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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페미니즘, 우리에게도 역사가 있다!
‘2018 신입생 페미니즘 캠프’ 기획단을 만나다(하)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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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사회와 다른 특성이 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페미니스트로 사는 이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2018 신입생 페미니즘 캠프’ 기획단으로 활동한 이수빈(연세대 총여), 윤원정(동국대 총여), 퍼포린(성균관대 여성주의 소모임 ‘나은’) 세 사람에게 학내 페미니즘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에타(에브리타임이라는 시간표 앱. 대학 별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많은 대학생들이 이용함)에서 여성혐오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요. 요즘 대학 분위기는 어떤가요,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나요?

 

이수빈(연세대 총여학생회):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있었어요. 1년 내내 집회하러 다녔던 기억이 나요. 그 일 이후로 학교 내 페미니즘 소모임이나 학회도 많이 생겼어요. 총여학생회 인원도 그 때는 5~6명이었는데 지금은 20명 정도거든요. 그런 변화들이 와 닿긴 해요. 페미니즘과 그 가치를 말하는 사람은 항상 있었지만,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제가 총여 안에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만, 우리에게 집행력이 생긴 것 같아요. 저의 임무는 이걸 다음 학번에게 잘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윤원정(동국대 총여학생회): “전체적인 여론을 분석하긴 힘들지만, 확실히 페미니즘이라는 주제 자체가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된 것 같긴 해요. 2014년 이후 2년 동안 총여학생회가 없었다가 2017년에 다시 생기게 된 것도 그렇고요. 물론 페미니즘이 학생회에서 의제로 채택되진 못했지만요.”

 

퍼포린(성균관대 여성주의 소모임 ‘나은’): “저도 페미니즘 공동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감각이 대중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금씩 변화는 있는 것 같아요. 제가 1학년 때도 여성주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 땐 다들 그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완전히 무관심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학내에 다른 소모임이나 사회운동 관련된 곳은 사람이 안 들어오는데, 페미니즘 모임만 사람이 엄청 많아요. 그리고 우리가 욕을 먹고 있다는 것도, 그만큼 관심이 늘어났다는 거죠.”

 

윤원정: “2014년 총여 집행부는 무관심과 싸웠는데, 지금은 공격과 싸운다, 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퍼포린: “이제 총학생회 선거운동에서도 성평등 정책이 나오긴 하더라구요. 그 정책들이 아직은 별 것 아닌 수준이긴 하지만, 성평등이 논의가 되긴 한다는 거죠.”

 

이수빈: “우리가 제시하는 정책이나 논의를 학교에서도 이해 못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설명을 계속 해줘야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그 논의 수준이 점점 낮아지기도 하고요. 그런 걸 겪다보면 분위기가 좀 양극화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강간을 예방하는 7가지 방법 대자보  (출처: 성균관대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나은’)

 

퍼포린: “학교에서 우리 소모임이 유명해 진 사건이 있는데요. ‘강간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는 대자보 덕분이거든요. 엄청 많은 공격을 받았어요. 뭐랄까, 이 주제로 강 하나를 두고 극명하게 나뉜 거죠. 한 쪽에는 이 대자보 자체에 화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제 친구는 ‘그리고 그 강 위에는 표류하는 진보 마초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다같이 웃음)”

 

-대학 내 미투(#MeToo)도 요즘 이슈인데, 할 일도 많고 고민도 많을 것 같아요.

 

퍼포린: “가끔 문의 들어오는 게 있는데 사실 우린 그냥 소모임이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학교 내에 공론장도 없고요.”

 

윤원정: “얼마 전에 대학 내 미투 관련 대담회가 있었어요. 학생운동으로서 권력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페미니즘 과제로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등이 논의되었는데요. 참가자들 사이에 서로 다른 지점들을 많이 확인했어요. 아직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수빈: “최근에 언론사들로부터 연세대 총여는 미투 관련해서 뭐 안 하냐 이런 문의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는 계속 하고 있었고, 29대째 해오고 있는데 말이죠. 전 미투 운동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운동으로 발현시켜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사건 공론화를 위해서 총여를 찾아오는 성폭력 피해자들과 어떻게 사건을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윤원정: “성폭력을 공론화하는 방법이 공동체적 해결을 하는 데에 있어서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피해자의 조력자/지지자 역할에서 사건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그러면서 미투 운동을 어떻게 지속시킬지에 대해서도요.”

 

이수빈: “학교 내에 성평등 상담센터에 상담사 선생님이 두 명 있는데 요즘 엄청 바쁘시거든요. 학교에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충원도 안 되고. 그래서 센터에 사건 접수를 했다가 진행이 느리니까 총여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니까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죠. 사건 해결이 잘 안 되는 경우 비판을 받게되기도 하고요.”

 

윤원정: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려다가 실수가 있다든지 어떤 문제가 생기면 결국 총여학생회 존폐 논란이 일어날 거라는 예상이 되니까, 그런 부분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 2018 신입생 페미니즘 캠프 기획단과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가 공동 주최한 <페미니스트가 떴다!> 참가자들.   ©2018 신입생 페미니즘 캠프 기획단 제공

 

-다들 바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페미니즘 캠프를 진행한 거네요. 캠프 이야기를 해볼까요, 참가자들 반응은 어땠나요?

