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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발달장애인 도전행동과 안전한 대처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최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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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편집자 주]

 

비장애인, 장애인, 발달장애인

 

비장애인으로 지내오면서 장애인의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것 없이 살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장애인 학생을 보지 못했고, 이웃이나 직장에서도 장애인을 만난 적이 없었다.

 

2001년 어느 날, 미디어를 통해 몸에 쇠사슬을 묶은 장애인들이 선로와 도로에서 싸우는 모습을 봤다. 끌어내려는 경찰들에 맞서 투사들은 사다리까지 이용해 서로 몸을 묶고 끝까지 저항했다. 머리가 멍하고 심장이 쿵 하고 시야가 흐려졌다. 충격이었다.

 

지하철역 리프트를 타고 가던 장애인이 추락사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그들은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싸웠던 것이다. 비장애인인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인간의 권리였다.

 

그리고 2017년 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기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복지관입니다.” 이 통화를 하기 전까지 발달장애인이라는 말은 내가 아는 단어가 아니었다.

 

“선생님, 발달장애라 하면 어떤 장애인가요?”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아우르는 말인데요. 저희는 그중에서도 공격성이 강한 분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심각한 공격행동을 보일 때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중재하는 방법, 선생님들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길 원한다고 했다.

 

▲ 안전한 대처와 실천 사업 보고회에서     ©스쿨오브무브먼트

 

공격행동들과 선생님들이 대처했던 상황들이 녹화돼있는 CCTV 영상을 보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교육 계획을 잡았다. 그 첫 교육을 시작으로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대한 안전한 대처와 실천>이란 제목으로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청, 특수학교, 복지관, 주간보호센터, 야학 등 전국 곳곳에 교육을 나가고 있다. 교육 때마다 수십 개의 질문이 쏟아진다. 그만큼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이다.

 

발달장애의 경우, 태어났을 때는 장애를 알 수 없고 몇 년 후에 알게 된다. 발달장애 진단을 받으면 부모님들 표현으로 “지옥도”가 펼쳐진다고 한다.

 

비장애아동들이 학원 뺑뺑이를 돌며 공부 중압감에 짓눌릴 때, 발달장애아동들도 치료실 뺑뺑이를 돌며 역시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그러다 보면 공격적인 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부모도 아이가 힘든 걸 알지만, 조기 치료와 활동들을 받게 해서 말이라도 조금 더 하게 하고 조금이라도 장애가 덜 하게 하려고 노력한다.(“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그날 이후 엄마는 매일 전쟁을 치른다”, 서보미 기자, 한겨레21 1289호 참조)

 

이 글은 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정신 장애 등의 장애로 인해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분들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조력자들이 진정시키고 중재하고 제지하는 방법을 다룰 것이다.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의 가족이나 조력자분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문제행동이 아니라 ‘도전행동’

 

최근까지 발달장애인이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거나 해를 가하는 행동을 문제행동, 이상행동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행동을 ‘도전행동’(Challenging Behavior)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도전행동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인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강도, 빈도, 기간으로 문화적으로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일반적인 지역사회 서비스 이용에 심각한 제한을 받거나 접근을 거부당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을 뜻한다.(에릭 에머슨 Emerson, Eric 1995)

 

학자들에 따라 도전행동의 발생원인을 조금씩 다르게 꼽지만, 이 다섯 가지는 거의 공통으로 포함된다. ①관심을 받고 싶어서 ②벗어나고 싶어서 ③감각 자극을 원해서 ④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⑤아프거나 불편해서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덜 사회화됐던 어린 시절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버튼 누르기에 실패했거나 잠이 덜 깼을 때, 먹기 싫은 걸 먹어야 할 때 등등 크게 불만족스러울 때 했던 생떼쓰기 같은 게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도전행동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의사소통 방법이라 생각한다. “말로 소통할 수 없을 때 나오는 강력한 몸의 언어”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 도전행동은 또 하나의 의사소통 방법이다   

 

도전행동은 심리적, 정신적,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나온다. 감정은 쉽게 ‘전염’되는데, 게다가 부정적 감정은 더 빨리 옮겨가고 더 크게 상호작용한다. 그래서 조력자들은 최대한 안정감을 갖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안전한 대처와 실천의 원칙이 있다면, 제1조가 안정감과 차분함, 제1항이 인내심이다.

