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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무지와의 싸움
BBC 조사 ‘AIDS가 테러보다 위협적’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금오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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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에이즈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에이즈 환자에게는 잔인할 정도의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면서 막상 에이즈에 대해 무지하고, 자신의 상황에는 낙관적이고 비현실적인 믿음을 갖는 이중성”. 지난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전후하여 쏟아진 설문조사 결과와 언론 보도들은 그런 현실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모를수록 정부정책에 만족”

영국 BBC 방송국은 러시아, 탄자니아, 미국, 중국 등 15개 국가를 대상으로 에이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 발표했다. BBC 방송국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충격적이며 두렵다’고 표현했다. 설문조사에서 15개 국가 중 10개 국가에서 ‘범죄나 테러보다 에이즈가 더 위협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에이즈와 관련된 사실에 대한 인식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상적인 결과 중 하나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다. HIV(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일명 에이즈 바이러스)와 에이즈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국가의 국민일수록 에이즈 예방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에이즈의 위협이 심각한 나라인 탄자니아와 방글라데시의 경우 ‘정부의 에이즈 정책에 만족한다’는 답변이 각각 62%와 78%에 달하고 있다.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정부의 대처와 정책을 적절하게 판단하는 것도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이즈 예방을 위해 14세 이하에게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멕시코, 브라질 등 카톨릭계 국가들에서 찬성률이 높은 반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 이슬람계 국가들에게서 반대율이 높게 나왔다. 이것은 이슬람계 국가들의 성에 대한 보수성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를 가로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지점이다.

무지는 차별로 이어져

에이즈에 대한 인식부족은 HIV/AIDS 감염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인 태도 역시 야기하고 있다. 감염인과 컵이나 수건, 옷과 같은 개인물품을 같이 쓰기만 해도 전염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인도네시아의 경우 39%나 되며, 비교적 에이즈에 대한 정보가 많은 미국의 경우에도 18%나 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절반에 가까운 나라에서 20% 전후한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자를 만지기만 해도 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아서, 인도네시아 24%, 방글라데시 12%, 우크라이나 13% 등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만지는 것만으로 에이즈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9%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여준 중국의 경우에는, 감염자와 변기를 같이 쓰면 에이즈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3이나 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에이즈가 퍼져나가고 있는 국가 중의 하나인 중국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실로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외 다른 나라들에서도 열 명중 한 명꼴로 감염자와 같은 변기를 쓰면 에이즈에 걸린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인도와 러시아의 경우, 20% 이상의 사람이 ‘에이즈는 감염자와의 성접촉이나 주사기 공유 등을 통해서 옮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에이즈가 감염되는 경로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없는 반면 부정확하고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소문들이 만연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콘돔 기피하는 한국 위험하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비슷한 내용의 한국 설문조사 역시 더 심각했으면 심각했지 덜 하지는 않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팀의 ‘2003년 성 행태 및 에이즈 의식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 경험자 중 에이즈 검사를 받아본 사람이 11.8%에 불과하며 콘돔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에이즈 감염에 대한 경각심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부정확한 정보와 편견은 만연하고 있다. 감염자와 컵을 같이 쓰면 전염된다고 믿는 사람이 34.9%, 변기를 같이 쓰면 전염된다고 믿는 사람이 27.8%였다. 감염 가능한 경로를 묻는 질문에 면도기(79.2%), 동성애(58.9%), 모기(48.8%) 등에 높은 답변을 한데서 더욱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비록 연구기관과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내용을 설문한, “충격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BBC 방송국의 설문조사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에이즈에 대한 인식부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감염경로에 대한 오해는 감염자에 대한 편견적인 태도와 직결되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서 ‘에이즈 감염자와 자기 자식이 함께 학교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는 응답이 50.4%, ‘에이즈 감염자를 격리시켜야 한다’는 사람도 48.5%에 달했다.

에이즈와의 싸움은 편견과의 싸움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하여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HIV/AIDS 감염인 모임 등이 발표한 성명서, ‘정부는 에이즈감염인의 인권보장과 치료를 위한 포괄적 정책을 수립하라!’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현실이 야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성명서는 “한국에서는 마치 에이즈를 천형으로 여기는 사회적 편견이 널리 퍼져있고 더욱이 이를 정부가 부추기고 방조하고 있다”며 에이즈 감염자의 인권을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유엔 HIV/AIDS계획(UNAIDS)은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것만이 HIV와 에이즈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2002년에서 2003년에 걸쳐 차별과 편견과의 싸움을 주요한 의제로 설정해 왔다.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만연하는 한, 에이즈는 더욱 확산될 것이며 공식적 통계와 연구는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에이즈 문제는 지구상에서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에이즈에 대해서 잘 모를수록 정부의 에이즈 정책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BBC 설문조사의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극복하고, 정부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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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2/07 [22:51]  최종편집: ⓒ 일다
 
03/12/08 [16:45] 수정 삭제  
  하나같이 예쁘고 재밌네요..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겨주려고 더 명랑하게 만든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봤어요.
아까 봤던 기사에서 '순결'로 에이즈 퇴치하자는 촌스런 한국포스터랑 너무 비교되요.
에이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으니까 더 공포스러워하는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 잘 봤어요.
....... 03/12/08 [23:44] 수정 삭제  
  콘돔 캠페인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에이즈 때문만은 아니더라도요.
현이 03/12/09 [09:59] 수정 삭제  
  모기로 전염되고 피부로 전염되고 밥을 같이 먹어도 전염되는 줄 아는 거.. 아직까지도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충격이네요.

외국에서 TV를 통해 에이즈에 걸린 한 꼬마아이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어요.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대국민적으로 호소하는 그런 다큐였죠. 처음에는 에이즈 환자들을 돕자는 차원으로 생각했는데, 에이즈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들을 많이 알게되었어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해서 죽는게 아니고 3-5년에서 10년 넘어까지 환자가 아니라 일반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데, 어쩌면 암에 걸린 것보다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였죠.

그래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지원과 특히 정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가족들과 친구들, 이들을 돕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인들을 사회가 소외시키기 때문에 에이즈가 음성적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우리나라에선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인이나 에이즈 환자에 대한 지원이 있긴 한 건지 모르겠어요. 언론을 보면 꼭 감염인들을 죄인 다루듯이 해서 그래서 에이즈에 대한 공포만 더 생기는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Demo 03/12/10 [18:06] 수정 삭제  
  기사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에이즈는 범인이 사형선고받는 것처럼 이미지가 왜곡된 경우가 많죠.
불치의 병들 중에서도 가장 안좋은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다고나 할까요.
환자들 인권과 지원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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