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수술 금하는 日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

원고 사토 레이나 씨 “모든 여성을 위한 재판이라고 생각해”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4/12/16 [14:11]

불임수술 금하는 日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

원고 사토 레이나 씨 “모든 여성을 위한 재판이라고 생각해”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4/12/16 [14:11]

올해 2월 ‘불임수술’을 원칙적으로 금하는 일본의 모체보호법(한국의 모자보건법에 해당)은 위헌이라며, 도쿄지방법원에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이 제기되었다.

 

원고 중 한 명이 사토 레이나(佐藤玲奈) 씨를 인터뷰했다. “불임수술이라고 하면 성별적합수술 같은 큰 수술이라고들 오해하는데, 우리는 난관결찰술 등을 피임 방법 중 하나로 인정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체보호법에서는 ①모체의 생명에 위험이 있는 경우, ②아이가 복수(둘 이상) 있고, 건강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서, 불임수술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사토 씨의 경우는 어떤 조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 사토 레이나(佐藤玲奈) 1999년 오사카 출생. 대학원에서 가족사회학, 젠더론을 배운다. ‘플라워 집회’ 오사카에 참여. 불임수술을 금하고 있는 모체보호법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 원고 중 한 명이다. (사진-다니구치 노리코)

 

사토 레이나 씨는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연애 감정이나 성적 욕구를 갖지 않는다고 했다.

 

“중학생 때는 그냥 제가 관심이 없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 주변 친구들은 애인을 찾아 공표하는 게 일반적인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자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당시에는 연애 얘기가 나올 때마다 거기에 장단을 맞추거나 ‘왜 관심이 없냐?’고 질문을 받는 게 괴로웠어요.”

 

그게 ‘A로맨틱·A섹슈얼’이라는 성적 지향 중 하나라는 걸 SNS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졸업 즈음.

 

“아, 이거 내 얘기구나 했죠.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고, 세상에 나와 같은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척 안심했습니다. 그때부터 SNS를 통해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가진 분들과 연결되면서, 제 섹슈얼리티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고,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그때부터는 당당하게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죠.”

 

자신의 성적 지향에 따라 사토 씨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변에서 결혼이나 출산에 관해 질문을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책임감이 없다’거나, ‘저출산 시대에 아깝다’는 따위의 소리를 듣거나, 뒤에서 암암리에 질책을 당하거나…

 

“저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자원 활동을 할 정도로 아이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제가 직접 낳아 기르고 싶지는 않아요. 나에게는 생식능력이 전혀 필요가 없는데도, 월경이 올 때마다 컨디션이 안 좋아지고, ‘임신 준비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불쾌감이 들끓고, 사회로부터 장래 ‘모체’가 될 몸으로 취급당하고, 자궁의 건강관리도 해야 하죠.”

 

그래서, 불임수술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외국에서는 불임수술을 받고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일본에 사는) 저에게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국가가 생식능력을 가지도록 강요하는 거죠. 예전에 한 장관이 말한 ‘여성은 아이 낳는 기계’라는 발언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 재학 중에 유학을 갔던 캐나다에서 불임수술을 받으려고 했지만, 비용 문제로 단념해야 했다. 그 후 SNS에서 알게 된 가지야 카자네 씨의 권유로, 이번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의 원고가 되었다.

 

▲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 원고인단의 모습. 불임수술을 금하고 있는 모체보호법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공익소송으로, CALL4 사이트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출처: https://www.call4.jp/info.php?type=items&id=I0000132

 

사토 씨가 모체보호법 관련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 원고가 되도록 등 떠밀어준 원동력이 또 하나 있다. 사토 씨는 현재 대학원에서 젠더론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이공계 대학에 다녔는데 그곳에서 교수 등으로부터 학습 면에서의 불이익 등 어마어마한 성차별을 당했다.

 

“마침 의학부 입시 여성차별 문제(도쿄의대를 비롯, 일본의 여러 의대에서 오랜 기간 여성 수험생의 점수를 일괄 감점해왔다는 것이 2018년에 알려짐)가 보도되었을 무렵이었어요. 제가 경험하는 일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다가 더이상 그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어 자퇴를 했습니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SNS에서 발견한 것이 ‘플라워 집회’(2019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연속 무죄 판결에 항의하며 시작된 미투 운동으로,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었음) 오사카의 공지였다. “참가해 제 경험을 이야기하니, 다들 이해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여러 분들과 이어지면서 제가 있을 만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여행을 좋아하는 사토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자주 방문한 한국에서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반대하는 집회를 처음으로 봤다고. “같은 세대 여성들이 하고 있는 직접행동을 보고, 그때까지 갖고 있던 집회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가 바뀌었어요.”

 

젠더를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도 다시 들어갔다.

 

“플라워 집회에 참여하면서 성폭력 사건의 판결이 무죄에서 유죄로 바뀌거나, 형법이 개정되기도 했어요.(관련 기사: 한국보다 앞서 강간죄 개정한 일본…‘비동의 성교죄’ 들여다보기 https://ildaro.com/9727) 제가 함께 할 수 있는 재판이 있다면 참여하여 법과 사회를 바꾸고 싶어졌어요.”

 

사토 씨는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에 대해, “만약 이 재판에서 승소해 불임수술의 배우자 동의 요건이 폐지되면, 임신중단 시 배우자 동의 요건도 사라집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여성들은 몇 년 전부터 임신중단을 하려면 ‘배우자 동의’를 받도록 요구하는 모체보호법 조항을 폐지하라고 요구하며 #더욱안전한임신중단을 액션을 벌이고 있다. 관련 기사: ‘배우자 동의’ 있어야 임신중단 가능하다니 이상하지 않아요? https://ildaro.com/9233

 

“이 재판은 제 몸과 저의 일이기도 하지만, 이미 아이가 있는 사람, 앞으로 아이를 가질 사람, 모든 여성을 위한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주영 번역]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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