 

이수빈: “행사 총괄을 하다 보니 참가자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진 않았어요. 그게 좀 아쉽긴 해요. 그런데 확실히 느낀 건 ‘이 사람들에게 대화할 곳이 정말 너무 필요했구나’라는 점이었어요. 밥 먹을 시간이라고 안내를 해야 하는데, 그걸 주저하게 만들 정도로 너무 열심히 대화를 계속하는 거예요. 전 뒤에서 식권 들고 ‘빨리 밥 먹으러 가야 되는데.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러면서 떨고 있고(웃음).”

 

퍼포린: “전 기획단이면서 참가자의 일원으로 참여했어요.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우리 소모임 이름이 ‘나은’인데요. 학교나 학교 주변에서 그 단어를 이야기하면 또 내 인상착의 올라가고 사진 찍힐까봐 가칭으로 부르거든요. 근데 캠프에서 무의식중에 그 이름을 쓰고 있는 거예요. 여기서는 ‘나은’이라고 말해도 된다는 게, 저한테는 좀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윤원정: “기획했던 것보다 인원이 적었지만, 딱 적절했던 것 같아요. 강연도 예상보다 너무 좋았고, 준비한 게 잘 진행되었어요. 참가한 분들과 저의 다른 부분들을 알게 되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페미니즘 활동한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여튼 전 지금 학내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이제 막 학교에 들어온 사람과의 차이를 느꼈죠. 공학 다니는 저와 여대 다니는 사람과의 차이도 느꼈어요. 확실히 우리가 각자 서 있는 지형이 많이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자리였어요. 그래서 후속 모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제 차이를 확인했으니 교집합을 찾아가야겠죠.”

 

-참가자들 사이에서 느낀 차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윤원정: “시작하는 지점이 다른 거 같아요. 여대에서는 대체적으로 여성학 강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여성학 강의가 뭔지 몰라요. 아니, 여성학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작년에 학교 측에 여성학 강의가 하나도 없으니까 신설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여성학 강의가 있다는 거예요. 뭐냐고 물었더니 취준생 대상의 여성 리더쉽, 그런 수업이랑 대학생들을 위한 예비부모 교육, 그걸 여성학 수업이라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뿐 아니라 어떤 똑같은 일이 발생해도 여성의 경험에 대한 공감대를 보면 여대가 100이라고 했을 때, 공학은 50 정도인 것 같아요.

 

신입생들과 느낀 차이는, 전 소속된 단체가 있고 페미 캠프 기획단으로 참여했잖아요. 그 자리가 사적인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막 내키는대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러니까 ‘한남’이라든가 그런 단어를 쓰기도 좀 조심스럽고. 그런데 신입생 참가자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하더라고요.(웃음)”

 

퍼포린: “저 ‘남리남리’(여리여리하다는 말을 남성에 빗대어 쓰는 신조어)라는 말 처음 들었어요.(웃음) 그리고 강의 끝나고 질문 시간에도 다들 질문하려고 손 들고 그래서 조금 놀랐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또 기분 좋은 경험이기도 했죠.” 

 

▶ 2018 신입생 페미니즘 캠프 기획단에 함꼐한 단체명. 내년에는 더 많은 참여가 있기를. 

 

-페미니즘 캠프 후속 모임 이야기도 잠시 나왔었는데,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이수빈: “우리 총여가 일단 일을 벌였기 때문에(웃음) 후속 행사까지는 해 보려고 해요. 대학 내 페미니스트 연대체 단톡방이 작년인가 재작년에 생겼는데, 주로 공지/홍보용으로 쓰이고 있거든요. 전 이왕 이렇게 뭉쳤으니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싶고, 같이 무언가를 해 보고 싶어요. 우리 학교 문제는 곧 다른 학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연대체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캠프 이름에도 1회라는 걸 넣고 싶었어요. 1회라고 해 놓으면 내년에 또 누군가 할 생각을 하지 않을까? 맨땅에 헤딩이 아니라, 이어서 하는 거죠.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알게 된 사람끼리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퍼포린: “캠프에서 학교별 페미니즘 소모임, 학회, 동아리 등을 소개하기도 했었거든요. 어떤 참가자 분이 자기 학교엔 없는 것 같다고 해서, 같이 열심히 검색해 하나 찾아내기도 했어요.(웃음) 꼭 우리 모임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각자 페미니즘 모임을 찾는 것도 일종의 후속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캠프 참가자들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퍼포린: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분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가는 길이 아예 새로운 길이 아니라 닦인 길이니까, 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수빈: “사회가 페미니스트에게 어떤 낙인들을 찍어왔고, 페미니스트들이 그에 지지 않고 어떤 운동을 해왔는지, 그런 역사가 있으니까 두려워 할 것 없다는 걸 참가자들이 느꼈다면 기쁠 것 같아요.”

 

윤원정: “어디에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게 명확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새롭게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분들에게도 캠프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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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23 [14:07]  최종편집: ⓒ 일다
 
das 18/05/07 [12:16] 수정 삭제  
  피해망상증 환자들의 개소리 잘 들었습니다
대학생 18/05/07 [21:32] 수정 삭제  
  페미니즘 모임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인상착의가 올라가고 사진을 찍히는 일이 벌어진다는게 충격적이네요. 위에 댓글처럼 극단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사회가 점점 나아지고는 있는것 같습니다. 같이 힘내요 감사합니다 !!
ㅇㅇ 18/05/12 [16:09] 수정 삭제  
  어느정도 확신이 없으면 활동가의 길로 갈 수 없는 법이다. 자신의 길을 확신하고, 그런 사람끼리 모여 확증편향되면 사회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극단성을 지니게 된다.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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