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여성들은 ‘계속해서 성노동을 하고 싶다/해야 한다’고 진술하고, 계속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성매매 특별법 제정 당시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요구와 투쟁이 그랬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 상황마다 이어지는 여성들의 저항과 외침이 그러하다.
성매매가 젠더 권력관계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 폭력’이라는 점은 적확한 설명임과 동시에, 이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자신들의 삶을 꾸려나가는 방식이다. 성별성의 문제와 함께, 성매매가 여성의 ‘생계’라는 지점 또한 함께 고민해야 할 성매매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성매매 산업 내에서 여성을 통해 발생하는 이윤에 대한 여러 방식의 활용과 착복에 더해서, 여성들이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게 되는 동기 또한 들여다 보아야 한다. 여성들이 성산업에 유입되는 요인 역시, 현 사회의 자원이 분배되는 불공정한 방식, 사회가 사람들을 배치하는 방식, 그에 따라 자원 없는 여성이 활용되고 착복되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이룸〉에서 활동하며 접하는 상황과 이야기들, 마주하는 고민들을 나누고자 한다. 등장하는 사례들은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상담 내용을 가공하여 구성하였다.
‘낮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부족’해서
20여년 간 다양한 업종에서 일을 하며 성매매를 통해 생활을 꾸려온 A씨는 “솔직히 누가 이 일 자체가 좋아서 하겠냐. 이만큼 버는 게 좋아서 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혼자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하는 A씨에게 성매매는 필요한 일이며, 일 자체가 좋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일과 생활에 만족한다.
대부분 성매매 여성들은 성판매 이유로 ‘돈’을 꼽는다. 이는 여성들이 ‘낮일’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이 ‘부족’한 노동시장의 구조와 현실을 보여준다. ‘낮일’을 한다면 최저임금 수준일텐데, 이것이 부족하기에 성매매를 한다고 얘기하는 여성들의 현실은, 성매매가 ‘우리 사회 자원이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가’와 관련 있다는 걸 보여준다. 최저임금은 어떠한 방식으로, 누구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책정되는가. 정말 사람들이 삶을 꾸려가고, 누군가는 양육을 하기에 충분한 수준인지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얻을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몰두해야 하는, 방황하고 견뎌내야 하는 시간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를 견뎌낼 여력 없이 당장의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성매매는 어떤 면에서 해결책으로 존재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은 애초에 잠깐의 일로 생각했기 때문에, 혹은 지쳐서, 생각보다 힘들어서, 생각보다 돈이 안 모여서 등 다양한 이유로 성매매 종사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한다. 특정한 신체를 전제로 하고 있기에, 나이가 들수록 산업 내 여성의 몸 가치가 하락하는 성매매 산업의 특성 상, 오래 하지 못하는 일이라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기도 하다.
그만두어야 하는, 그만두고 싶은 상황들 속에서 여성들은 ‘낮일을 한다면 최저임금 수준일 것’을 기준으로 두고 ‘낮일’과 성판매를 비교한다. 이에 따라, 내가 벌 수 있는 ‘낮일’ 임금은 생계를 꾸리기에 부족할 것이기 때문에 성판매를 견디기도 하고, 한참 적은 ‘낮일’ 임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성판매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자리매김하기도 하고,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판매를 지속할 때의 괴로움이 심하기에 새로운 ‘낮일’을 구하고 생계를 꾸리기에 부족한 임금 수준을 견디기도 한다.
각자의 사정을 들어보면, 저마다 이해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우리는 이러한 실태를 마주하며,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해 어떤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야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최저임금 이상의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학, 취업. 결혼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경쟁체제에서 ‘성공’할 것, ‘정상성’을 획득할 것이 요구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경쟁에서 ‘성공’한 사람만이 삶을 꾸리는 데 충분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혹은 애초에 그 경쟁에 진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성공’해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자리가 마련되어있지 않음을 뜻한다. 사회적, 관계적, 제도적인 사회의 ‘자리’에서, 규범에서 벗어난 사람들, ‘정상성’을 벗어난 사람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과 틀에 악착같이 맞춰내지 못한 사람들이 밀려나고 있다. 이 때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일은 그 밀어냄의 결과값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질문할 필요가 있다. ‘정상성’을 획득한 사람, 경쟁에서 ‘성공’해낸 사람들만이 삶을 꾸리는 데 충분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사회는 적절한가? 그런데 철저히 시장 중심적인, 모든 자원 획득과 관계 형성을 소비의 방식, 개인주의적인 방식으로 조직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운영 전략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모든 것을 개인의 노력과 능력 부족의 탓으로 돌린다.
