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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조직적 강간’ 피해여성들, 시간의 띠잇기
독립결정 주민투표 20주년, 피해자 치유가 사회 정의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후루자와 기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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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민주공화국은 2002년 5월에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했다. 독립 직전, 소동 상태에서 인도네시아군과 반독립파 티모르 인민병에 의해 조직적인 성폭력이 발생했지만, 대부분의 가해자가 처벌을 면했다.

 

성폭력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하고 있는 동티모르의 마누엘라 페레일라 씨가 7월에 일본을 방문, 각지에서 강연을 했다. 독립 전부터 지속적으로 동티모르 지원 활동을 하며 주민투표 감시원도 한 바 있는 도쿄여자대학 교수 후루자와 기요코 씨(동티모르전국협의회 회원)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저항군은 ‘포상’ 여성들의 공헌은 ‘무시’한 동티모르의 미래

 

올해 8월 30일, 동티모르는 1999년에 유엔이 주도하여 독립을 결정했던 주민투표 20주년을 맞이했다. 동티모르는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이웃 나라 인도네시아의 무력침공을 당했고, 일방적으로 ‘통합’이 선언되었다. 주민투표 이후 독립을 앞두고, 저항파에 대한 인도네시아군과 반독립파 민병에 의한 소동이 발생했다.

 

지난 7월 초, 동티모르 인권단체 ‘우리의 Chega!(이제 그만!)협회’(ACbit)의 대표인 마누엘라 페레일라 씨가 동티모르전국협의회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오사카, 도쿄, 기타큐슈에서 분쟁 후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과 지원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동티모르 ‘우리의 Chega!협회’(ACbit) 대표 마누엘라 페레일라 씨.     © 제공: ACbit

 

마누엘라 씨는 예전에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 있는 여성단체 ‘FOKUPERS’의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FOKUPERS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1942~1945년) 시기에 구 일본군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또한 미누엘라 씨는 일본군과 인도네시아군의 주둔 뒤에는 현지 여성의 성노예화,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남겨진 아이들 문제 등의 공통점이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두 식민지 시대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인도네시아의 침공과 병합에 대해서는 동티모르인이 민족저항운동을 조직화했다는 점이다. 그 시절, 여성들은 산악지대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동티모르 민족해방군을 식품·의료품 보급, 정보 전달, 은신처 제공 등으로 도왔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 다수가 인도네시아군에게 잡혀 고문과 강간을 당했다.

 

저항운동 지도부는 국제 사회의 지원을 얻기 위해 인도네시아군에 의한 티모르 여성 성노예화와 강간을 인권침해 사례로 이용했다. 하지만, 독립 후 동티모르 정부는 전 민족해방군 병사를 표창하고 군인연금을 주는 한편, 여성들의 공헌과 피해에는 거의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성범죄 가해자 처벌을 도중에 단념하는 ‘미래지향’으로 방향키를 돌렸다.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들은 차별받았다

 

분쟁 종결 후, 르완다나 구 유고에 설치되었던 특설국제형사법정이 동티모르에서는 열리지 않았다. 유엔이 동티모르에 설치한 ‘중대범죄부’(SCU)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인도네시아 국내에 설치한 ‘특별인권법정’(사령관 직위 정도를 대상으로 함)이 주민투표 전후의 ‘인도에 대한 죄’를 다뤘다. 하지만, 동티모르에서 추방된 사람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로 도망쳐 법정에서 판결을 받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성폭력 사안에 대한 유죄 판결은 동티모르 중대범죄부에서 1인(소추 8인)에 불과했고, 인도네시아 특별인권법정에서는 기소조차 없었다. 더구나 24년에 걸친 인도네시아 지배하에서 발생한 범죄는 처벌할만한 틀조차 없다.

 

독립 후, ‘수용사실화해위원회’(CAVR)가 설치되고 2천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포함하는 권고에 관한 국회 심의는 중단된 상태다. 범죄 수사를 계승한 동티모르 검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렇게 정의가 붕괴하는 가운데, 피해자와 성폭력으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차별은 이어졌다.

