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 이후 여성운동의 도약 위해

여성의전화 <성폭력을 다시 쓴다...> 출간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3/12/07 [19:22]

법 제정 이후 여성운동의 도약 위해

여성의전화 <성폭력을 다시 쓴다...> 출간

김윤은미 | 입력 : 2003/12/07 [19:22]
제주도 도지사의 성추행 사건, 군산 성매매 집결지 화재 사건, 미혼모의 양육권 소송권, 연예인 비디오 사건,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 운동사회 내 성폭력 가해자 실명공개 사건. 모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들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서는 이처럼 사회적 쟁점이 됐던 성폭력 및 성매매 사건 사례를 모아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성폭력을 다시 쓴다-객관성, 여성운동, 인권>(도서출판 한울, 1만 4천원)이 그것. 1998년에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 등 각 분야의 여성 운동사를 정리한 <한국여성인권운동사>를 낸 지 5년만이다.

이 책은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여성폭력 관련법이 차례로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 제정 이후에도 여성들은 여전히 성폭력 사건을 잘 신고하지 못한다. 신고해도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신고 때문에 더 피해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피해자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법의 언어에는 여성의 경험을 해석할 언어가 없으며, 남성 중심적인 법 운영 구조는 피해자 여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남성 중심적인 사회와 제도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법이 제정되어도 여성들은 온전히 법의 적용을 받기 힘들다.

그간 여성운동진영에서는 여성폭력 사건에 법을 적용하기 위해 피해자로서 여성의 경험이 지니는 ‘객관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여성에게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특별권’으로 치부될 뿐, 현실에서 큰 설득력을 갖지 못했으며 ‘가해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광범위한 반동(backlash)과 마주쳐야 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성폭력을 다시 쓴다>는 여성폭력 관련법 제정의 의미와 한계를 질문하고, 여성운동의 언어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출간됐다. 또 이 책은 각 사례들을 현장에서 직접 활동한 운동가들이 서술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여성주의 인권개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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