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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모델, ‘신발로부터 생각하는 페미니즘’을 말하다
#KuToo 주창한 이시카와 유미 씨 인터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가시와라 토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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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왜 공적인 자리에서 하이힐이나 굽 있는 구두를 신을 것을 강요당하고, 그로 인해 발을 다쳐가며 일을 해야 할까. 남자는 납작한 신발을 신는데 말이다.

 

2019년 1월, 일본의 한 여성이 SNS에 올린 이런 요지의 글이 #Ku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세계로 퍼졌고, 사회를 바꾸고 있다. #KuToo는 #MeToo를 응용한 용어로, 일본어로 신발(靴, [kutsu])과 고통(苦痛, [kutsu:])을 표현한다.

 

이런 물결을 만들어낸 이시카와 유미(石川優実) 씨는 ‘포멀’(formal; 정중한, 격식 있는)이라는 명목하에 억눌려오고, 하이힐과 굽 있는 구두로 인해 여성들이 겪어 온 신체적 아픔과 정신적 고뇌가 ‘성차별’이라는 걸 간파했다. 많은 여성이 이에 동의했다. 필자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11월에는 <#KuToo 신발로부터 생각하는 진짜 페미니즘>(겐다이쇼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시카와 유미 씨의 경험과 분노, 배움이 빼곡하게 담긴 책이다.

 

“제가 #미투를 하고, 화 잘 내는 까칠한 캐릭터의 페미니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즐기시기 바란다.”(책 본문 중)

 

▲ 일본에서 #KuToo 주창한 페미니스트이자 화보 모델 이시카와 유미 씨. 2019년 BBC가 선정한 ‘세계인들에게 영향을 준 100명의 여성’ 중 한 명이다.     ©촬영: 오치아이 유리코

 

화보 모델로 일하며 ‘노출 강요’받은 경험을 밝히다

 

이시카와 유미 씨(1987년 기후현 출생)는 여성 아이돌그룹 모닝구무스메를 동경하며 자랐다. 2005년, 길거리 캐스팅 되어 연예계에 입문했고 화보 모델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주하게 된 것은 “비주얼이 뛰어나지 않으니 더 노출하지 않으면 일을 잡기 어렵다”는 협박이었다.

 

“키가 크고, 마르고, 귀엽고… 같은 남성들 방식의 평가로 인해 외모 콤플렉스를 갖게 되었어요.”

 

촬영은 점점 과격해졌고, 자신이 원치 않는 신체 부위가 노출된 채 제멋대로 영상에 담겨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일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성접대 강요에 휘말리기도 했고, 이를 둘러싼 사기도 당했다.

 

2017년 말,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 #MeToo의 연장선 상에서, 일본의 블로거 겸 작가인 하아츄(はあちゅう) 씨가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 상사로부터 당한 성희롱을 고발했다. 이를 본 이시카와 유미 씨는 “내가 겪은 일과 같다. 이것은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고,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화보 촬영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인터넷상에 폭로했다.

 

“#미투를 계기로 많은 페미니스트 선배들이 저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페미니즘, 성차별, 성폭력 피해가 일어나는 구조를 알게 되면서, 제 안에서 늘 뭔가 개운치 않았던 것들이 해결된 느낌이 들었어요.”

 

#KuToo, 여성에게 굽 높은 구두 강요하지 마!

 

이시카와 씨는 그 후, 성차별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SNS에 올렸는데 그 게시물 중 하나가 앞서 말한 하이힐과 관련된 것이다. 당시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뼈에 사무치게 느꼈던 바였다. 해외에는 진작 성차별이라고 판단해 직장에서 하이힐, 굽 있는 구두 신기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이시카와 유미 씨가 쓴 게시물에 동의한 분이 제안한 #KuToo는 많은 여성에게 확산되었다. ‘운동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세계적인 온라인 서명 사이트인 Change.org에서 연락이 왔다.

 

2019년 6월에는 1만8천856명의 서명(11월엔 3만 명이 넘었다)과 직장에서 하이힐, 굽 있는 구두 강요를 금지하게 해달라는 요청서를 후생노동성에 제출했다. 이는 국회 질의에서도 다뤄졌다. 여성에 대한 하이힐, 굽 있는 구두 강요를 재고하는 기업도 나오기 시작했다.

 

서명을 제출한 후, 이시카와 씨에게 대량의 악플이 달렸다. “화보 모델 주제에”, “남자도 힘들다”, “여존남비” 등. 그냥 두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이시카와 씨는 “화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굴욕적인 내용에도 결연하게 대처하고 어떤 악플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받아쳤다.

 

“#미투를 한 직후에는 나도 잘못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탓하는 버릇이 있었던 데다가 연애지침서도 많이 읽었던 터라, 남성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중하게 말했더니 전혀 알아듣지를 못하더라고요. (웃음) 한 번 진심으로 화를 냈더니 상대 남성이 제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이상 참지 말고 화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한국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성차별주의자 대응 매뉴얼로 이야기되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 저) 번역서를 읽고 용기를 얻었다.

 

이시카와 유미 씨의 책 <#KuToo 신발로부터 생각하는 진짜 페미니즘> 2부는 그런 악플들과 이시카와 씨의 댓글을 담고 있다. 이 내용을 읽다 보면 이 사회에서 젠더 평등을 저지하고자 하는 세력의 모습과 함께, 학교 교육이 만들어냈을 강요와 그에 대한 인내를 미덕으로 삼는 문화가 보인다.

 

▲ 이시카와 유미 씨가 쓴 책 <#KuToo 신발로부터 생각하는 진짜 페미니즘> (겐다이쇼칸, 2019)

 

페미니즘 잡지 [시몬느]에 실린 이시카와 씨의 화보

 

9월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KuToo 신문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KuToo는 작년에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올랐고, 이시카와 씨는 영국 BBC가 선정한 ‘세계인들에게 영향을 준 100명의 여성’ 명단에 올랐다.

 

지금 이시카와 씨는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분노하고, 과거의 자신도 받아들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화보 모델 활동에도 힘을 쏟고 싶다고 한다.

 

“제 의사가 잘 반영된 화보는 좋아해요. 저는 제 몸을 좋아하고 다른 이에게 보여드리고 싶으니까. 저에게 알몸이란, 거짓이 없고 매우 기분 좋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시카와 씨의 책을 출간한 겐다이쇼칸에서 같은 시기에 발간한 페미니즘 잡지 [시몬느]에는 사진작가 인베카오리(インベカヲリ) 씨가 촬영한 이시카와 씨의 화보가 게재되었다.

 

“남성 대상 화보에서는 제가 가진 배경이 전부 삭제되어 버리지만, 이번엔 ‘와, 나다!’ 싶은 사진들이었어요.”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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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3 [13:05]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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