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남성성’ 尹대통령을 여성시민들이 파면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일으킨 대통령의 퇴진 촉구 ‘여성계 시국선언’

이충열 | 기사입력 2024/12/06 [14:39]

‘폭주하는 남성성’ 尹대통령을 여성시민들이 파면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일으킨 대통령의 퇴진 촉구 ‘여성계 시국선언’

이충열 | 입력 : 2024/12/06 [14:39]

2024년 12월 6일 오전 10시, 광장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도록 화려한 조형물로 채워졌던 광화문에 여성시민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참 바라보기도 했다.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죄 윤석열”을 여성시민의 이름으로 파면하고, “그가 일으킨 내란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29개 회원단체들과 함께 ‘여성계 시국선언’을 개최한 것이다.

 

▲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 퇴진하라.”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에서 디자인한 피켓. (촬영-이충열)


‘일베’ 남성성과 동기화된 대통령, 권력을 회수해야

 

가장 먼저,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여는 말을 통해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은 저버린 채, 보신을 위해 탄핵 반대를 당론을 채택한 국민의힘을 규탄하였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과거 디지털 성폭력이 심각한 사이트는 규제하지 않았으면서,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차단하였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또한 “안티페미 대통령이 키운 온라인 남성문화가 디지털 성폭력 산업의 토대가 되었다”는 일침을 가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험악했던 상황을 전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폭력 무고죄를 주장하며, 동덕여대 학생들과 장애인, 노동조합원 등 시민으로서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곳에 계엄을 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일베’ 남성성과 윤석열 대통령이 “동기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에 대한 규탄을 “민주당 좋은 일”로 치부하고 “안티페미니즘에 동조하는 일부 사람들의 부화뇌동에 분노”한다며,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성차별, 혐오, 폭력의 문제가 ‘폭주하는 남성성’, ‘폭주하는 제왕 대통령’으로 나타난 현실을 우리가 막읍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 2024년 12월 6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 여성계 시국선언.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죄 범죄자 윤석열을 여성시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 (촬영: 이충열)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공공돌봄 기반을 파괴하고, 대화를 요청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강제구금 등 여성노동 착취를 당연히 여기면서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면서, 여당을 향해 “법과 원칙에 입각한 상식적인 판단”을 요구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상임대표는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일)을 언급하며, 가해자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이유는 “그럴 수 있어서”라고 설명하며, 윤석열의 위헌적 비상계엄령 역시 그 이유를 궁금해하기보다 “그럴 수 있어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권력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정상 가장 반여성적 대통령”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경기도의 ‘여성’, ‘성인지’, ‘성평등’이 포함된 도서 폐기와 성평등 용어확산 정책의 삭제 등의 정치적 상황을 언급했다. 그리고 “정치 경험이 없어서 그런다”거나, 계엄령을 한낱 “헤프닝”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관성 있게 성차별 정책을 내세웠던 윤석열을 옹호하는 한 방법이라며, “부역자”들을 비판했다.

 

이현재 전 한국여성학회 회장은 2016년 탄핵 정국에서 광장에서 했던 발언을 반복해야 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왜곡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던 대통령이 이제는 ‘계엄령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여성을 부차적인 존재로 만든 가부장제 정치를 비판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여성은 정치 외부에 존재하고 있고, 이와 함께 우리의 민주주의도 퇴보하고 있다”면서, “여성 뿐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페미니즘의 언어는 소외되고 왜곡”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페미니즘은 금기어가 되고, 학문의 영역에서 페미니즘을 배제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하였다.

 

▲ 12월 6일 오전 10시,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 여성계 시국선언.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내란죄 범죄자 윤석열을 여성시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 (촬영: 이충열)


전다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법치와 자유를 외치던” 윤석열은 “법률을 위반하여 계엄이라고 부를 수 없고 대통령으로 부를 수도 없다”면서, 그의 행동은 “내란, 폭동”이라고 규정하였다.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고 국민에게 총을 겨누면서 자신이 반국가세력임을 명명백백 증명하였다”며, 국회가 기능하도록 지켜낸 시민들의 힘을 치하했다. 이어 전다운 부위원장은 일상의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윤석열과 그 조력자들을 강력히 비판하고, 우리 시민의 힘으로 이 잘못된 정권을 종결하자고 독려했다.

 

최희연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여성들의 힘과 지혜로 일궈내고 있던 성평등과 민주주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려 하는 윤석열 정권의 수많은 시도를 비판했다. “절차도 형식도 사유로 갖추지 않은” 비상 계엄령에 대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기에 대통령이라는 작가가 이렇게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적 국회 침탈 폭거에 대한 참담함을 표하며,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을 알지만 이 또한 다음을 위한 과정이기에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정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은 “(1979년 10.26으로부터) 45만에 현직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비상계엄령으로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디지털 성폭력과 위안부 ‘소녀상’ 훼손 방치, 여성인권 지원사업 예산의 대폭 삭감 등을 일삼은 윤석열은 “헌정상 가장 반여성적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도발과 전쟁에 대한 언급으로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통령을 “여성 유권자의 이름으로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민주주의, 성평등, 인권의 시계를 되돌리지 않을 것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는 “언제나 위기의 상황에서 나중에 호명되는 이주여성들” 역시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 “국민만 강조하는 구호보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고려한 내용으로 바꾸어야 된다.”고 페미니스트로서의 사유를 촉구하였다.

 

▲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가 “민주주의를 구하는 이주여성”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허오 대표는 ‘이주여성’들 역시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 중에 이들의 존재를 간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촬영-이충열)


시국선언문 낭독은 정영애 여성가족부 전 장관, 정영훈 한국여성연구소 소장, 추은지 한국 ywca연합회 활동가, 김희경 수원여성회 상임대표가 함께하였다. “불과 2년 반 남짓 짧은 시간 동안, 지난 수십 년간 조금씩 진전되어온 대한민국의 성평등 가치·정책·추진체계를 사상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퇴행시켰다”는 점을 지적하고, “내란죄를 저질러 민주주의 시계를 순식간에 원점으로 되돌리고 위헌적 권력 남용과 독재 행위를 스스로 증명한 윤석열을 우리는 더이상 대통령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참가자들은 매섭게 차가운 날씨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여성과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인권과 평등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물러섬 없이 투쟁할 것이다.”라며, “윤석열을 파면하고, 그가 자신이 일으킨 내란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그 날까지 어떠한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다짐했다.

 

[필자 소개] 이충열. 여성주의 현대미술가이며, 책 『화가들은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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