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여성 듀오 ‘티건 앤 사라’의 매력 속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이 뮤지션> 티건 앤 사라(Tegan and Sara)

블럭 | 기사입력 2019/02/27 [20:07]

쌍둥이 여성 듀오 ‘티건 앤 사라’의 매력 속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이 뮤지션> 티건 앤 사라(Tegan and Sara)

블럭 | 입력 : 2019/02/27 [20:07]

“넌 네가 내 남자친구인 것처럼 굴어, 그리고 넌 베스트 프렌드인 것처럼 나를 믿어
 넌 네 남자친구처럼 나에게 키스하지, 네 베스트 프렌드에게 할 것처럼 나를 불러
 네 남자친구에게 할 것처럼 나를 흥분시켜, 하지만 난 더 이상 네 비밀이 되고 싶지 않아”
- 티건 앤 사라, Boyfriend 중에서

 

▶ Tegan And Sara의 “Boyfriend” 뮤직비디오 중에서   ©유튜브 https://bit.ly/1TwdApX

 

누군가는 이 가사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누군가는 뭔가를 깨달은 듯 가사 속 상황을 바로 인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가사는 캐나다의 듀오 ‘티건 앤 사라’(Tegan and Sara) 중 한 명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바이섹슈얼(양성애자) 여성과 데이트를 하는, 정확히는 남성과 사귀고 있는 여성과 데이트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2016년에 발표된 이 곡은 캐나다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좋은 톤을 지닌, 잘 짜여진 신스팝이라는 평가를 얻은 이 곡은 ‘빌보드 2016년 베스트 팝 음악 100: 평론가 선정’ 부문에서 87위에 오르기도 했다.

 

캐나다의 신스팝 듀오 ‘티건 앤 사라’의 음악

 

티건 앤 사라는 쌍둥이 티건 퀸과 사라 퀸으로 구성된 인디 팝 듀오였다. 두 사람은 여러 악기를 다루며 스스로 곡을 써왔다. 처음에는 인디 락, 얼터너티브 락에 가까운 음악을 했고, 한 사람이 한 곡씩 쓰고는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뉴웨이브를 비롯해 팝 음악의 영향을 받고 있었고, 무엇보다 신스 사운드를 잘 활용할 줄 아는 감각이 있었다.

 

티건 앤 사라가 2004년에 발표한 “Walking with a Ghost”는 당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던 전설적인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가 커버하기도 했다. 그만큼 아직은 조금 투박하고 단출한 느낌의 음악 구성이 담긴 작품을 선보였지만, 가능성이나 곡이 만들어진 모양새만큼은 뛰어났던 것이다.

 

▶ 티건 앤 사라가 자신들의 십대 시절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High School 출간 예정 소식을 알리며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진이다. ⓒteganandsara.com

 

그러던 중 2007년 [The Con] 앨범을 발표하면서 대중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다양한 프로듀서를 기용하고 라이브 앨범, 비디오 앨범 등을 발매하는가 하면 티에스토(Tiesto), 데이빗 게타(David Guetta)와 같은 세계적인 EDM 디제이들과 콜라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티건과 사라는 때로는 각자, 때로는 함께 다른 이들의 음악에도 참여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빛을 본 것은 2013년부터다. 프로듀서 그렉 커스틴(Greg Kurstin)과 함께 만든 앨범 [Heartthrob]은 신스팝으로 무장했고, 점점 세련되어진 비주얼과 절정의 케미를 이루며 대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Heartthrob] 앨범에 수록된 “Closer”와 “I was a Fool”은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Closer”는 미국 빌보드 댄스 클럽 송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최근까지도 여러 CF에 삽입곡으로 쓰이고 있다.

