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의료/과학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회적 약자 위협하는 에이즈
여성, 어린이, 장애인, 극빈층에 확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금오해령
배너
유엔 HIV/AIDS계획(UNAIDS)은 2003년이 끝나는 시기면 지구상에 4천만명의 HIV/AIDS 감염자가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지구상 인류가 살고 있는 곳에서 에이즈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미 심각한 감염률을 보이고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은 물론이고 감염률의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우에도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낮아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여성 감염률 갈수록 더 높아져

에이즈 예방과 감염자 지원을 위한 BBC의 캠페인의 배너에는 에이즈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여자아이와, 얼굴이 알려지면 살 수 없다며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은 잠비아의 에이즈 감염 학생이 등장한다. 이 배너는 그간 ‘남성 동성애자만의 질병’으로 오랜 시간 오해되어온 에이즈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가장 먼저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여성의 HIV 감염률과 AIDS로 인한 사망률 증가다. 유엔 HIV/AIDS 계획은 여성 에이즈 감염자가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에는 전 감염자의 47%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의 여성감염은 남성감염의 속도를 뛰어넘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여성 감염자가 남성 감염자보다 빨리, 많이 죽어가고 있는데다 남성보다 감염 연령이 낮은 것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엔 HIV/AIDS계획은 성별에 따른 에이즈 감염의 특징으로 다음을 꼽는다. 첫째,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의료, 에이즈 예방과 관련된 지식에 취약하거나 정보접근성이 떨어진다. 둘째, 남성성, 남성다움에 대한 통념이 남성들에게 폭력이나 위험을 초래하는 술이나 약물 등을 이용하거나, 많은 여성과 무차별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을 부추겨 에이즈 감염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셋째, 성차별적 의료 및 보건 체계가 여성들의 에이즈 예방과 발견, 치료 및 지원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에이즈 전파 ‘가난’과 직결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에이즈의 전파가 ‘가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이즈에 대한 보고서들은 에이즈 감염자들이 대부분이 중산층 이하이고 많은 수가 빈곤층이라고 전한다. 현재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창궐한 에이즈는 낮은 교육률, 열악한 의료 및 보건 환경과 생활환경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이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으며, 사실상 양육과 가정의 식량공급을 담당하고 있던 여성의 감염과 사망이 늘어나면서 가족 전체의 식량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전한다. 또한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국경을 넘어 빈번하게 팔려나가,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감염을 야기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여성, 어린이, 장애인, 극빈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감염률이 높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에이즈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지만, HIV에 감염되었다고 바로 에이즈가 발병하는 것이 아니어서 치료와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발병 전까지 5-10년 혹은 이상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감염 사실로 인한 차별과 낙인이 두려운데다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 제약과 차별까지 겹쳐있는 감염자들은 최소한의 지원체계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들의 감염 사실 발견과 지원이 늦어져 전염의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감염자 역시 발병과 사망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에이즈가 사회구조적인 요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에 BBC 방송국, 유엔 HIV/AIDS계획, 세계 보건 기구(WHO) 등은 입을 모아서 정부 지도자들이 에이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차원에서 적극 대처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각 정부차원에서 에이즈 감염자에 편견과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항해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감염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없는 나라들이 많은 것도 문제라는 것. 감염자에 대한 색출과 감시가 아니라 의료 지원과 인권의 보호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이즈 문제는 이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기 시작할 때 그 실마리가 풀릴 것임은 거듭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배너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03/12/07 [22:58]  최종편집: ⓒ 일다
 
털실 03/12/08 [11:19] 수정 삭제  
 
유엔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을 때 왜 그럴까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빈부와 성별같은 사회 불평등의 문제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겠군요..

에이즈는 의학자들이 연구를 꺼려서 낫기 어렵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꼴 03/12/09 [00:15] 수정 삭제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혹시 기자님 영국에서 여성학 공부 하고 계신 건가요?

기자님이 쓰시는 글 중에 영국이 연상되는게 많아서,

혹시 그런가 궁금해서요. *^^*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나름 빅뉴스 아주의 지멋대로
굿 럭!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셀프 디펜스, 모의연습이 중요하다
메인사진
. ... / 최하란
도시에서 자급자족 실험기
방사능,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측정하다
메인사진
. ... / 이민영

독자들의 화력 지원 영상
메인사진
일다소식
[뉴스레터] 성매매 시장처럼 산업이 된 ‘사이버성폭력’
[뉴스레터] 안희정 성폭력 재판에서 ‘진짜’ 주목해야 하는 것은?
2018년 7월 <일다> 독자위원회 모니터링 모임이 열렸습니다!
[뉴스레터] 해외입양인 여성들의 칼럼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뉴스레터] 예멘 난민 혐오…당신의 머릿속 ‘난민’ 이미지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