 

도전행동을 단지 좋지 않은 행동으로 넓게 규정하면,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불필요하게 제약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므로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은 행동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도전행동은 어떤 특성을 보이는가? 흔히 조절능력을 벗어난 힘으로 ①체력이나 체격에 비해 예상보다 강하다. ②기술습득을 통한 공격이 아니라 원초적인 공격이다. (그러나 반복되면 성공률이 높은 형태로 다듬어진다.) ③주로 돌진하는 형태다. ④갑자기 폭발하며, 강도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캠프파이어를 떠올려 보자. 불을 크게 피우기 위해 나무를 모아놓고, 기름도 붓는다. 그러나 활활 타오르던 불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꺼진다. 사실 모든 불은 더 탈 게 없으면 저절로 꺼지게 된다.

 

도전행동을 캠프파이어에 비유하면 저절로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 섣불리 제압하려 들거나 크게 소리치거나 격하게 움직여 반응하거나 흥분한다면, 나무를 더 던져넣거나 기름을 들이붓는 셈이다. 필요할 때 방어를 하고 안전한 거리 또는 안전한 각도에서 부드럽게 말하고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기다려줘야 한다.

 

조력자의 필수 지침과 기본적인 대처 방법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 반드시 손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상대가 위험해졌다면 양손을 들어 얼굴을 포함한 급소를 보호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시야를 넓게 가지려고 해야 한다. 당사자의 기분을 파악하거나 친근감을 전달하려고 조력자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대응은 가장 흔한 실수다. 그렇게 하지 않고도 상태를 잘 확인하고 친근감을 전할 방법이 있다. 안전한 거리나 각도에서 흥분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손을 부드럽게 쓰면서 차분한 어조로 “진정하세요. 진정해요”라고 반복해 말한다.

 

①힘 싸움을 하지 않는다. 

②얽히지 않는다. 

③안전한 거리와 각도를 유지한다. 

 

이 세 가지는 필수 지침이다. 조력자 자신을 보호하고, 도전행동이 나온 장애인을 보호하고, 주변의 다른 (비)장애인들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③번 안전한 거리와 각도에 대한 설명은 사진으로 대체하고 ①번과 ②번을 더 설명하겠다.

 

▲ 안전한 거리(좌)와 안전한 각도(우)     ©스쿨오브무브먼트

 

아동기에는 도전행동의 강도가 약하거나 고착되지 않는 듯하다. 주로 청소년기를 거치고 성인기에 이르면서 고착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도전행동의 역사가 길어지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발달장애인도 학습하고 변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매우 “느린 학습자”일 뿐,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학습하고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

 

아동기에는 작고 힘이 약해 보호자나 조력자가 도전행동을 힘으로 제지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은 장성하고 보호자는 늙는다. 결국 힘의 구도는 역전될 것이다. 만약 힘으로 제압당한 경험이 강하다면, 발달장애인도 힘의 억압 효과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이제 역으로 보호자가 제압될 수 있다.

 

그래서 힘 싸움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도전행동이 나왔을 때, 접촉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거리와 각도에서 살피며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도와야 한다. 얽히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얽히게 되면 힘을 쓰게 되고 그러면 서로 흥분하게 되니, 더 위험해진다.

 

복지기관이나 센터에서는 도전행동이 나와 불안정한 상태의 발달장애인이 편하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둬야 한다. 여럿이 복잡하게 활동하는 공간에서는 안정을 되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로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에 대한 안전한 대처와 실천> 교육은 장애인 당사자, 가족, 특수교사, 사회복지사, 실무자들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애인 당사자가 생활하는 가능한 모든 곳(가정, 학교, 복지관, 지역사회 등)에서 도전행동에 대해 서로 협력해서 일관성 있게 대처할수록 효과가 좋다.

 

도전행동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차분히 안정감을 갖고 중재한다면 도전행동의 강도를 더 약하게, 도전행동을 하는 시간을 더 짧게, 덜 자주 일어나게 할 수 있다.

 

▲ 대구발달장애인연대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피플퍼스트”(People First)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필 이미지. 

 

궁극적인 목표는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저기 몸을 계속 움직이는 사람이나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사람을 폭력적인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발달장애인이구나’하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쿵쾅거리며 소리 지르고 있는 발달장애인을 봤을 때도 ‘조금 더 주의하고, 옆에 있는 조력자의 안내에 따라 대처하면 크게 위험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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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03 [09:50]  최종편집: ⓒ 일다
 
십이월 19/12/03 [17:42] 수정 삭제  
  참 고마운 기사입니다. 장애로 인한 도전행동을 오인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먼저 잘 알아야한다고 생각하고요. 가족과 조력자뿐 아니라 비발달장애인들이 한번쯤은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대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mast 19/12/04 [11:12] 수정 삭제  
  내가 생각해온 도전행동 대응방법이랑 정반대여서 충격받았어요. ㅠㅠ 발달장애인은 느린 학습자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거려지네요.
댕희 19/12/10 [17:45] 수정 삭제  
  참 멋진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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