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반전운동 자성해야

故윤금이 주검 사진사용 논란 등 불거져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3/05/01 [01:11]

가부장적 반전운동 자성해야

故윤금이 주검 사진사용 논란 등 불거져

김윤은미 | 입력 : 2003/05/01 [01:11]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진행된 국내 대규모 반전시위에 대한 여성주의자들의 비판이 뜨겁다.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비판의 핵심은 소수자의 인권을 고민해야 할 반전시위가 민족주의와 남성우월주의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있다는 것.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에서는 민족주의적이고 남성우월적인 반전담론을 비판하기 위해 4월 7일, 8일, 10일 각각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에서 대학여성운동모임과 함께 연대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반전시위의 성조기 훼손과 Fucking USA 노래는 반미 구호 속에 전쟁에 반대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가둔다’고 지적하고, ‘빈번히 전시되는 故윤금이씨 시신 사진은 남성들의 민족주의적 분노를 자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WAW회원 나영정씨는 “현 반전시위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이 부재하다. 이에 대해 주도적으로 문제 제기할 여성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WAW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특히 故윤금이씨 주검 사진은 현 반전시위뿐만 아니라 故신효순, 심미선씨를 추모하는 촛불시위에서도 사용되어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故윤금이씨의 죽음은 기지촌 성매매 여성의 억압적인 상황이라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고민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주검이 미군범죄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데만 사용됨으로서 문제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그간 각종 반미시위에서 故윤금이씨 주검 사진이 전시되어 대학 내 여성주의자들이 이를 비판해온 것을 고려할 때, 현 반전 시위에서 이 같은 맥락을 무시하고 주검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반전 운동 자체가 가부장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은 각 대학 새내기용으로 발간한 ‘반디 새내기’ 신문에 미군 범죄를 소개하면서 故윤금이씨 주검 사진을 실었다. 이에 관악여성모임연대, 연세대 총여학생회 등 대학여성주의모임에서 항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이들은 故윤금이씨의 주검 사진을 이용하는 것이 피해자 여성의 몸을 선정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여중생 범대위는 미군바로알기 10종 포스터에 다른 미군범죄 사건과 함께 故윤금이씨 사진을 사용, 또 한 차례 논란을 빚었다. 수원대 직접행동 네트워크 ‘ACTION'을 비롯한 대학 단체에서는 범대위 측에 피해자의 사진을 이용한 반미 포스터를 폐기하고,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판들에 대해 범대위 측은 성의 있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반전집회에 몇 차례 참가한 이아무개씨는 “故윤금이씨 주검 사진이 전시된 것에 대해 범대위 관계자에게 항의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고 말했다. 범대위 사이트(http://www.antimigun.org) 자유게시판에서는 사진사용을 반대하는 의견과 순결한 ‘누이’의 사진을 전시한 것이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내 반전시위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후 만들어진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공동실천)과 여중생 범대위, 이 두 단위가 주도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국회 이라크 파병안 통과를 전후로 두 단위가 이끈 반전집회가 운동단체 중심이라고 비판하면서 4월 3일 ‘반전평화 비상국민회의’가 개개인 국민들의 평화운동을 목적으로 제안된 바 있다. 그러나 ‘비상국민회의’ 역시 실제 운동 방향과 구호에 있어서 두 단위와 차이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12일 세 단위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반전평화공동행동의 날 행사 역시 Fucking USA 노래가 울려 펴지는 등 그간의 반전집회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관악여성모임연대 곽민영씨는 “반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추상적인 반대 이전에 전쟁의 피해가 일상적인 폭력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 반미와 반전을 같은 내용으로 취급하는 것은 우리 안의 민족주의와 남성우월주의를 은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연세대 총여학생회 김한선혜씨는 “보다 근본적인 평화운동을 위해서는 중앙 집중적이고 단체 중심적인 반전집회의 방식을 바꾸어 전쟁에 반대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드러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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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시 2003/05/04 [09:47] 수정 | 삭제
  • 한총련.
    여학우들 말은 말 같지가 않겠지.
  • 민정 2003/05/01 [20:22] 수정 | 삭제
  • 윤금이씨의 주검 사진을 사용하는 것이
    윤금이씨에 대한 모욕이자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걸
    왜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게 뭐가 있다는 건지
    지적을 해도 끄떡도 안하는 그들
    그 속에 들어있는 게 무엇인가
  • 후렌치레 볼루션 2003/05/01 [10:03] 수정 | 삭제
  • 김안선혜가 아니라 김한선혜랍니다.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화이팅!
  • 여여 2003/05/01 [09:58] 수정 | 삭제
  • “현 반전시위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이 부재하다. "


    "반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추상적인 반대 이전에 전쟁의 피해가 일상적인 폭력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 반미와 반전을 같은 내용으로 취급하는 것은 우리 안의 민족주의와 남성우월주의를 은폐하는 것이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우선 일다의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어 몇자 남깁니다.

    위에 제가 기자님의 기사 중 일부를 옮겨 놓았는데요...

    민족주의...국가주의가 무엇인지...
    여성주의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갸우뚱 거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비약적이라는 느낌도...

    앞으로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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