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란의 No Woman No C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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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잘 움직이고, 잘 쉴 수 있길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연재를 마치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최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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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최하란입니다.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일다> 연재를 마칩니다. 세어 보니 3년 하고 3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건강, 운동, 셀프 디펜스에 관한 64편의 글을 썼네요.

 

제가 선뜻 잘 시작하지만 끝마치는 건 어려워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글을 쓰며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독자 여러분께 작별인사를 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얻은 것들

 

글을 처음 써본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써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나름 독자층이 있는 글쓰기를 해왔지만, 정확히 매체에 연재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말하기에는 재능이 좀 있지만 글쓰기에는 재능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편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많이 힘듭니다. A4용지 서너 쪽 분량의 글을 쓰는데 보통 12시간 이상 들여서 쓰고 고치고 했습니다. 글 쓴다고 컴퓨터 켜놓고 SNS를 하거나 뉴스 검색을 하거나 유튜브를 본 시간은 빼고, 순수하게 집중해서 쓴 시간만 셈해본 것입니다.

 

▲ 글 쓰는 중     © 최하란

 

쓰는 것이 괴로운 날도 많았고요. 때로는 한 주가 지나는 것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 써야 하는 거야?’ ‘이번엔 뭘 쓰나…’ 하는 날들도 있었죠. 한 1년 반 정도는 글 쓸 때마다 까칠한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글쓰기 고통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약간은 힘들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이제 그만 쓴다는 것이 허전하기도 합니다.

 

많이 힘들었고 여전히 조금 힘들지만, 글을 꾸준히 쓰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직업상 사람들 앞에 서서 강연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면 주제와 청중의 성격에 맞게 자료를 조사하고 줄거리를 잡고 내용을 구성해갑니다. 하지만, 꼼꼼히 짜서 그대로 하기보단 현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강연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글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독자와 필자는 애초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으며 분위기, 표정, 몸짓, 말투, 어조 등으로 소통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글쓰기는 제게 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더 명확히 표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영상매체의 발달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유튜브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제가 했던 말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글에 비하면 말은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요. 글은 내 눈앞에 남아있지만요. 그래서 글을 연재하면서 평소에도 주장이 더 분명해졌고, 글과 말 모두 책임감이 더 생겼습니다.

 

앞에서 제가 글쓰기의 힘겨움을 토로했는데요. 그 어려움 덕택에, 꾸준한 글쓰기는 제게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이 힘든 걸 내가 또 해냈구나! 그러니 다른 것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식으로요. 가끔 제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는데, 자꾸 쓰다보니 글이 좋아졌다는 것도 보입니다. 이 부분은 진짜 잘 썼다 싶은 것도 있더라고요.

 

운동이 필요한데, 사회가 문제네요

 

저는 운동을 교육하는 일을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수많은 남녀노소의 움직임을 보게 됩니다. 최근 3년 동안만 헤아려 봐도 수만 명을 봤어요.

 

그런데 요새는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이 가장 걱정됩니다. 너무 움직이지 않고 활동하지 않아요. 친구들과 몸을 부딪치며 어울리는 일이 별로 없어요. 전자기기를 손에 쥐고 가만히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성인들도 다르지 않지만, 담배나 술을 어린 나이에 하는 것의 영향이 훨씬 더 나쁜 것처럼 어릴 때부터 움직임과 활동이 없는 것도 훨씬 더 나쁩니다. 아동과 청소년의 움직임, 체력, 건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요.

 

▲ 청소년 셀프 디펜스 수업     © 스쿨오브무브먼트

 

여기에는 폭넓은 사회적, 환경적 요인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가난입니다. 그리고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입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먹지만 더 적게 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더 많고, 더 차별하고, 더 적대하고, 더 건강하지 못한 거죠.

