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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다른 신분증을 가진 팔레스타인 여성의 삶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장벽과 신분증 제도가 미친 영향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후루자와 키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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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여성운동가이자 알쿠드대학(Al-Quds University) 젠더연구센터 소장을 역임한 파드와 알 라바디 씨의 연구 중 하나는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정책), 분리장벽과 신분증이 여성들에게서 시민권을 박탈한 실태를 분석한 것이다. 그 내용을 후루자와 키요코 교수(도쿄여자대학)가 소개한다. 후루자와 교수는 34년간 동티모르의 독립운동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일에 헌신해왔다. 올 여름에는 팔레스타인 현지를 방문해 파드와 씨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편집자 주] 

 

▶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자치구(가자 지구)의 모습. ⓒ페민 제공

 

이스라엘 분리장벽이 팔레스타인 여성에게서 뺏은 것

 

파드와 알 라바디 씨는 1990년대부터 외국 유학을 계속하며 연구자로서 길을 밟아왔다. 그녀는 1970년대 이후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여성 액티비즘을 기록하였고, 오슬로 합의(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 간의 협정) 후부터 제2차 인티파다(intifada, 2000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조직적인 반이스라엘 저항운동)을 거치며 그것이 사그라드는 모습을 분석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바람과는 달리, 1994년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설립은 반동(구체제를 부활하기 위하여 취하는 정치적 행동)을 가져왔다. 남성 지도자들은 주도권 쟁탈전에 뛰어들었고, 해방투쟁에 기여한 여성들의 공헌을 무시하며 여성 등용을 거부했다. 여성운동은 기대하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한 외국의 원조가 여성들의 활동을 사업화하면서 오히려 풀뿌리 운동의 조직력은 약화되었다.

 

1990년대 후반, 유대인 입식지가 확대되며 팔레스타인에 토지와 물의 권리는 돌아오지 않은 채 ‘자치’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이슬람 세력은 보수화되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파드와 씨의 연구는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민권을 분석하는 ‘점령체제’의 문제와, 이슬람가족법이라는 팔레스타인 사회의 근간과 관련된 주제가 핵심이 되었다.

 

2000년에 제2차 인티파다가 일어나자,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로부터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예루살렘시에서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격리시키고 일방적으로 ‘분리장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파드와 씨는 그 벽과 이스라엘의 신분증 제도가 팔레스타인 가족과 커플로부터 ‘장’을 빼앗고, 관계성이라는 권리까지 침식하고 있는 실태를 이야기한다.

 

▶ 이스라엘이 세운 베들레헴의 분리장벽. 2018년 1월. ⓒ촬영: 미나가와 만요

 

그녀의 연구는 예루살렘 및 주변에 사는 ‘남편과 다른 신분증(ID)을 가진’ 팔레스타인 기혼여성 1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근거로 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으로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신분증 제도를 도입해 피난 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서 거주 자격을 박탈한 것은 물론, 거주의 권리를 극단적으로 제한했다.

 

ID(신분증)에 따라 ‘분단’된 가족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신분을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이스라엘 건국 때 지배하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사람은 제한적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다.
-동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에게는 이스라엘 시민권은 없지만, 예루살렘 거주 자격이 있는 ‘청색’ ID를 부여한다. 이 ID로 팔레스타인 자치구에 가는 것은 가능하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팔레스타인 자치구) 주민에게는 이스라엘의 동의하에 ‘녹색’ ID가 발급되며 영주 자격이 부여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예루살렘 및 이스라엘 안에는 허가증 없이 들어갈 수 없다.
-이스라엘은 국외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녹색’ ID도, ‘청색’ ID도 발행해주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외국 국적을 갖는 것으로 취급된다. 여행을 올 수는 있지만, 거주는 할 수 없다.

 

▶ 이스라엘 신분증 제도에 따른 팔레스타인 사람의 신분 구분 ⓒ제공: 후루자와 키요코

 

이번 조사에 응답한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거주 상황에 놓여 있다.

