제 삶에 연결시키지 못한 겁니다.
물론 흑인여성들도 학대나 괴롭힘, 차별을 경험해요. 우리도 가정폭력, 성폭력에 맞서고 재생산 권리를 위해서 싸워야죠. 하지만 주류 페미니즘의 근본적인 바탕은 제가 경험한 여성성과 달라요. 흑인남성의 위치가 열등한 사회 현실을 알기 때문에 남성과 동등해지고자 투쟁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고요.
기존 텍스트 비판을 통해서였지만 결국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어 기뻐요. 다만 어디에나 들어맞는(one-size-fit) 그런 페미니즘을 없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려고 해요. 지금도 스스로를 흑인 페미니스트라고 여기지만 페미니스트라는 용어 그 자체는 좀 조심스러워요. 흑인여성은 언제나 강해야만 했고 스스로를 지켜야했어요.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든 남의 집 청소를 하든 힘든 노동을 해왔어요. 백인여성들의 욕구와 같을 수 없는 거죠. ‘당신 애들을 돌보는 게 내 노동인데, 당신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말입니까?’
저도 미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상호교차성의 문제를 점점 더 많이 다루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런데 미투(#MeToo) 캠페인을 보면서 우린 물어야 해요. 헐리우드의 유명 백인 여배우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이 유색인종 공장노동자 여성들에겐 무슨 의미인가? 전 페미니즘에 대해 항상 생각해요.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뿐이죠. 그 말은 저 말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거니까요.”
페미위키(femiwiki.com)가 정의하는 상호교차성이란, 한 사람의 사회 정체성을 규정하는 범주인 젠더, 인종, 사회 계급 등이 서로 겹쳐서 상호작용하는 현상이다. 그 사람의 겪는 억압, 지배구조, 차별 역시 그 복잡한 맥락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 패러다임은 ‘교차 페미’라는 약칭과 함께 한국에서도 조금씩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은 일상 언어가 아니라 이론적 개념이다. 상호교차성 관점에서 동남아 이주여성, 코피노 학생, 레즈비언, 장애여성, 빈곤층 여성을 논하는 페미니즘은 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벨 훅스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다른 인종 정체성과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음에도, 두 사람의 텍스트가 별 구분 없이 ‘미국의 유명 페미니스트가 쓴 책’으로 읽힌다.
‘같은 여자로서 공감한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엄연히 말해 ‘같은 여자’는 허상이다. 여자라고 다 같은 처지에 있지 않다. 강남역 살인사건, OO내 성폭력, 낙태죄 폐지, 미투 캠페인과 같은 사회 저변을 뒤흔드는 이슈에서 한국의 주류 페미니즘은 수많은 여성들에게 언어와 소속감을 제공했고 인식의 혁명을 시작하게 했다. 하지만 여성들 개인이 고유한 자기정체성을 명확히 바라보며 ‘나의 페미니즘’을 만들게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앞으로 이 시대의 페미니즘이 더 넓고 깊게 폭발하려면, 나와 네가 선 지점에서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로 인한 차별과 소외는 없는지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베를린의 어느 날 밤, 나는 피곤한 몸을 깨우려 콜라를 마시고 시에나에게는 와인을 한 잔 건넸다. 거울 속의 까만 얼굴을 보며 “난 한참 부족해. 안 예뻐. 여성스럽지도 않아”라고 속상해하던 소녀는 스스로 ‘흑인여성’이라는 튼튼한 갑옷을 입는 여성으로 성장했다. 대서양을 건너 홀로코스트의 나라로 왔다. 독일인들에게 제대로 된 인종 담론을 좀 키워보라 하고,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도 자나 깨나 흑인 페미니스트로 산다.
시에나는 비욘세의 앨범 <레모네이드>(Lemonade, 2016)에 대한 논문을 썼다. 흑인 미국 여성이 만든 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전역에 배급된 영화 <먼지의 딸들>(Daughter of the dust)(1991)과 유사한 모티브가 많이 사용된 이 음반에 비욘세는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흑인 조상들의 영성을 담았다. 많은 이들이 이 앨범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피부 톤이 엷은데다 금발머리를 땋고 다니는 돈 많은 흑인여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에나는 이러한 현상을 컬러리즘 관점에서 분석했다.
학사 졸업 논문은 흑인 펑크문화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로펑크’(Afropunk)에 대한 것이었다. 음악 커뮤니티로 시작해 대안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성장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실질적인 사회 변화에까지 영향을 줬는지를 ‘뉴미디어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틀에서 탐구했다. 곧 시작할 석사 논문은 쏘울 시스터즈 활동을 돌아보고 전망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시에나 데이비스가 추천하는 블랙 페미니즘 책들
- 패트리샤 힐 콜린스 <흑인 페미니즘 사상>(여성문화이론연구소, 2009)
[필자 소개] 하리타(정세연)- 독일살이 4년차. 온갖 차이와 차별에 대한 감각이 여전히 곤두서있다. 일다에 <29살, 섹슈얼리티 중간정산> 칼럼을 연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부터 내 몸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어-더 자유로운 페미니즘을 위하여>(2017, 동녁)를 썼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환경사회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앞으로 젠더, 이주, 섹슈얼리티,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계속 글쓰고 행동해나가려 한다. 하리타는 산스크리트어로 ‘초록’이다. facebook.com/haritamoonr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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