 

다수가 신명 나는 세상에서 한두 명이 꼼짝도 하기 싫어한다면 아마 개인의 문제겠지만, 대다수가 무기력하고 움직이기 싫어한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도시환경도 신체와 정신 건강 모두에 위협적입니다. 더구나 지금의 아동과 청소년은 호황을 조금도 겪어본 적이 없는 경제위기 세대입니다.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입니다. 단지 감정이 아니라 현실 자체가 그렇습니다.

 

어른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신체와 정신의 능력이 저하되고 느려집니다. 그래서 삶의 속도를 나이에 맞춰 천천히 여유롭게 가야 하죠. 그런데 사회가 요구하는 시계는 항상 빠릅니다. 거기다 도시의 할당량은 더 많고 치열합니다. 그러니 정신과 마음이 아프기 쉽습니다. 정신과 몸은 연결되어있어서 함께 건강하거나 함께 병들기 쉽습니다. 건강하게 움직일 여유가 없다면, 활력도 떨어지고 몸도 여기저기 아프게 됩니다.

 

아동과 청소년만 건강해야 하는 건 물론 아니고 그럴 수도 없겠지요. 부모는 불행한데 자식은 행복하거나 교사는 불행한데 학생은 행복하기는 어렵습니다. 갈수록 살기 힘든 사회에서 아이들이나 우리나 살아남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참여가 중심에 있는 제대로 된 공공서비스가 훨씬 더 제대로, 많이 필요합니다. 그전에 급한 대로 쓸 만한 개인적 해법은 더 잘 자고 더 잘 움직이고 더 잘 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니 역시 사회적 해법 없인 어렵네요.

 

간단한 운동을 제가 실천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자가용이 없고 항상 대중교통만 이용하는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거의 타지 않습니다. 대신 계단을 이용합니다. 집과 직장에 갈 때도 계단을 이용하고, 계단은 항상 두 칸씩 올라가면서 운동 기회로 삼습니다. 출장이 많아서 KTX를 자주 타는데 서울역의 경우 지하철 역사에서 KTX 승차장까지 올라가려면 계단이 정말 많아서 좋은 운동 기회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최하란

 

해피 뉴 이어

 

그동안 부족한 제 글을 읽어준 분들께 직접 얼굴 보고 인사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사실 얼굴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도 안부 인사 잘 못 건네는 수줍은 사람입니다. 아! 이제 보니 이게 글쓰기의 장점이기도 하네요. 글로 쓰니 덜 부끄러워요.

 

이제 3년 하고 3개월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여러분 편안한 하루 되세요.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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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30 [16:40]  최종편집: ⓒ 일다
 
언박싱 19/12/30 [18:45] 수정 삭제  
  마지막 글이라니 아쉬워요!! 최하란 선생님 글 읽으면서, 강의도 직접 한번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새해에는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독자 19/12/31 [15:06] 수정 삭제  
  오, 연재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근육을... 20/01/02 [10:09] 수정 삭제  
  오랫동안 함께한 것 같아요 얼굴은 마주하지 못해도 인사하고 싶네요 좋은글 감사했습니다~
ho 20/01/02 [12:13] 수정 삭제  
  최하란 작가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M 20/01/03 [08:37] 수정 삭제  
  3년이나되었나요, 매번 칼럼 읽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많이 배우는 계기가되었습니다. 셀프디펜스라는 말이 낯설었었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마지막 칼럼이라고 하셔서 두번 세번 읽었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수줍게 고백하는 느낌이라 웃음이 나오기도(3년이나 글쓰신 분이 새삼? 이러면서) ㅎㅎ 마지막 사진은 역시 부럽고 멋져요. 개구진 표정과 포즈를 보면서 기분이 따라서 좋아지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2020년 행복한 해 되시길~
단추 20/01/14 [21:17] 수정 삭제  
  벌써 3년이라니, 글 읽을 때마다 참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울림을 주는 좋은 글을 써주신다고 생각했는데, 쓰실때마다 어려움을 겪으셨다니 믿기지 않아요^^ 그만큼 고민하며 쓰셨으니 좋은 글이 나온 걸까요? 성실한 연재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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