 

▲ 트라우마 힐링의 ‘기억의 상자’ 기법을 하고 있는 보보나로의 군성폭력 피해자들.     ©제공: ACbit

 

차별의 양태로는 남편이나 친척의 배척, 마을 사람들의 모욕, 성당에서의 영성체 거부, 사망한 남편의 땅과 유족연금, 현 거주지의 땅을 둘러싼 다툼 등이 있다. 또한, 자녀에 대해서는 교회가 세례를 거부하고, 세례/출생 증명서나 아버지의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관공서가 시민등록을 거부, 학교에서 학생이나 교사에게 모욕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자퇴하는 일도 있었다.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드러내길 꺼리는 어머니와 헤어져 사는 아이도 있다.

 

여성의 눈으로 역사를 재구축하는 트라우마 힐링 기법

 

마누엘라 씨가 대표로 있는 ACbit는 2013년에 ‘Chega!’(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으로 CAVR(수용사실화해위원회)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그 활동의 중심은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SCU의 수사나 CAVR의 조사에 협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불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차별로 고통받고 있다. ACbit는 그러한 상황을 감안해 피해자의 트라우마 힐링 기법을, 피해자가 마음을 토해내고 그것을 개별적, 구체적인 지원과 사회교육, 여성피해자 관점의 역사를 재구축하는 일과 정책 요구로 연결하는 경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돌과 꽃’ 기법에서는 ‘자신’ ‘가족’ ‘마을’이라는 삼중의 원을 ‘진상규명’ ‘처벌’ ‘보상’ ‘재발 방지’라는 네 개의 구획으로 구분하고, 하루를 들여 꽃(좋다)과 돌(나쁘다)을 놓게 한다. 용기를 내 증언한 사람은 ‘진상규명’과 ‘자신’에 꽃을, 하지만 결국 가해자가 재판을 받지 않으면 ‘처벌’에 돌이 놓인다. 이것은 피해자 당사자에 의한 자국 정책에 대한 평가다.

 

▲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매년 기록하여 참가자들이 ‘사건의 띠’를 만드는 <시간의 기억> 기법.  ©제공: ACbit

 

‘신체 맵핑’에서는 자신의 신체 윤곽 속에 ‘기분 좋은 곳’과 ‘나쁜 곳’을 적어나간다. 어떤 사람은 ‘귀’에 박힌 화살을 적었다. 화살은 사람들에 의한 중상모략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은 ‘배’에 낙인을 찍은 데서 산부인과 질환이 판명되어 치료로 이어졌다. ‘커뮤니티 그림’에서는 주거지와 밭의 상황, 친척, 교회, 학교와의 관계 등 여성들의 생활상이 드러난다.

 

‘기억의 상자’에는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넣고, 한 명씩 상자를 열어 그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 몇 명이나 되는 인도네시아 장교와 강제로 결혼을 당해 네 명의 아이를 낳은 어느 여성은, 살해당한 첫 남편과의 결혼식 의상을 보이며 “내 의지로 결혼한 사람은 이 사람뿐”이라고 말했다.

 

‘시간의 기억’에서는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매년 기록한다. 참가자 전원의 종이를 이으면 ‘사건의 띠’가 된다. 이야기를 공유하는 일은 중요하다. 개인적인 체험이 ‘여성의’ ‘민족의’ 경험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공적 영역에서 군성폭력 피해자가 발언하도록 돕는다

 

재작년, 성폭력 피해자와 성폭력으로 태어난 자녀들이 참가하는 워크숍이 실시되었다. 목적은 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어머니와 자녀가 화해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워크숍을 통해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이 처음으로 어머니가 겪은 일을 알게 됐다. 동시에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도 깨닫게 됐다. 어머니는 자녀들의 경험과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서로 카드를 적어 주고받는다.

 

▲ 성폭력으로 태어난 자녀들(이제 성인이 됨)이 어머니에게 보낸 카드.     ©제공: ACbit

 

ACbit는 자료나 판넬을 차에 싣고 학교나 먼 곳을 돈다. 성당이나 행정과도 협상한다. 피해당사자가 정부 고위관료와 면담하고, 텔레비전 토론프로그램에 나와 이야기하도록 돕는다. 이 모든 것은 불의와 싸우기 위해서이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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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06 [18:46]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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