 

퀴어여성 인권을 위한 캠페인에 나서다

 

티건 앤 사라는 관계 속 경험에서 온 진솔한 가사를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앞서 소개한 “Boyfriend” 같은 곡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한편, 젠더를 꼬는 방식으로 기존에 관계를 노래하는 수많은 노래 속에 담긴 이성애중심주의에 균열을 주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건 조금만 더 가까워지는 것,
내가 알고 싶은 건 조금 더 가까이 와줄 수 있는지
우리가 조금 가까워지기 전 호흡이 가빠지고, 우리가 닿기 전 긴장이 몰려와
- 티건 앤 사라, “Closer” 중에서

 

▶ 티건 앤 사라가 “giving tuesday”(미국에서 2012년부터 시작되어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기부 캠페인)의 일환으로 LGBTQ 여성들을 위한 기금 모금을 홍보하는 이미지. ⓒ출처: 티건 앤 사라 트위터 @teganandsara

 

이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통해 퀴어 인권에 목소리를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이때부터다. 두 사람 모두 커밍아웃을 한 ‘오픈리 레즈비언’으로서 발언하기 시작했고, 2012년 <언더 더 레이더>(Under the Radar) 매거진에서 소수자 인권에 관해 이야기한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캠페인의 규모를 늘렸다.

 

2013년에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브랜드인 쿨하우스(Coolhaus)와 협업하여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기 위해 “Til Death Do Us Part”(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맛을 런칭해 캠페인을 열었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키엘(Kiehl’s)과 협업하여 티건 앤 사라가 디자인한 울트라 페이셜 클렌저의 수익을 자신들의 이름을 딴 ‘티건 앤 사라 재단’(teganandsarafoundation.org)으로 환원하여 퀴어여성 인권을 위해 쓰고 있다.

 

신디 로퍼 등과 함께 The Con X 프로젝트

 

인디음악의 색채를 가득 담고 시작했던 티건 앤 사라지만, 2013년 이후로는 신스팝 듀오로서 음악적 색깔을 새롭게 굳혔다. 두 사람 모두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만큼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폭도 넓어졌으며, 인지도가 커지면서 대중들 앞에 선보일 수 있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티건 앤 사라는 지금까지 글라스톤베리를 포함해 SXSW, 보나루, 오스틴 시티 리밋츠 등 대형 페스티벌에 꾸준히 서왔고, 한국에도 한 차례 페스티벌(지산 밸리락 페스티발 2016)을 통해 방문한 적 있다.

 

▶ Tegan and Sara는 다섯 번째 앨범 [The Con](2007)의 발매 10주년을 기념하여 2017년에 컴필레이션 앨범 [The Con X]를 발매했다. 가사집. Illustrations by Emy Storey

 

티건 앤 사라는 최근 [The Con X: Covers]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자신의 기존 앨범 수록곡을 다른 음악가를 통해 새로이 선보이는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퀴어 음악가이자 언더그라운드에서 큰 존재감을 지닌 미키 블랑코(Mykki Blanco)부터 전설적인 팝 음악가 신디 로퍼(Cyndi Lauper)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다. 티건 앤 사라가 동료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티건 앤 사라는 2013년 이후 선보인 여러 작품을 통해 음악을 비주얼로 구현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몇 개의 곡들을 비디오와 함께 추천한다.

 

※ Tegan And Sara: Stop Desire 뮤직비디오 https://bit.ly/2d9RPyf

※ Tegan and Sara: U-turn (Short Film) https://bit.ly/2H7jmjV

※ Tegan and Sara present The Con X: Covers: Knife Going In (Mykki Blanco) https://bit.ly/2BE3rV9

 

[필자 블럭(bluc): 음악에 관해 글 쓰는 일과 기획 일을 하는 프리랜서입니다. 2019년에는 음악과 여성학, 문화연구를 더 깊게 공부하여 그 정보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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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리안 2019/02/28 [12:26] 수정 | 삭제
  • 티건 앤 사라가 내한했었다니! 알고 보면 한국에 다녀간 해외 뮤지션들이 많네. 하이스쿨이 한국에 소개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겠지만, 두 사람 사진이 넘 귀여워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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