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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무너질 것 같을 때 갈 수 있는 곳
‘매기스 도쿄’를 찾아서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시미즈 사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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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 고토구 도요스에 있는 <매기스 도쿄>(Maggie’s Tokyo)는 암 경험자와 가족, 친구 등 암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올해 2월 일본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암에 걸리기 전에 알아둘 것>에 등장한 바 있으며, 센터장인 아키야마 마사코 씨와 함께 매기스 도쿄의 활동을 이야기했던 상근간호사 이와키 노리코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 매기스 도쿄(Maggie’s Tokyo) 왼쪽이 본관 오른쪽이 별관. 건물짓는 데 쓴 목재는 기증품이다. ©시미즈 사츠키

 

암으로 잃어버리기 쉬운 자기 자신을 되찾는 장소

 

매기스 도쿄를 찾은 날은 햇살도 따뜻하고, 정원에 핀 작은 꽃들이 봄을 실감케 하는 날이었다. 건물 안은 나무 향기가 감돌아 마음을 차분하게 했다.

 

이곳은 ‘암으로 잃어버리기 쉬운 자기 자신을 되찾는 장소’. 암 경험자뿐 아니라, 그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의료인도 찾아온다. 연수를 받은 전문가(간호사, 보건사, 심리사)와 자원활동을 하는 스탭들이 친구처럼 맞이해준다.

 

인테리어와 크기가 각기 다른 방들은 모두 개방형이지만, 개인실이 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다른 사람의 기척이 느껴져도 ‘암으로 인해 영향받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에 울어도, 괴로워해도, 서로 마찬가지라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세면실은 혼자 차지할 수 있도록 널찍하고 밝다.

 

매기스 도쿄의 스탭들은 방문자가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도록 돕는다. 스태프가 동석할 때도 있지만, “저희는 무리하게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방문자 자신에게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힘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상대를 믿는 것, 침묵도 소중히 하는 것이 스탭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입을 다물어버리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아도, 침묵은 깨달음을 위한 시간이므로 스탭은 ‘20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기’를 배운다.

 

▲ 매기스(Maggie’s)는 유방암을 앓던 매기라는 이름의 영국여성에 의해 시작됐다. 영국에서 20 개 센터가 운영되고, 홍콩을 시작으로 10 여 곳에서 개설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다.    (출처: <매기스 도쿄> 페이스북 페이지)

 

마음을 이야기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곳

 

“지금의 암 치료는 대부분 외래진료입니다. 다음 환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의사나 간호사는 눈앞에 있는 환자와 오래 이야기할 기회가 줄죠. 환자도 미미한 증상이나 치료에 대한 의문, 불안을 상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럴 때 매기스 도쿄를 찾아오셨으면 해요. 다과를 나누며 병에 대해, 일상생활, 가족에 대해 자기 페이스로 간호사나 심리사에게 이야기하거나,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조용히 쉴 수도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집에서도 이야기할 수 없는 근심을 이야기함으로써 방문자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간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항암제 치료의 부작용을 불안해하는 여성이 찾아왔는데, 부작용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을 해줘도 표정이 밝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세상사는 얘기부터 자연스레 딸의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여성의 진짜 불안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딸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싱글맘으로서 딸을 키운 여성이었다. 자신과 같은 어려운 처지가 되지 않도록 딸을 엄하게 교육해봤자, 관계만 나빠질 뿐이었다. 울며 이야기하던 중 딸의 진짜 행복은 딸을 믿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잘 치료받아서 딸을 돕고 싶다!”고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냈다.

 

▲ 방의 쿠션, 꽃병 등에도 매기스 센터의 기준이 있다. 컬러풀하지만 차분한 색조.   ©촬영: 시미즈 사츠키

  

매기스 도쿄에서는 지지를 받기 위해 방문한 환자들이 서로 지지해주는 일들도 일어난다.

 

유방암이라고 진단받을 때까지 네 군데 병원을 옮겨 다녔던 여성이, 의료진에게 극심한 분노와 치료에 대한 불안으로 오열하고 있어 말을 걸 수 없는 상태였다. 우연히 항암치료 중인 여성이 떨어진 곳에 앉아있었는데, 분노와 불안에 떠는 그 여성의 모습을 보고 다가와 말을 건넸다. 자신도 항암제 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져 가발을 쓰고 있으며, 노래방에서 흥이 올라 가발을 벗어 던지고 노래했다고, 깔깔대며 얘기를 건넸다.

 

그리고는, “울 수 있을 때는 끝까지 우는 게 좋다. 그러면 다시 기어 올라갈 일만 남는다. 나는 치료에 대한 불안이 있었지만,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왜냐면 지금을 후회 없이 살고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성의 분노와 불안의 눈물은 곧 감동의 눈물로 바뀌었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

 

‘패배자’라는 절망에서 ‘존엄한 존재’라는 인식으로

 

매기스 도쿄는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 천천히 차를 마시거나, 쿠션이 깔려 있는 공간에서 편하게 자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러기 위해서, 영국의 매기스 센터 본부에선 건물의 설계는 자유롭되 밝아야 하고, 중정과 부엌이 있어야 하며, 넓이는 어느 정도 등 세세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거나, 사회의 패배자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당신은 사회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존재라고 느끼도록 해주는 공간이 중요합니다”라고 아와키 씨는 말한다.

 

▲ 매기스 도쿄에서 발간하는 정보지 <HUG> 가격은 천 엔(과월호 3권+배송료)     © 촬영: 시미즈 사츠키

 

2016년 개설 당시의 예상을 넘어, 연간 약 6천 명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매일 20명 정도의 방문자가 끊이지 않고 방문한다. 방문자의 성별은 여성이 80%, 남성은 20%. 대부분은 반복해서 오는 분들이다. “남성들은 집에서 자신이 울면 가족을 걱정시킬 것이고, 회사에서 암 환자라고 고백하면 좌천되지 않을까 싶어 말하지 못하죠. 암에 걸린 아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기 마음이 더 무너지는 것 같다며 우는 분도 있었습니다.”

 

유용한 정보가 가득 실린 정보지 <HUG>에는 “가족이 암에 걸렸을 때” 좌담회 내용과 치료 중, 입원 중, 회복기에 “‘있어서 다행’ 나의 유용 아이템”, “입원 중 뷰티 Q&A” 등이 실린다.

 

매기스 도쿄의 운영은 개인들의 기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기업이나 재단으로부터의 지원금, 유언에 의한 기부도 있다고 한다.

 

암의 영향으로 무너질 것 같을 때, 문득 들러 이야기할 장소가 있다는 것은 구원이다. 이 공간이 지속되고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매기스 도쿄 maggiestokyo.org 도쿄도 고토구 도요스 6-4-18 전화 +81-3-3520-9913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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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29 [09:52]  최종편집: ⓒ 일다
 
독자 19/06/29 [19:41] 수정 삭제  
  참 소중하네요. 침묵의 시간을 지켜준다는 거에 감동했습니다.
n 19/06/30 [12:32] 수정 삭제  
  한국도 언젠가는... 환자도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케어가 곳곳에서 있다면 좋겠어요.
심평안 19/06/30 [16:59] 수정 삭제  
  암이건,혈관질환이건 아니면 노환이건 이미 살만큼 살고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면 스스로 목욕제계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고통없이 이승과 작별할 수 있도록 안락사를 시기는 제도가 만들어 졌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T 19/07/01 [19:45] 수정 삭제  
  진짜...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과 만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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