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이야『사회적 모델로 생각하기 위한 레슨』 저자 마츠나미 메구미‘합리적 배려’란 무엇인가.
장애인이 “배리어(barrier,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물리적 제도적 장벽)를 제거해 달라”는 요청을 하면, 행정과 사업자는 그에 대응해야 한다고 일본 장애인 차별해소법(2016년 공포, 2024년 개정법 시행)에 정해져 있다. 그 근저에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라는 사고가 있다. 이 사고를 확산시키고자 『사회적 모델로 생각하기 위한 레슨』이라는 책을 펴낸 마츠나미 메구미(松波めぐみ)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제한과 불이익을 받는 것은 그 사람의 심신 기능장애 때문이 아니라 주류에 맞춰 사회가 만들어져 있어서 여러 사회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이전에는 ‘의료적 모델’이 주류였고, 장애를 개인이 가진 심신 기능장애의 문제로 여겼다. ‘사회적 모델’은 1970년대 이후의 장애인 운동을 근간으로 하며, 일본도 비준한 장애인 권리조약(2006년 유엔 체결)과 장애인 차별해소법의 토대가 되었다.
합리적 배려는 매뉴얼이 아니야…“먼저 장애인과 대화하세요”
마츠나미 메구미 씨는 지금까지 장애학과 인권교육을 연구하며 장애인 운동도 함께 해온 경험을 통해 ‘사회적 모델’을 젠더 관점과 동등한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 관점을 갖고 있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지고, 개개인이 경험하는 ‘삶의 어려움’과 차별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마츠나미 씨가 연수 강사로 나가는 기업이나 교육 현장, 행정기관 등에서는 ‘합리적 배려’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오해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사회적 모델로 생각하기 위한 레슨』이라는 책을 쓰게 된 배경이다.
“합리적 배려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고 매뉴얼처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색하더라도 괜찮으니, 일단은 눈앞에 있는 장애인과 대화하세요. 그리고 장애가 있는 사람이 보는 세계를 상상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랐어요.”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자인 지인과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마츠나미 씨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음식점을 찾았지만, 지인은 “먹고 싶은 메뉴로 음식점을 고르자”고 했다.
“대화라는 기본적인 것을 하지 않았던 거예요.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요. 실패해도, 진흙투성이가 되더라도, 눈앞에 있는 장애인과 대화하고 합리적 배려란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하고 싶습니다.”
타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리어(장벽)’에 민감해지자
“사실 장애인은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여러 배리어를 마주해 왔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처하는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교육과 행정, 기업 연수에서 빠져 있는 것이 바로 이 관점입니다. 아직도 장애인은 도와줘야 할 무력한 사람이니, 어떻게 도울지에 대한 내용뿐이에요. 이건 ‘사회적 모델’이 아니죠.”
“종종 학생들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는데요, 장애인이 마주하는 ‘사회적 배리어’에 민감해졌으면 좋겠어요. 자신은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배리어지만, 이 불평등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문화도, 관행도 바뀔 겁니다.”
『사회적 모델로 생각하기 위한 레슨』 2부에는 ‘사회적 모델’에 관련된 마츠나미 씨의 개인사가 적혀 있다. UN 장애인권리 조약과 법, 또한 마츠나미 씨도 제정에 가담했던 교토부 조례의 정신과 내용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사회적 모델’은 외국 혈통을 가진 사람이나 성소수자 등 다른 소수자들의 과제 해결에도 쓸모가 있습니다. 앞으로 독서 모임을 개최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회적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를 점점 더 늘려가고 싶습니다!” [고주영 번역]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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