 

①남편이 ‘청색’ ID이고 아내는 ‘녹색’ ID인 경우. 아내는 ‘거주 허가’ 자격을 취득한 후 예루살렘 시내(분리장벽의 서쪽)에 거주한다. 거주 허가증은 반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②‘청색’ ID를 소지한 아내가 ‘녹색’ ID를 가진 남편을 따라 예루살렘시 외부(분리장벽의 동쪽)에 거주하는 경우.
③분리장벽의 동쪽이지만, 서안과의 행정 경계 바로 앞이라는 변칙적인 지구에서 이스라엘에 세금을 내면서 ID가 다른 남편과 사는 경우. 여기에서는 아내의 ‘녹색’ ID를 유지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분리장벽을 세울 때, 그 지역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거주지 선택을 강요당했다. 예루살렘 ‘거주 자격’을 우선시한다면, 집이 분리장벽의 동쪽에 있을 경우 처분해야 한다.

 

①의 경우, ‘녹색’ ID를 가진 아내는 예루살렘에서 ‘거주 허가’를 얻을 수도 있지만, 공공 부문의 일은 할 수 없고 사회보장도 제공받지 못한다. ②의 경우, ‘청색’ ID를 가진 아내는 예루살렘에서 일했던 사람이 그 직업을 잃게 되고, 나아가 7년간 예루살렘에 생활기반이 없다고 간주되면 ‘거주 자격’도 잃게 된다. 또한 ID가 ‘녹색’으로 바뀌면, 가령 이상출산 등의 사태가 발생한다 해도 ‘허가증’ 없이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없다.

 

‘녹색’ ID 소지자가 예루살렘시에 사는 애인이나 약혼자와 만나러 가는 경우에도 ‘허가증’이 필요하다. 허가 없이 월경했다가 체포되면 두 번 다시 허가가 나지 않는다. 또한, 2촌 이내에 투옥된 사람이나 순교자가 있어도 허가가 나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딸이 다른 ID의 남성과 결혼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한 사람은 55%였고, 33%가 ‘서로 사랑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이것도 투쟁이다’라고 대답했다.

 

▶ 이스라엘이 ‘불법 건축물’로 간주하고 파괴한 팔레스타인 사람의 집. 예루살렘 구시가지 동부. ⓒ후루자와 키요코

 

커플에게는 이별이나 사별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녹색’ ID의 아내가 ‘청색’ ID의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한 경우, 전 남편이 재혼하기 전에 ‘거주허가’를 갱신하지 않으면 그 ‘신청자격’을 잃게 된다. 또한 ‘거주허가’ 신청 중에 ‘청색’ ID의 남편이 사망하면 신청권은 소멸되며, 구직도 할 수 없게 된다.

 

2003년에는 더욱 차별적인 ‘시민권 및 이스라엘 입국법’이 제정되었다. 서로 다른 ID를 가진 커플의 ‘가족통합’이 중지되었다. 또한 ‘녹색’ ID의 남성이 ‘청색’ ID의 여성과 결혼을 이유로 예루살렘 ‘거주허가’를 신청할 경우, 남성은 3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커플에게는 예루살렘의 북쪽인 쿠플 아카브에서 사는 방법이 있다. 이곳은 인접한 동예루살렘과 분리장벽으로 나뉘어 있고, 검문소도 없기 때문에 ‘청색’ ID 소지자도 ‘녹색’ ID 소지자도 살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인구 과밀로 불법건축물이 많고, 행정관할이 모호하기 때문에 공공서비스가 부족하며 치안도 좋지 않다.

 

이스라엘은 법을 둘러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無)권리 상태로 만들었다. 커플이나 가족 관계에 스트레스를 주고, 그 일상을 옥죈다.

 

이러한 억압 하에 있는 팔레스타인은 남성 우위 사회이기 때문에, 그 억압들이 여성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크다. 파드와 알 라바디 씨는 “군사점령과 가부장제가 함께 작동하며 여성들이 필사적으로 확대해온 활동 가능 영역을 짓밟고 있다”고 진단한다. 로케트 탄과 미사일 작열만이 전쟁이 아니라고. 세계가 이 부조리한 상황과 억압에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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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17 [20:33]  최종편집: ⓒ 일다
 
19/01/16 [16:11] 수정 삭제  
  말만 시민권이지 신분제와 다를 바 없는 형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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