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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벼를 되살리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자급자족 실험기] 토종 벼 손모내기①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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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이민영님이 목공을 배우고 적정기술을 익히며, 동료들과 함께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도시를 꿈꾸면서 일상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농사만큼 “때가 있다”는 말이 잘 들어맞는 일이 있을까. 비 온 다음날이면 뒤돌아서기 무섭게 작물들이 한 뼘씩 자라는 요즘이다. 보살피는 일은 무언가를 자꾸 챙기는 일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 시점인지 재바르게 눈치채는 일이다. 적재적소를 맞추는 일은 별것 아닌 듯 까다롭다.

 

▲ 종자용으로 말려둔 볏단. 볏단마다 종자가 달라 각기 이름표를 달아두었다.   ⓒ촬영: 비전화제작자

 

비전화제작자들은 1년간의 자립 훈련과정 동안 농사를 배운다. 비전화(非電化)식 농업의 가장 큰 특징은 먹거리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작물을 심을 때엔 식량자원이 될 수 있는 곡물이 최우선이고, 콩이나 덩이줄기 식물, 채소, 약초는 후 순위다. 그래서 비전화제작자의 농사 수업은 작업장이 위치한 서울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80여 평의 밭 그리고 인근 경기 고양시 우보농장의 논 두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우보농장의 농사 철학

 

우보농장과 협업을 이뤄 제작자들이 농사를 배우는 까닭은 누가 뭐래도 후지무라 야스유키 비전화공방서울 총괄 감독과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의 농사 철학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흔히 “농사”하면 그 수확물만 떠올리기 쉽지만, 비전화제작자들이 우보농장에서 배우는 농사는 “흙, 씨앗 그리고 공동체의 회복”이다.

 

모든 것의 기원인 흙 속의 수많은 미생물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흙의 미생물을 감각적으로 보고 느끼고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우보농장에서는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겨로 짚으로 대소변으로 비료를 만들고, 풀을 베 덮어 흙과 작물을 보호한다.

 

과거 농부들은 굶어 죽어도 씨앗은 먹지 않았고, 머리맡에 씨앗을 베고 잤을 정도로 씨앗을 소중히 했다. 씨앗이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생명의 근원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세계의 거대 종자 기업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씨앗을 변형시켜왔다. 올해의 수확물을 채종하여 다음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모습은 사라져가고, 전 지구가 제한된 몇몇 동일품종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선종 후 메벼와 찰벼를 나눠 수선한다.     ⓒ촬영: 비전화제작자

 

우보농장은 매년 평균 3천여 평의 토종 벼농사를 짓는다. 1910년대만 해도 1,450여 종이 있던 토종 벼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였다.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수확량이 많은 개량종 농사를 압박했고, 육종법이 들어온 이후부터는 정부에서 쌀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통일벼 심기를 강요했다. 지금은 수백 여년 동안 한반도의 기후와 지형에 맞게 바뀌어온 종자로 벼농사를 짓는 농부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보농장은 매년 종묘회사에서 개량종자를 구입해 농사짓는 대신, 농업유전자원센터에 보관된 토종 450여 종 중 280여 종을 복원해 논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에서의 다툼이야 일상다반사라지만, 과거 우리 조상들은 싸워도 ‘적당히’ 싸웠다고 한다. 먹고살기 위해 누구나 농사를 지었고, 농사는 혼자 지을 순 없다. 아무리 크게 싸워도 바쁜 철엔 반드시 서로가 도와야 하는 처지다 보니 공동체 내 관계망이 유지됐다. 하지만 기계가 도입되면서 공동체 없는 농사가 가능해졌고, 자연스레 공동체도 점차 사라져갔다.

 

만만찮은 모내기 준비

 

흙과 씨앗 그리고 공동체 의식까지. 이 모든 걸 총집합해 경험해볼 수 있는 날은 누가 뭐래도 모내기 날이다. ‘모내기 철에는 아궁 앞의 부지깽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듯,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든 그러하지만 모내기 준비작업도 만만치 않다. 먼저 작년에 수확한 잘 말린 벼의 씨를 턴다. 손으로 털면 가장 확실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전기 탈곡기를 이용하면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우보농장 입장에서는 품종이 섞일 우려가 있다. 그래서 홀태를 주로 쓴다. 볏단의 밑을 일정하게 맞춘 뒤 펼쳐 홀태 위에서부터 아래로 당기면 홀태가 볍씨를 훑어 떨군다.

 

▲ 모판에 종자의 이름을 적고 볍씨가 서로 섞이지 않게 주의하며 흩뿌린다.     ⓒ촬영: 비전화제작자

 

선종 후 볍씨를 가르는데, 메벼와 찰벼는 그 방법이 다르다. 메벼는 달걀이 살짝 뜨는 정도의 농도로 염수선을 하고, 찰벼는 맹물에 담아 곡식의 쭉정이와 불순물을 고른다. 벼가 위로만 자라는 키다리병을 방지하기 위해 60℃의 물에 열탕 소독을 한다. 볍씨는 적산온도에 맞추어 발아시킨다. 모판에 붙어있는 이물질과 균을 사멸시키기 위해 물과 목초액을 100대 1의 비율로 타서 그 안에 모판을 넣고 소독한다.

 

모판에 흙을 평평하게 담고 볍씨가 뭉쳐있지 않게 파종한 후 골고루 물을 적셔 준다. 그 위에 흙을 체에 치며 뿌려준 뒤 모판을 쌓는다.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면 볍씨는 3~4일 내 뿌리를 내리는데, 그동안 모내기할 모를 기르는 논인 못자리에는 깻묵을 발효시킨 유박을 퇴비로 뿌리고 쟁기질로 흙을 깊이 판다. 물을 채우며 덩어리진 흙을 물을 먹여 푼다. 써레질로 흙을 고르게 펴면서 못자리를 평탄하게 하고 물을 얕게 댄다.

 

▲ 모내기를 앞둔 논     ⓒ촬영: 정여은

 

모내기를 코앞에 두고는 못줄도 만들어야 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모를 심을 수 있게 못줄에 대략 15cm 간격으로 표시를 하고 양 끝은 모내기 때 못줄을 옮겨대는 역할을 맡은 못줄 대기가 풀고 당기기 쉽게 줄을 동여매준다. 모를 심을 논에 미리 물을 얕게 대 둔다.

 

이제 시작이다, 모내기

 

모내기할 준비는 이 정도로 하지만 정작 모내기의 성공은 당일이 되어보아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일손이 중요한 날인데 어떤 사람들이 마음 내 모내기에 와줄 건지 가늠하기 어렵다. 과거 농사짓는 사람들도 지난 옆집 모내기 때는 손을 보탰는데 우리 논 모내기에는 다들 와 주겠지 긴장하며 다음 날을 기다렸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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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22 [11:17]  최종편집: ⓒ 일다
 
순삭 19/06/24 [11:35] 수정 삭제  
  통일벼를 배우던 시절에는 몰랐죠. 많았던 토종 종자들이 다 사라진다는 걸. 주입받은 통일벼라는 이름부터가 전체주의적 산물이라는 걸 알려주네요. 토종벼를 살리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마이티 19/06/25 [07:41] 수정 삭제  
  손 모내기 하는 모습 본 지도 오래네요 모내기는 혼자 못하죠 줄도 잡아줘야 하고 노래도 불러야 버틸 만하고 ㅎㅎ
리턴 19/06/29 [10:25] 수정 삭제  
  버킷리스트에 논농사가 있는 사람입니다. 서울 근교에서 농사를 배우고 함께 지을 수 있다니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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