자아 실현은커녕 ‘자아를 죽여야’ 하는 노동환경 속에서 ‘많은 돈’을 획득하는 것이 일의 목표가 된 사회
20대 초반 여성인 E씨는 자립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성노동을 시작했고, 대학 졸업장의 필요를 느끼지 못해 휴학을 하고, 돈 버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E씨의 관심사는 성공적인 성노동 영업과, 주식과 부동산 투자 등의 기회를 잡아서 ‘많은 돈’을 획득하는 것이다. E씨의 경우처럼 성판매의 동기가 돈의 ‘부족’이라는 감각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의 ‘필요’라는 감각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많은 돈’을 가치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흔히 성매매 여성을 향한 비난과 혐오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성매매 여성들만의 특수한 욕구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실상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노동 수익만으로는 안정적인 주거와 생활을 꾸리기 힘든 현실이다. ‘영끌’(영혼을 끌어올려) 해서라도 부동산과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트렌드가 되었고, ‘돈이 돈을 만드는 구조’(대개는 주식투자와 임대소득을 통해) 속에서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희망사항이다. 즉, 노동의 동기를 ‘많은 돈’에 두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등장 배경에는 “예전에야 월급 일부를 저금해서 결혼도 하고 집도 사는 것이 가능했지,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도 있을 것이다. 집이 ‘사는 곳’, ‘거주할 권리’의 공간이 아닌 ‘자산’으로 안착되며 부동산 투기와 함께 집값은 무섭게 치솟았고, 심화되는 불평등 속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 사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흔히 노동의 이유로 말하는 ‘자아실현’을 노동의 목적으로 두기에는 어차피 내가 원하는 노동을 원하는 방식으로 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 있다. 20~30대 청년의 노동경험을 기록한 희정 작가의 책 『일할 자격』에서, 인터뷰이 ‘미리’는 반복적인 이직을 하며 “입사 동기들은 내 자아를 죽인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을 한다지만, 저는 그게 안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가치와 배반되는 “비닐 포장재를 하루에 몇천개씩 버려야 하는”일은 곤혹스럽다. “쓰레기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괴로움”은 퇴사를 결심하게 한다.
이처럼 노동 임금을 위해 “자아를 죽여야” 하는 것은 슬프게도 평범한 일이며, 나의 가치를 배반하지 않고 ‘곤혹’스럽지 않고 ‘하고 싶은’ 성취감이 있는 일, 비합리적인 관습과 수직적인 규율에 의존하는 ‘쌍팔년도’식 방식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통제권과 주도권을 갖고 동료 간 조율해가는 방식으로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은 대부분의 일자리에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성매매는 ‘빈곤의 문제’, 성별화된 빈곤 산업이다 성매매 여성 사법처벌 중단을 시작으로 다른 세계를 열어야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정상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충분한 자원을 얻을 수 없다. ‘능력’과 ‘정상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 ‘자격’을 갖추기 위해 방황하고 견뎌내는 시간들을 가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이들에게 성매매가 ‘현명한 선택’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성매매는 ‘빈곤의 문제’이다.
김주희는 빈곤을 키워드로 여성들의 성매매 유입 결심과 성매매 종사 경험을 분석하며, “미래를 위한 ‘유예’와 ‘훈육’의 시간을 가질 수 없이 개별적으로 시급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을 빈곤으로 분석한다. 또한 성산업을 “여성들이 ‘현재’ 경험하는 빈곤 문제에 대해 여성의 ‘미래’ 소득에 신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빈곤을 유예하지만 결국 여성들로 하여금 점점 가치가 하락하는 자신의 미래를 당겨쓰도록 만들면서 빈곤을 재생산하는 성별화된 빈곤산업”(김주희, 2018)이라고 지적한다.
다양하게 구획되고 분화된 현대의 빈곤은 ‘임금 최저선의 부족’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빈곤은 개인에게 급박함, 상대적 박탈감, 열등감, 자리를 찾기 위한 방황의 시간, 고립감, ‘남들만큼 살겠다’는 강한 열망, ‘자아를 죽이는’ 시간 등 다채로운 형태로 경험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들은 사회적으로는 빈곤으로 해석되지 못하고, ‘내 능력이 부족한 탓’으로 개인화되고 있다.
‘부족’과 ‘필요’와 ‘열망’의 감각으로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의 선택지로 성매매가 자리하고 있는 사회를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 것인지, 성매매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법적 처벌 중단’을 시작으로, 여성 규율과 통제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남성권력의 해체, 여성 규율과 통제를 통한 이윤 착복의 중단, 여성들이 경험하는 다채로운 빈곤 상태의 해소, ‘자원 없는 여성’이라는 배치가 존재하지 않게끔 하는 다른 세계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 필요한 ‘불처벌의 정치학’의 과제이다.
[참고 문헌] -김주희, ⌜여성의 경제적 어려움과 “쉬운 돈”: 빈곤산업으로서의 성산업에 대한 시론적 연구⌟, 『한국여성학』 제34권, 한국여성학회, 2018 -한국여성노동자회, 〈90년대생 여성노동자 실태조사 토론회- 빈곤을 만드는 노동〉 자료집, 2021 -황유나, 『남자들의 방: 남자-되기, 유흥업소, 아가씨노동』, 오월의봄, 2022 -희정, 『일할 자격』, 갈라파고스, 2023
[필자 소개] 혜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반가부장제 운동이자 반자본주의 운동인 반성매매 운동을 좋아한다. 성산업, 성자본, 여성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타격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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